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사무실 전화 기록 모두 찾아보면 알 것"
지난 2008년 신창건설 김영수 회장으로부터 세무조사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3000만원을 수수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뇌물)로 불구속 기소중인 조성규 전 중부지방국세청장은 9일 재판에서도 뇌물혐의를 재차 부인했다.
조 전 청장은 이날 수원지방검찰청 안산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김기영)의 심리로 진행된 재판에서 "검찰이 주장한 청탁 일인 2008년 10월 13일부터 세무조사가 끝난 날인 10월 22일 사이에 휴대폰은 물론 사무실에서도 김 회장과 전화 통화한 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조 전 청장의 변호인도 "휴대폰 통화 기록은 물론이고 사무실 전화 기록을 조사해 보면 알 것"이라며 조 전 청장의 비서를 다음 공판에 불러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변호인은 또 "세무조사 기간은 법으로 정해져 있어 줄여서 할 수도 없고 연장하는 것도 쉽지 않다"며 "세무조사가 끝나고 김 회장이 조 청장에게 청탁을 했다고 하는데 조사가 끝나고 왜 청탁을 했는지도 이해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조 전 청장의 변호인은 세무조사가 너무 길어 조 전 청장에게 짧게 해달라는 차원의 부탁이었다는 검찰과 김 회장의 의견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변호인은 "김 회장이 2008년 6월부터 10월까지 세무조사가 계속 진행돼 조 전 청장에게 세무조사 기간을 짧게 해달라고 했다는데 6월 조사 건은 김 회장의 증여세 부분으로 동안양세무서 관할이었고, 10월 조사만 개인세 부분으로 6월 조사와는 별개였다"며 "김 회장이 착각해 길다고 생각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6월경부터 지속적으로 세무조사를 받았다고 이야기 한 것은 여러 가지 사업을 하다보니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고 한 발 물러섰다.
이날 법정에서는 당시 세무조사를 실시했던 중부지방국세청 정모 조사관이 증인으로 출석해 청탁 의뢰부분에 대해 증언했다.
김 회장은 검찰조사에서 당시 직원들이 중부청에서 세무조사를 나와 매출 단말기를 압수하는 등 영업에 지장을 주고 세무조사가 연장될 거 같다는 언질을 받아 청탁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날 증인으로 참석한 정 조사관은 "세무조사 차원에서 업장을 몇 번 방문한 적은 있지만 검찰도 아니고 압수권한이 없다"며 단말기를 가져가 영업에 지장이 있었다는 김 회장의 주장을 일축했다.
이에 대해 조 전 청장 측 변호인도 단말기와 세무조사 기간 등을 구체적으로 김 회장에게 언질을 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세무업무 담당 직원을 다음 증인으로 소환하자고 압박하자 김 회장은 "국세청 조사관들이 단말기를 들여다봐 직원들이 불편해 한다는 말이었다"고 다시 진술을 번복하기도 했다.
이날 재판에서 김 회장의 진술이 몇 차례 번복되는 모습을 보이자 검찰 측은 특별한 반대 심문을 하지 않은 채 변호인의 주장이 '사실'인지 '의견'인지만 구분하는 선만 유지했다.
다음 재판은 오는 21일 오전에 열리며 피고인 조 전 청장과 김 회장에 대한 양측의 심문이 이어질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