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 과실 엄격히 증명되지 않아”
“재난에 국가기능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것은 유감”
유족들 거세게 항의하며 오열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로 기소된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이 17일 1심 선고에서 무죄를 확정받은 뒤 법원을 떠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권성수 부장판사)는 이날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청장에게 업무상 과실이 증명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이임재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은 같은 혐의로 금고 3년의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피고인의 업무상 과실이나 인과관계가 엄격히 증명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김 전 청장이 이태원 참사를 구체적으로 예견할 가능성은 충분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 전 청장은 이태원 일대에 다수 인파가 집중되는 것을 넘어 대규모 인파사고가 발생할 우려나 대비가 필요하다는 정보를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도 "경찰이 안전사고 위험 자체는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고, 이태원 일대에 질서유지를 위한 소수 인력만 있었더라도 피해가 줄었을 가능성은 있었다"며 "사회적 재난에 대한 국가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는 점에서 깊은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유족들은 무죄가 선고되자 거세게 항의하며 오열했다.
김 전 청장은 취재진 질문에 답을 하지 않고 법원을 떠났으며, 일부 유족은 김 전 청장이 탄 차량 앞에 누웠다가 경찰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