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硏 "실질과세 및 적정 조세부담 위해 도입 필요"
현행 소득세 과표구간을 물가 수준의 변화와 연동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과표 구간별로 세율이 점차 누진되는 현행 소득세 체계 특성상 실질과세 원칙과 적정한 조세부담율을 위해 과표 구간을 당시 물가수준에 맞게 정기적으로 조정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이태환 수석연구원은 1일 발표한 '소득세 과표구간의 물가연동'이라는 제하의 연구보고서를 통해 "물가상승률이 높은 가운데 소득세 과표 구간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어 과표구간의 물가연동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이 같이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 국가의 소득세 과표구간은 누진적 구조로 되어 있어 소득이 많은 납세자가 상대적으로 더 많은 조세를 부담하는 구조다.
하지만 그 세부내용을 따져보면 소득세 과세 대상과 산출방식이 국가별로 조금씩 다르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일본, 호주, 독일 등 OECD 회원국 가운데 15개국은 소득세 구간별 명목소득을 기준으로 과세하고 있지만 네덜란드, 노르웨이, 미국 등 19개국은 소득세 과표를 물가 수준과 연동하고 있다.
보고서는 "물가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높고 과표 구간이 여러 단계인 나라에선 대체로 물가연동을 실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지난 연말 3억원 이상의 과표구간을 신설 38%의 세율을 적용하는 이른바 '한국판 버핏세' 법안이 전격 통과, 과표구간이 기존 4단계에서 5단계로 늘어 과표 숫자가 비교적 많은 나라에 속한다.
보고서는 "2011년 12월31일 소득세 과표구간이 조정되었지만, 구간 설정의 적절성에 대한 논란이 발생했다. 소득구간 경계가 1200만원→4600만원→8800만원으로 이어지다가 갑자기 3억원으로 상승토록 설정한 근거에 논란이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지난해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로 과거에 비해 물가상승세가 뚜렷해지면서 과표구간을 정기적으로 조정할 필요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특히 "소득세 과표구간을 물가와 연동시킬 경우 조세부담율을 안정적으로 유지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처럼 과표 구간이 고정된 상태에서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거나 하락하면, 세율등급의 점진적 변화로 조세부담율도 자동적으로 상승 또는 하락하는 효과가 있는데, 과표를 물가변동과 연계시키면 이럴 가능성이 줄어 보다 안정적으로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2010년 과표소득 1200만원이었던 납세자의 소득세는 72만원으로 평균세율 6%가 적용되지만 2011년 과표소득이 4% 증가한 1248만원이 될 경우 소득세는 79만2000원, 적용세율은 6.3%로 오른다.
보고서는 "물가연동 소득세제가 도입되면 물가상승률 이하로 소득을 못 올린 납세자들의 세부담은 줄어드는 대신, 소득증가율이 물가상승률보다 높은 납세자의 조세부담율은 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소득층의 세부담 등을 고려한 누진성 개선에도 물가연동 세제가 도움이 된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과표구간을 물가에 연동하지 않을 경우, 저소득층의 세부담이 상대적으로 많이 올라 소득세의 누진성이 악화될 수 있다"며 "소득구간 경계를 물가상승률에 맞춰 상향 조정할 경우 각 구간 내에서는 누구나 동일하게 세액이 줄어 저소득자일수록 조세부담률이 더 많이 하락하면서 누진성이 개선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실제로 물가 연동 세제가 도입되면 정부가 주기별로 재량적으로 세율을 조정할 필요 없이 복잡한 세율조정을 최소화 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매년 세법을 개정해야되는 수고를 덜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연구팀이 1996년부터 2009년까지 소득세를 물가 연동 과표구간을 적용해 실험한 결과 전체 세수는 실제 거둬들인 세수와 0.02%(133억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보고서는 "재량적으로 세율을 인하하거나 과표구간을 변경해도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지만, 예측 가능성과 안전성 면에서 물가연동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소득세 과표구간을 물가에 연동하면 실질소득을 기준으로 조세의 형평성과 누진성 면에서 조세정책의 일관성을 확보할 수 있다"며 "최근 높아진 물가상승률을 감안할 때 조세부담률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소득세 과표구간의 물가연동제 도입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