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리로 다툴 뿐, 나쁜 짓 코치 절대 안 한다
현직에서 바르게 생활하면 언젠가 보상받을 것
"아직도 저는 50%는 국세공무원이라는 생각을 갖고 일을 하고 있습니다. 무조건 납세자의 입장에서만 일을 하다보면 잘못될 수 있습니다. 제가 이 일을 담당하는 국세공무원이라면 과연 어떻게 할 것인가 그 입장에서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1968년에 국세청에 입사한 후 무려 34년간 국세청에서 근무하면서 그 중에 29년을 조사분야에 몸담았다는 이재훈 세무사는 국세청 출신가운데 조사분야 최장수 근무경력자로 꼽힌다.
힘있는 조사업무는 물론 국세청 간부생활도 오래 했으니 때로는 자신도 모르는 자연스러운 모습에서 목에 힘깨나 줄 수도 있으련만, 그의 말투나 눈빛 그리고 행동 어디에서도 그저 편안한 사람이라는 느낌뿐이다.
공직에 있을 때는 대다수 국세공무원들이 그러하듯 '승진'이라는 하나의 목표만을 위해 좁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다, 더 넓은 세상에서 세무사로의 제2의 인생을 활짝 꽃피우고 있는 이 세무사의 모습에선 행복감마저 묻어난다.
그가 율촌 조세그룹에서 하는 역할은 세무조사 대리는 물론 조사에 대비한 자문, 납세자인 기업이 필요로 하는 예규·판례, 법령개정 등 깊이 있는 세무정보를 다루는 조세진단팀의 팀장.
율촌 조세그룹의 쟁쟁한 실력자들 사이에서도 이 세무사는 유독 돋보인다. 그 스스로 "나 자신을 주장할 줄 모르는 바보 같은 사람"이라고 말하지만, 그의 오랜 행정경험에서 묻어나는 노련함을 배우는 율촌 사람들은 그에게 '최고'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 누구도 따를 수 없는 강점…국세청 조사분야 최장수 경력
그동안 율촌이 영입한 행정경력이 있는 다수의 전문자격사 중에 이재훈 세무사의 최대 강점은 국세행정경험이 특히 풍부하다는 것이다. 단순히 경험만 풍부한 것이 아니라 내용도 알짜다.
이 세무사는 1968년에 국세청에 입사한 후 무려 34년간 국세청에서 근무했고, 이 중 29년을 조사분야에서 근무했다. 특히 서울지방국세청 조사2국과 경인지방국세청 조사국은 창설요원으로 발탁돼 일한 경험이 있다.
일선세무서에서 조사업무 인연을 맺은 이후 국세청 연합조사반에서 본격적인 조사업무 전문가가 됐다.
그는 일반직원으로는 서울지방국세청 법인세과 조사반, 중부지방국세청 조사국, 서울지방국세청 조사국, 경인지방국세청 조사국, 국세청 본청 조사국을 경험했다. 이후 과장급 간부로 중부지방국세청 조사1국 1과장, 서울지방국세청 조사3국 1과장을 지냈다.
국세청 조사업무와 관련해선 말단직원이 맡은 역할에서 시작해 간부들의 업무까지 꿰뚫게 된 그는 공직생활 대부분은 조사와 함께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세청 본청 조사국에서는 호화사치 수입품 생활자에 대한 심리분석 전문가로 명성을 떨쳤고, 1990년대 초 카지노 도박자금에 대한 세무조사에서는 은행에 가서 살다시피 하면서 차명통장 200여개에 교묘하게 현금으로 처리된 근거를 찾아내기도 했다.
이 세무사는 "만 34년 근무했으니 인생의 대부분을 국세청에서 보냈다. 세무서장 때 등을 빼면 29년정도를 조사업무만 했다"고 회고했다.
그가 줄곧 조사분야에서 근무한 것은 그가 지원해서가 아니라 국세청 내에서도 그를 필요로 했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그는 국세청에서 실전에 능한 사람으로 통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나보다 훌륭하고 쟁쟁한 사람들이 조사분야에는 참 많다"고 겸손을 표했다.
■ 아직도 50%는 국세공무원…잊지 않고 일한다
화려한 국세청 경력을 자랑하는 이재훈 세무사는 근무 경력만큼이나 여전히 국세청에 대한 애정이 강하다.
애정이라는 것이 국세청 편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자칫 고객편에 치우쳐 생각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보다 균형감각을 지킬 수 있도록 과세관청인 국세청의 입장에서도 생각을 해본다는 의미다.
이 세무사는 "지금 비록 국세청을 그만 뒀지만 어차피 세금으로 일을 하고 있는 만큼 똑바로 볼 수 있어야 한다"며 "과세관청과 납세자의 중간에서 객관적으로 납세자에게 도움이 되고, 국세청에도 도움이 되는 올바른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율촌 내에서 매월 출근 전 국세청 출신끼리만 별도로 실시하는 회의에서도 이 세무사는 "내가 아직도 50%는 국세공무원이라는 생각을 갖고 일을 하라"고 후배들에게 주문한다.
이 세무사는 "무조건 납세자의 입장에서만 일을 하다보면 잘못될 수 있다"며 "일을 맡을 때에는 내가 이 일을 담당하는 국세공무원이라면 과연 어떻게 할 것인가 그 입장에서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항상 그렇게 균형을 잡고 일을 하기 때문에 특별세무조사를 받는 업체들의 일은 거의 없다"며 "특별조사를 받는 기업은 대부분 탈세 등의 문제가 있어서 조사를 받는 것이기 때문에 수임하는 것이 잘못된 것 봐달라는 것 밖에 더 되겠냐"고 강조했다.
■ "법리로 다툴 뿐, 나쁜 짓 코치 절대 안한다"
이재훈 세무사가 맡은 세무진단팀이 기업고객에게 국세청 세무조사에 대비한 자문을 해주는 곳인 만큼 "기업자문을 해줄 땐 어떻게 해야 세금을 잘 빼먹는지를 가르쳐주는 것 아니냐"고 슬쩍 물어봤다. 완강하게 'NO'라는 대답이 들려왔다.
그는 "로펌은 법리로 다투는 것이지 부정적인 일을 코치하는 것은 아니다"며 "법리라는 것이 납세자에게 소홀하기 때문에 납세자들에게 사전에 자문을 구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그동안 로펌 변호사들은 소송을 다뤄왔는데, 이제는 소송을 가지 않고도 사전에 해결할 길을 모색하는 자문을 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법리해석에 따라 갈리는 것은 소송을 통해 판단해야 하겠지만 그 전에 자문도 상당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무조사를 받는 납세자는 불복과정에서 시간·경제적인 비용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데, 문제를 사전에 치유해서 수정신고 하거나 어차피 내야할 세금이라면 미리 내서 가산세부담이라도 덜게 해주도록 하는 것이 그가 수행하는 사전진단업무의 주요 뼈대라는 설명.
"생각을 하고 일을 맡는다. (현직에 있는) 후배들의 입장도 충분히 감안한다"는 이재훈 세무사이지만 현행 제도와 세법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지적을 아끼지 않았다.
이 세무사는 "경제현상은 하나의 회사에서도 하루에 수만 건이 될 수 있는데 그 많은 경제현상을 몇 개의 조문으로 표현하다보니 다 규명하기 어렵다"며 "(국세청) 밖으로 나와보니 그런 정교하지 못한 것들이 너무나도 많더라"고 말했다.
이어 "법이 정교하지 못하니까 법을 몰라서, 정교하게 규정하지 않아서 억울하게 안내도 되는 세금을 내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고 지적했다.
■ "현직에서 바르게 생활하면 언젠가는 보상받을 것"
이재훈 세무사는 인터뷰 내내 친정인 국세청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후배들이 율촌으로 오는 것에 대해서도 "지금도 사람이 더 필요하다. 언제든지 문을 열어놓고 기다리고 있다"고 환영의 뜻을 전했다.
그러나 이 세무사는 "국세청에도 훌륭한 사람들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좋은 사람을 바로바로 빼 오는 것은 하지 않는다"며 "이왕에 나와 있는 사람을 영입하거나, 현직에 있더라도 본인이 강력하게 희망할 때만 사람을 받는다"고 원칙을 전했다.
정년을 2년 반 이상 남긴 명예퇴직이었지만 현직이 아니라 퇴직 후에 로펌행을 결심을 했던 본인의 경우를 빗대 이미 현직을 떠난 후배들은 환영하지만 현직에 있는 인재들을 억지로 끌어들이는 것은 친정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지론이다.
물론 이 또한 후배들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배려다.
이 세무사는 "국세청 출신들은 국세청이 잘 돼야 기분이 좋다. 친정이 최근 여러 일을 겪으니까 어디 가서 국세청 출신이라고 얘기하는 게 남부끄러울 때도 있다. 신문에 기사가 나면 회의 때에도 들어가기 싫을 정도"라며 "다음부터는 잘 될 것"이라는 기대도 전했다.
이어 후배들에게는 "공무원 생활을 할 때에는 본인뿐만 아니고 가족들도 많은 고생을 한다. 정말 올바르게 일하는 공무원은 정말 고생한다"며 "그러나 고생 끝에는 언젠가 보상을 받더라. 현직에 있는 동안 바르게 생활하면 언젠가는 보상이 온다"는 희망을 전했다.
■ 이재훈 세무사는…
국세청·서울지방국세청 등 34년간 국세청에서 근무했으며 그 중 대부분인 29년을 세무조사분야에서 근무했을 정도로 조사분야 최고경력자다.
1968년 초임을 청주세무서 개인세과에서 보낸 후 논산·성북·중부·대전세무서 등 일선세무서에서 조사분야 업무를 담당했고, 국세청 연합조사반, 서울지방국세청 조사국, 중부지방국세청 조사국, 경인지방국세청 조사국, 국세청 조사국 등 주요 조사국에서 오랜기간 활약했다.
2000년 남원세무서장, 2001년 여수세무서장을 거쳐 2002년 중부지방국세청 조사1국 1과장, 2003년 서울지방국세청 조사3국 1과장을 지낸 후 2005년 과감히 명예퇴직을 결심했다.
화려한 조사분야 경력에 맞게 율촌 조세그룹에서는 세무조사진단팀장으로 세무조사 대응 및 세무조사 진단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지난 1979년 세무사 자격 자동부여 1년을 남겨놓고도 스스로 1∼2차 시험을 다 치르고 자격을 취득할 정도로 자신감과 열정이 강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