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감사원이 '조세법령 및 예규통칙 운영실태 점검' 발표를 통해 "기획재정부가 정유 3사에 중질유 재처리 시설 세액공제로 3992억원의 국고를 낭비했다"고 지적한 것에 대해 재정부 내 담당부서인 세제실이 "과도한 특혜가 아니었다"고 항변했다.
재정부 세제실은 2일 발표한 해명자료를 통해 "중질유 재처리 시설 세액공제는 추가적인 혜택을 부여하려는 것보다는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특정시설에 대한 세제지원 차원"이라며 언론 등을 통해 보도된 '특혜설'에 대해 반박했다.
세제실에 따르면 감사원이 지적한 중질유 재처리 시설에 대한 에너지절약시설 투자세액공제는 지난 2001년부터 도입된 것으로, 에너지원 활용도가 낮은 중유를 휘발유나 등유로 재가공·정제하는 시설에 대해 세금을 감면해 주던 제도다.
제도 도입 당시 공제율은 10%로 임시투자세액공제와 동일한 수준이었고, 정유사들은 양 제도 가운데 보다 유리한 공제혜택을 선택할 수 있었다.
쉽게 말해 세금을 중복해서 깎아준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또한 현재 우리나라의 휘발유, 경유 생산능력이 충분히 확보된 점을 감안해 지난해 세법개정을 통해 해당 세액공제 제도를 폐지했기 때문에 추가적인 문제가 발생될 소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그동안 임시투자세액공제 및 중질유 재처리 시설 세액공제율이 법 개정을 통해 지속적으로 등락을 반복하면서 차이를 보였다는 점에서 정유사들이 이 기간 동안 공제율이 더 높은 감면제도를 선택해서 추가적인 혜택을 봤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에 대해 세제실 관계자는 "양 제도의 공제율이 바뀌는 과정에서 정유사의 선택권이 넓었다는 점은 맞다. 하지만 그동안의 공제율 차이를 감안하면 그 차액은 극히 적을 것"이라며 "정유사에게 4000억원 가량이 과다 공제됐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제도를 만들었을 당시에는 정유사들이 경질유 위주로 제품을 생산해서 중질유 활용도가 낮았기 때문에 중질유 활용기술을 우대할 정책적 목적이 분명히 있었다"며 "정유사들이 당시 제대로 쓰지도 못했던 중질유 처리기술을 개발해서 세금혜택을 좀 더 받은 것은 정책적으로 평가받을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재정부가 지난해 세법개정을 통해 중질유 세액공제 제도를 폐지한 배경에는 감사원의 시정 권고 이전에 정책적 목적이 달성됐다는 내부적인 판단 하에 자체적으로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정부가 이번 감사원의 발표에 유독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이 같은 과다 공제 문제가 불거질 경우, 최근 비과세·감면제도를 정비하고자 하는 정책 동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염려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세제실 관계자는 "앞으로도 목적을 달성하거나 실효성이 없는 비과세·감면 제도는 계속 정비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