단위농협 등 290개 조합법인은 세무조사 '성역'
감사원 "10년 이상 세무조사 없어 공정성 저해"
특별한 이유 없이 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10년 넘게 단 한차례도 받지 않은 '성역'이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국세청은 권력의 중심은 물론 언론사에 대해서도 세무조사를 실시하는 등 성역 없는 세무조사 원칙을 고수하고 있지만, 여기에도 예외가 적용되고 있는 셈이다.
22일 감사원이 발표한 국세청, 기획재정부, 조세심판원 등 3개 기관에 대한 '세정신뢰도 개선실태' 점검 결과에 따르면 국세청은 매년 법인사업자 정기세무조사 대상을 선정하면서 단위농협 등 290개 조합법인을 특별한 이유 없이 10년 이상 세무조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정기적으로 세무조사를 실시하고 있는 공익법인들과 비교하면 공정성이 지극히 의심되는 결과이다.
특히 단위농협 등 조합법인들은 분식회계를 통한 비자금 조성, 횡령 등 빈번한 회계비리로 최근 몸살을 앓고 있음에도 세무조사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30년간 세무조사 안받은 곳도 161개
감사원에 따르면 국세청은 조합법인 등 당기순이익 과세법인의 경우 '성실도평가시스템'(CAF)의 평가항목이 별도로 마련되지 않아 전산성실도 평가결과가 없다는 이유로 지방청이나 세무서에 통보되는 성실도 분석 및 장기미조사 기준의 조사대상선정 전산순위표에서 사전에 제외시켰다.
이에 따라 2008년 기준 10년 이상 세무조사를 받지 않은 장기 미조사 법인 645개 중 조합법인이 45%(290개)나 차지했고, 이 중에는 무려 30년 이상 세무조사를 받지 않은 법인도 161개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세청은 세무조사 대상 선정시 합리적 근거가 있는 경우에 한해서만 예외적으로 제외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2007년부터는 조사절차 법제화로 소규모 성실사업자에 한해서만 제외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규정이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감사원은 "조합법인의 경우 분식회계를 통한 비자금 조성이나 횡령 등 회계비리가 빈번한데도 세무조사의 사각지대에 있는 실정"이라며 "특히 법인사업자 정기조사 대상 선정 시 공익법인과 공기업, 비영리법인 등에는 별도의 서정기준을 적용하고 있지 않는 것과는 형평에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법인뿐만 아니라 개인사업자에 대한 세무조사 대상 선정의 세부기준도 불합리하게 적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 등 일부 지방국세청은 지난 2008년 개인사업자 정기조사 대상 선정을 위해 무작위 추출방식을 적용, 조사대상을 선정하면서 무작위 추출 모집단을 '부동산 임대업자'로 국한하고, 그 중에서도 신고성실도가 상위인 자(49%)만을 대상으로 선정하도록 해 오히려 성실납세자를 역차별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또한 조사대상 선정기준은 성실사업자인 경우에만 세무조사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돼 있는데도 성실 사업자 여부에 대한 검토 없이 종전 관행대로 '간편장부' 규모 사업자 319만명(전체 간편장부 규모 개인사업자의 82%) 전부를 조사대상에서 제외해 광범위한 세무조사 사각지대가 발생했다.
감사원은 국세청장에게 조합법인이 세무조사 대상에서 장기간 제외되는 일이 없도록 지침을 수정하고, 개인사업자의 조사대상 선정기준과 성실도 분석 세부기준 등도 마련하도록 통보하고, 관련직원에 대한 주의조치를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