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세기준 방식 업계 입장차이 '극명'
업계 준비 미흡‥美·日 등 통상문제도 고려
정부가 내년 시행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친환경 자동차 세제개편방안에 대해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의견과 함께 연비와 CO₂배출량 기준 중 어떤 방식을 채택해야 하는지 여부에 대해 각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4일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자동차 세제개편 공청회에서 한국조세연구원 김승래 박사는 행정안전부의 연구용역 결과보고서를 통해 자동차세 체계를 배기량(cc) 기준에서 CO₂배출량이나 연비 기준으로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과세기준을 CO₂배출량과 연비 중 어떤 방식을 채택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해법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특히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학계와 자동차·에너지·환경 등 유관 업계 관계자들은 각기 다른 입장을 내놨다.
윤원철 한양대 교수는 "연비를 기준으로 하는 미국과 중국시장에 대한 수출 전략효과를 감안하면 우리나라도 같은 방식을 채택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외국에 비해 높은 우리나라의 자동차 관련 세부담이 적정한지 여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더 이상 자동차와 유류 관련 세제가 정부의 조세수입 근간으로서 행정편의의 수단이 되면 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한석유협회 이원철 본부장도 "CO₂배출량과 연비 중 실제로 소비자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연비"라며 "단일 연비 기준으로 자동차세를 과세하는 것이 정부정책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정책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CO₂배출량을 기준으로 과세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은 "정책목표가 온실가스를 줄이고자 한다면 당연히 CO₂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며 "유럽에서는 중·대형차에 과감한 페널티를 부과하고, 친환경적인 소형차는 보너스를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LPG협회 강정석 본부장도 "지금은 소비자에게 연비가 익숙하지만, CO₂배출량 기준이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공동의 인식이 될 수 있다"며 "저탄소 차량인 LPG나 하이브리드 등을 장려해 CO₂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계기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만일 연비 기준을 적용하더라도 다양한 연료와 에너지의 특성을 고려해 별도의 자동차세 과세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강만옥 박사는 "CO₂배출량 기준이면 국민이나 자동차 회사에서 쉽게 와 닿지 않는다"며 "연비기준인 경우에는 직접 국민들의 주머니에 연관되기 때문에 다가오기 쉽지만, 그만큼 많이 차량을 이용하게 되면 국가 정책적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유보적 입장을 내놨다.
미국이나 일본 등 주요 수출입 국가와의 통상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왔다.
산업연구원 이항구 박사는 "자동차 세제개편으로 인해 대형차를 수출하려는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 충돌할 수 있다"며 "하이브리드차 판매가 잘 되고 있는 일본에서 수입이 많아질 가능성도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세 전문가 자격으로 참석한 류금렬 조세심판원 상임심판관은 "미국이 대형차에 대한 세부담을 줄이라는 요구를 하고 있는데, 새로운 통상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류 심판관은 "갑작스런 개편으로 세부담이 늘어나는 계층이 있으면 조세저항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현행 세제를 당분간 유지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김성익 상무도 "정부는 내년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소비자는 물론 자동차회사의 에너지 효율성 개선에 대한 준비가 덜 돼 있다"며 "충분한 시간을 갖고 소비자의 세부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