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형평성 어긋나…타 관광도시 반발 우려
소비지출 증가로 지방소비세 배분에도 '특혜'
제주도를 방문한 관광객이 현지 특산물이나 기념품을 구입할 경우 해당 물품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환급하는 방안이 4일 국무회의에서 의결, 조만간 국회에 관련 법 개정안이 제출될 전망이다.
그러나 제주도 관광객에게 특산물, 기념품, 렌트카 등 3가지 품목에 대해 부가세를 환급하는 방안은 타 지역과의 조세형평성을 해치는 것은 물론, 지방소비세 재원배분에도 영향을 끼쳐 '이중특혜' 논란이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
당초 세법을 입안하는 기획재정부는 제주도 부가세 환급에 대해 "1국1조세 체계의 근간을 흔들고, 세수감소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적극적인 반대의사를 표명했으나, 제주도의 강력한 반발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수용하게 됐다.
그러나 제주도 부가세 환급은 다른 관광도시와의 형평성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측면에서 다른 관광도시에서도 부가세 환급을 요구할 경우 조세정책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올해부터 지방소비세를 지역간 민간최종소비지출을 기준으로 배분하기로 했는데, 제주도는 부가세 환급으로 소비지출에 있어 타 지역보다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돼 '이중특혜' 논란이 제기될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 타 지역과 '형평성' 논란= 제주도 부가세 환급의 가장 큰 목적은 제주도 지역의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한 것이다.
간단하게 말해 제주도 특산품 등의 소비에 대해 세제혜택을 부여해 가격을 '다운'시켜 관광객 등의 소비창출을 늘리겠다는 취지.
그러나 제주도 특산품의 부가세 환급은 특정 지역의 관광산업만 활성화시킨다는 이유로 조세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예컨대 경주 등 다른 관광도시도 제주도처럼 부가세를 환급해달라고 요구할 경우 조세정책이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기 때문. 특히 각 지역마다 특산품이 있는데 제주도만 유독 부가세를 환급해주는 혜택을 줄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다.
□ "지방소비세 배분도 특혜?"= 제주도 부가세 환급으로 지역의 재정자립 및 균형발전을 위해 도입한 지방소비세 재원배분에도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
지방소비세는 부가가치세액의 5%를 재원으로 올해 예산 기준 2조4334억원의 지방재원이 확보될 예정이다.
지방소비세의 가장 큰 특징은 지역간의 재정자립 확충을 위한 자구노력을 활성화하기 위해 '민간최종소비지출'을 기준으로 재원을 배분한다는 점이다. 다만, 지역간 균형적인 재원배분을 위해 수도권, 비수도권, 그 밖의 도를 1:2:3으로 가중치를 두고 배분하게 된다.
최소한 같은 '수도권'이나 같은 '도' 내에서는 어떤 지역이 민간최종소비지출을 끌어 올렸느냐에 따라 재원을 더 많이 받게 된다.
그러나 제주도는 부가세 환급으로 타 지역에 비해 소비지출을 올릴 수 있는 '특혜 장치'가 만들어질 경우 지방소비세 재원이 더 배분될 가능성도 높아지게 된다.
지방이 스스로 재원확보에 나설 수 있도록 기존의 지방교부세와 달리 지방소비세 배분에 '민간최종소비지출'이라는 기준을 도입한 것인데, 제주도 부가세 환급이 또 다른 형평성 논란을 일으킬 소지로 작용할 수도 있게 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제주도는 부가세 환급은 물론, '지방소비세'라는 재정상의 혜택도 받게 돼 '이중특혜' 논란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지방소비세를 배분할 때 제주도 부가세 환급을 감안해 환급액 만큼 지방소비세 재원을 축소하는 등 타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를 해소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