⑤현대차, 고공행진 임금인상…차 값에 전가될라

올해 임금협상 노사 입장차 극명…현대차에 감도는 전운(戰雲)

노조가 ▲주간 연속 2교대제 시행과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재벌의 사회적 책임 수행 등 3대 핵심요구를 포함해 30여개 요구안을 들고 나오면서 사측과 대립, 업계에선 예년과 달리 타결시점이 점쳐지지가 않을 만큼의 난항을 예상하는 상황이다.

노조 집행부는 기본급 대비 8.4% 수준인 15만원 가량의 기본급 임금인상과 함께 전년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나아가 60세로 정년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또 임금인상 요구안 외에도 주간2교대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을 주장하며 투쟁의 강도를 높이고 있어 험난한 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현 집행부가 지난 1월 울산공장에서 파업을 주도한 전력이 있어, 협상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더구나 노조측은 현행법을 어기게 되는 '타임오프제(노조 전임자가 임금을 받으면서 노조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제한하는 제도)'의 원상회복 등 회사측이 수용하기 어려운 요구를 하고 있어 원만한 협상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



글로벌경쟁 버거운 고임금 비용구조…노조요구 또 수용되면?

현대차 임금협상과 관련한 구조적인 문제는 직원들의 평균연봉이 이미 국내 최고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생산성은 경쟁업체에 못 미치는 상태에 놓였다는 점이다.

지난해 국내 5대그룹직원의 평균연봉은 현대기아차그룹, 삼성, LG, 롯데, SK의 순으로 나타났으며 현대차그룹 안에서는 현대차(8900만원), 기아차(8400만원), 현대모비스(8300만원) 순으로 나타났다.

노조의 요구대로라면  현대차 직원의 평균 연봉은 9300만원 수준이 된다.

업계 전문가에 의하면 현대차의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은 평균 12%수준인데 반해 경쟁업체인 일본의 토요타, 혼다 등은 그 비중이 8∼9%대 수준이다. 이는 일본업체에 비해 현대차가 고임금, 저생산성 구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임금인상이 경영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일본업체 보다 더 큰 편이어서, 무리한 임금인상은 가격경쟁력을 유지하는데 차질을 빚게 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차 노조는 무리한 요구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노조 주장에 따르면 2011년 기준 평균연령 43.8세(부양가족4인), 평균근속 18.8년인 조합원의 통상임금은 월 221만원, 여기에 정기상여금을 더하면 월 임금평균은 370만원 수준으로 많지 않다는 것이다.

비정기적 지원금 성격인 경영성과금, 무분규타결지원금, 임단협격려금(작년기준 약 2200만원)등은 급여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것이 노조측의 주장이다.

이처럼 회사가 공표하고 있는 임금과 근로자가 체감하는 급여의 차이가 큰 점은 노사관계 안정을 해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결국 인건비상승 부담을 상쇄하기 위해서는 생산성향상으로 커버해야한다. 그런데 생산성은 기대에 크게 못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대차 국내공장, 글로벌 경쟁업체와 비교되는 생산성

국내외 전문가들은 현대차 국내공장의 생산성이 해외공장이나, 글로벌 경쟁업체 보다 낮다고 지적한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는 작년 11월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의 생산성을 조립생산성(HPV) 지표를 사용하여 분석한 결과 현대차는 자동차 1대를 생산하는데 31.3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GM은 23.0시간, 포드는 21.7시간, 혼다는 23.4시간, 토요타는 27.1시간으로 월등히 높은 생산성을 보였다.



이와 관련 이채필 고용노동부장관도 지난 3월 기아차 조지아공장과 GM의 랜싱공장을 둘러보고 귀국한 후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자동차 생산성이 경쟁업체에 비해 지나치게 낮다고 밝힌바 있다.

물론 단순한 HPV 수치만으로 생산성을 일률적으로 비교하는 건 무리가 있을 수 있다. 각 공장마다 생산하는 차종을 감안해야 되고 설비가 신형인지, 낙후된 설비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정확한 분석이 가능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대근무제, 임금, 고용의 유연성을 감안하면 국내공장의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비정규직원의 정규직전환 요구와 사측의 대립각

현대차 노조가 기아차 노조, 비정규직노조와 공동으로 이번 협상에서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정규직화를 관철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도 적지 않은 부담이다.

대법원은 지난 2월 현대차에 2년 이상 비정규직으로 근무한 경우 이를 정규직원으로 봐야한다는 취지의 확정판결을 내린바 있다.

이에 대해 현대차는 소송의 당사자인 최모씨 한 개인에 국한된 판결임을 강조하며, 이 판결의 영향이 전체 비정규직으로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반해 노조측은 최씨와 비슷한 처지의 근로자를 찾기 위한 전수조사를 마치고 사측을 압박할 태세다.
 
주간연속 2교대근무제 시행에 따른 노·사간 대립요인도 해결과제

고용노동부가 작년 11월 국내 완성차5사의 근무시간 실태조사 이후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으로 노동자들의 근무여건을 개선하고 신규인력충원을 통한 일자리창출을 주문한 것도 경영압박 요인이 되고 있다.

현대차 노사는 주간연속2교대제의 성공적 정착과 문제점을 도출하기위해 기아자동차의 전 공장에서 3월 26일부터 4월6일까지 9일간 시범운용을 했다.

이 기간 중 기아차 생산량은 하루 5500대에서 4700대로 800여대 줄었다. 금년 안에 라인증설과 추가인력 투입이 없다고 가정하면 기아차의 생산량은 연간 18만대(14%) 감소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현대차에 대입(14%감소)시켜보면 연간 24만대의 생산차질을 빚어 8조6000억원 정도의 매출 감소가 수치상으로 나오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는 생산성과 임금을 반드시 연동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회사측은 "주간2교대제 도입에 따른 생산성 문제는 양보할 수 없다"며 완강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반면 노조는 내년부터 시행키로 합의했던 주간2교대제를 올해 중 전격 시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신규인력의 추가 채용과 국내 생산시설의 증설을 전제 조건으로 달면서도 '노동 강도 강화 및 임금삭감'은 안 된다는 입장이어서 회사 측과 뚜렷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미국 자동차 업계의 빅3가 몰락한 원인중 강성노조의 '과잉복지 불감증'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미국 상원이 구제금융 지원의 전제조건으로 임금삭감을 요구할 정도였다.

그만큼 자동차메이커의 경쟁력에 임금과 노사관계의 안정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남겼다.

이에 따라 국내외 전문가들은 노사 모두 메이저 자동차업체들의 실패사례에 주목하며, 예외일 수 없는 현대차가 이번 문제에서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