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와 부지매입가격 견해차 상당
하나금융그룹이 글로벌 금융기업 산탄데르를 목표로 아시아 금융허브타운을 세우려는 계획이 삐걱거리고 있다.
2일 하나금융 고위 관계자 등에 따르면 지난 2월 21일 인천시와 MOU를 체결(사진)하고 인천경제자유구역 청라국제도시에 '하나금융허브타운'을 세우기로 한 계획이 양측 간의 부지매입가격 견해차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나금융허브타운'은 용지면적만 약 33만㎡(약 10만평)로 이르면 올해 말 착공해 오는 2016년까지 공사를 진행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1단계 공사추진 비용만 5000억원 가량이 예상되는 이 사업이 초반부터 부지매입가격 문제로 삐걱거리고 있는 것.
인천시는 산업단지인 만큼 하나금융 인근 학교부지와는 다르게 부지매입비용을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하나금융은 이에 난색을 표하며 MOU 이후 사업진척이 제자리 걸음이라는 게 하나금융 고위 관계자의 전언.
하나금융허브타운은 외환은행 인수 이후 금융계 최초로 금융그룹의 전략 허브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해외에서 성공적 사례로 거론되고 있는 '산탄데르'가 그 모델이다.
1980년대만 해도 스페인의 중소은행 중 하나였던 산탄데르은행은 인수·합병(M&A)에 성공하고, 위험한 투자 대신 강점인 소매금융에 집중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로존 최대 은행으로 부상했다.
특히 지난 2004년 보유 건물을 매각하고 마드리드 서북 쪽에 산탄데르 시를 건설한 뒤 본부를 통째로 이전해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한 바 점이 하나금융의 글로벌 금융사 도약의 모델로 제시됐다.
이에 하나금융은 인천 청라신도시에 하나금융본부와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등 연구개발센터, 교육연수시설, 정보기술(IT)센터, 데이터센터, 물류센터 등 기반시설을 옮긴다는 목표 하에 금융타운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비좁은 한국을 벗어나 아시아에서 금융기업으로 위상을 높이고 글로벌 금융그룹으로 도약하는 발판을 구축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현재 양측이 주장하는 부지매입가격에 3~4배 정도의 이견 폭이 발생하고 있어 MOU의 원천 무효도 불가피한 상황이어서 섣부르게 성공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실낱 같은 희망은 인천시의 태도 변화다. 인천시의 입장에서도 신세계 복합쇼핑몰, 하나금융타운 추진 등이 호재가 돼 해외투자자들이 청라국제도시에 큰 관심을 보였던 만큼 하나금융과 같은 주요투자자의 이탈이 달가울 수는 없기 때문.
금융권 고위 관계자 등에 따르면 하나금융 고위관계자와 송영길 인천시장 등이 지난주 급히 골프회동을 갖는 등 막판 의견 조율에 나서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