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탁금' 인상 움직임…"자연스러운 정리가 바람직"
"군계일학(群鷄一鶴)이 없다".
내년 2월 치러지는 제27대 한국세무사회장 선거 출마의사를 밝힌 후보 중 확실한 '무게감'을 갖춘 인물을 현재로서는 찾아보기가 힘든 것이 사실이다.
말 그대로 군웅할거(群雄割據).
업계 안팎에서는 현재 전개되고 있는 상황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주류다. '인물난'을 거론하는 목소리와 함께 후보의 난립이 업계 이미지를 손상시킨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자격 없는 후보를 낙선시킬 목적으로 출마를 선언한 후보까지 섞이면서 이 같은 부정적 평가는 설득력을 얻고 있는 모습이다.
일부에서는 달라진 선거제도(러닝메이트 축소)가 '선거 공탁금' 부담 축소로 이어지면서 불거진 '부작용'으로까지 폄훼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세무사 회장직 도전의사를 밝힌 후보는 김정부 前한나라당 의원, 박점식 現한국세무사회 부회장, 신광순 前중부지방세무사회장, 송춘달 前서울지방세무사회장, 유재선 現한국세무사회 부회장, 정구정 前한국세무사회장, 조영래 세무사(이상 가나다 순) 등 7명.
그러나 이 같은 초반 구도가 내년 2월 투표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는 이들은 사실상 전무하다. 후보자간 '합종연횡', 즉 이해관계가 맞물리는 후보들간 M&A가 이뤄지고, 결과적으로 최종 투표용지에는 2∼3명의 이름만 적힐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 '인물난(人物難)'은 없다 = 인물난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후보자들의 면면을 자세히 뜯어보면 딱히 인물이 없다는 평가는 설익은 측면이 있다.
국세청 고위직 출신으로 정치력과 대외교섭력, 친화력 등을 두루 갖춘 전·현직 세무사회장(임향순, 조용근) 체제에 익숙해진 상황이라는 점에서 표면적인 '중량감'이 떨어질 뿐, 일부 후보들의 경우는 회장직을 수행할 경험과 능력이 이미 검증된 이들이다.
또한 각 후보들이 '탐색전'을 벌이며 정책공약 및 비전 등과 같은 자신의 '카드'를 내보이지 않았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우수한 정책공약과 확실한 비전은 난립한 후보자들 속에서 자신을 도드라질 수 있게 만드는 분명한 '원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익단체 장으로서 정치력과 대외교섭력 등이 다소 떨어진다 해도, 우수한 정책공약이 있다면 잘 갖춰진 인프라(조직-세무사회, 인력-세무사회원)를 활용해 충분히 커버할 수가 있다.
관건은 다수의 표심(票心)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집행부가 힘을 받기 위해서는 지지기반이 튼실해야 하기 때문이다. 빈약한 지지기반을 가지고서는 세무사 업계의 특성상, 제대로 된 일을 추진해 나가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세무사 업계에서 합종연횡을 통한 후보자 통합 등을 예견하는 것도 이 같은 경험칙에 의해 터득한 인식이 배경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구도는 세무사회원들이 원하는 상황은 분명 아닌 것이다.
후보간 통합을 통한 소수간 경쟁구도 형성을 세무사회원들이 원하는 상황이다.
□ 합종연횡(合從連衡) 불가피…복잡한 셈법 = 최대 관심사는 후보간 합종연횡의 시기가 아닌, '형태'. 즉 누가 누구와 손을 잡고 협력체제를 구축하느냐의 문제다. 협력체제 구축의 '시너지'가 확실하다는 측면에서 시기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현재 '무자격자 낙선'이 목표임을 밝힌 조영래 세무사를 제외한 6명의 후보간 이해관계는 복잡하게 얽혀 있다.
각 후보가 크든 작든 나름 뚜렷한 지지세력을 갖추고 있고 일부 후보들의 경우 영향력 있는 대형 집단(세무사고시회 등)을 지지기반으로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접점'을 찾아내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다만 복잡하고 어렵더라도 선거가 가진 함의, 즉 회원간 '단합'이라는 대승적 목표달성을 위해서는 후보단일화 등 합종연횡은 반드시 거쳐야할 과정이라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또 다수가 출마하더라도 1, 2위 후보에 표가 집중되는 세무사회장 선거의 특성을 감안하면 군소 후보들이 가져가는 소수의 '표'는 후보 개인의 이미지 타격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회원간 '단합'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 공탁금 상향조정 움직임…"인위적 정리 시도해선 안 된다" = 선거를 준비중인 세무사회 집행부 일각에서 현재 선거 공탁금을 상향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제도 개편 이전 선거 공탁금은 회장 후보 2000만원(1명), 부회장(러닝메이트) 후보 1000만원(3명) 등 도합 5000만원이었다. 그러나 선거제도 개편으로 러닝메이트 후보 수가 1명으로 줄어들면서 공탁금은 총 3000만원으로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공탁금 부담의 감소가 후보자 난립으로 이어졌다는 것이 공탁금 상향조정의 필요성에 대한 주장의 기본 논리. 따라서 공탁금 규모를 예년 수준(5000만원)으로 올려 자금동원력이 떨어지는 후보들이 자진해서 사퇴하도록 '물꼬'를 튼다는 복안인 셈.
세무사회는 조만간 이 문제를 상임이사회를 통해 공식 논의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같은 움직임은 후보자들로부터 상당한 '반발'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다분하다. 후보자들이 윤곽을 드러내기 전 개정을 했다면 모를까, 후보자들이 출마를 선언하고 나선 이후라는 점을 감안하면 시기적으로 상당히 부적절 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선거 분위기를 감안해 각 후보가 각자의 이해에 따라 자연스럽게 정리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위적으로 그것도 금전적 '압박'을 가해 특정 후보로 하여금 '정리수순'을 밟게 만드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집행부의 움직임은 자칫 후보자들과 그 지지자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요란만 떨고 성과는 내지 못하는(공탁금 동결) '긁어 부스럼'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 굳이 이런 상황을 만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