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를 앞두고 한국 기업과 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법(CHIPS Act) 폐지 여부에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 로이터>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를 앞두고 한국 기업과 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법(CHIPS Act) 폐지 여부에 촉각이 모이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기간 내내 바이든 행정부의 IRA, 반도체법을 비판하며 즉각적인 축소 및 폐지를 주장해 왔다. 이 가운데 트럼프 2기 행정부가 1기 행정부 당시보다 더 빠르게 정책 의제를 실현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6일(현지시간) 미 정치매체 더 폴리티코는 트럼프의 측근들이 그가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첫 임기보다 더 빨리 움직일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트럼프 당선인이 첫 임기에서 관료주의가 정책 변경을 방해한다고 불평한 만큼 그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기관 및 정책 프로세스를 더 잘 다룰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I)는 앞서 보고서 '미국 대선 이후의 IRA'에서 "트럼프의 승리는 청정에너지를 포함해 IRA가 주도하는 성장을 위협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9월 "IRA는 친환경 사기(green new scam)"라며 사용하지 않는 자금을 삭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취임 첫날 친환경 자동차 의무와 IRA를 폐기하겠다고 공언했다.
보고서는 보조금에 대해서는 "전면 폐지 가능성은 작지만 세금 혜택 삭감이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보건, 유틸리티, 청정에너지 산업 등에 투입될 IRA 보조금, 대출 지원, 세금 혜택 등과 관련해 4천330억달러 가운데 3천690억달러가 위협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또한 지난달 말 한 팟캐스트에 출연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 반도체법을 강력하게 비판하며 이들 기업에 보조금 대신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법을 통해 약 64억달러(약 8조 7600억원)의 보조금을 받을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텍사스주의 반도체 생산 시설 확장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SK하이닉스 또한 인디애나주에 있는 HBM 패키징 및 연구개발 시설을 위해 4억5천만달러(약 6200억원)를 지원받을 예정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와 관련, 바이든 행정부가 보조금 대신 일련의 관세를 부과해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미국 내 공장 건설에 더 많은 자금을 자비로 투자하게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미국에 수출하는 반도체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면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 내에 공장을 지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한국무역협회(KATA)는 올해 초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시 한국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서 위치를 재조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IRA 및 반도체법 폐지 외에도 관세 인상, 세금 감면 등을 공언해 왔다.
그는 신차와 트럭 등을 포함한 수입품에 10%에서 20%에 달하는 보편적 관세를, 중국산 제품에는 60% 혹은 그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특정 상황에서는 100%, 200%, 심지어 1000%에 달하는 관세를 제안하고 있다.
폴리티코는 "트럼프 측이 그 계획을 어떻게 실행할지 불확실하나 많은 무역 전문가는 그가 IEEPA(국제긴급경제권한법) 이용해 빠르게 실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짚었다.
IEEPA(국제긴급경제권한법, International Emergency Economic Powers Act)는 1977년에 제정된 법률로, 국가의 경제적 이익이나 안보를 위협하는 상황에서 대통령에게 외국과의 경제 거래를 규제할 수 있는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한다.
따라서 트럼프는 해당 법은 발동할 경우 의회 승인을 받지 않고도 주요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법적 경로를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조치는 다른 국가들과의 무역 갈등을 야기하고 미국 내 법원의 제동을 받을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