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현대차, 화려한 실적 이면(裏面)의 그늘…'빚더미 재무구조'

현대자동차가 지난해에 매출 77조원과 영업이익 8조원을 달성하는 등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리며 쾌속질주 했지만, 높은 부채비율과 고임금 비용구조 그리고 엔저현상에 편승한 외국 경쟁회사들의 거센 도전과 맞물려 험난한 앞날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해말 기준 44조원에 가까운 차입금을 갖고 있는 현대자동차는 최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채무가 많은 주채무계열 1위 그룹으로 지목, 이달 말까지 주채권은행으로부터 '재무구조개선 약정' 체결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재무구조평가를 받아야 할 처지다.

현대차는 이러한 가운데서도 2013년까지 생산설비 확장 등 투자지출을 계속할 계획이어서, 세계경기 위축 등으로 자칫 목표한 매출계획에 차질이라도 빚어 진다면 상당한 경영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올해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새롭게 벌어질 경쟁환경을 감안할 때 현대차의 시설확장 등이 짧은 시기에 너무 급하게 이루어지는 '과다투자'라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 화려한 실적 그 이면(裏面)의 그늘...'빚더미 재무구조'

현대차는 지난 5년간 유래 없는 호황을 겪었다. 2006년부터 5년 사이에 매출이 76.9% 커졌고 이에 따라 영업이익도 4배가 넘게 증가했다.

이러한 호황에 힘입어 현대자동차는 기아자동차와 함께 오랜 숙원이었던 700만대 생산시설 확보를 목표로 지난 5년간 매년 5~10조원 내외의 투자를 하여 5년간 투자 누적액이 33조원에 달하고 있다.

현대차는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지난 5년간 매년 회사채와 장단기 차입금 등 외부에서 자금을 차입할 수밖에 없었다. 그결과 작년말 차입금 총액이 43조8000억원으로 자기자본 대비 부채비율이 171%에 달했다.

삼성전자의 부채비율이 52.8%, 포스코 92.5%, SK텔레콤 91.4%, LG화학 57.5% 등 국내 주요기업의 부채비율이 100% 이내인 것과 비교할 때 현대차의 재무구조는 취약한 수준이다.

금감원은 지난 4일 채무(신용공여액 기준)가 많은 계열을 '주채무계열'로 지정하고 주거래은행들에게 관리를 강화하도록 했는데 현대차 그룹이 1위에 올라 은행의 집중관리를 받게 되었다. 계열사수가 2배에 가까운 삼성그룹의 채무보다 현대차그룹의 채무규모가 더 크기 때문이다.

차입금 규모의 증가는 결국 금융비용 증가로 이어져 지난 5년간 금융비용도 140% 증가했다. 또 올해 당장 상환해야할 차입금도 16조7000억원으로 전체 차입금의 38%를 차지하고 있어 상환부담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 국내 고액연봉 상위권 '싹쓸이'...변화에 둔감한 고비용구조(?)

현대차와 관련해 특히 우려되는 것은 취약한 재무구조뿐만 아니라 손익구조도 지난 5년간의 호황으로 ‘변화에 둔감한 고비용구조’가 된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다.

2011년 상장사가 제출한 사업보고서 내용을 보면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가 국내 상장사 중 고액연봉 상위 1,2,3 위를 차지했다. 한번 오른 인건비는 좀처럼 줄이기 힘들다는 것을 감안할 때 현대차의 손익구조도 재무구조 못지 않은 경고신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과다 차입금과 고비용 손익구조는 영업실적이 부진해 지면 자칫 회사 경영 전체를 위기로 몰고 갈 수도 있다.

■ 해일피해 극복...엔저(円低) 바람 타고 일본 경쟁사 등 거센 반격

현대차가 지난해 사상 유례가 없는 최대실적을 올릴 수 있었던 큰 이유 중의 하나는 일본 지진과 해일이라는 분석도 있다. 해일로 일본 경쟁사들의 부품공장 등의 가동중단 사태가 왔고, 이로 인해 일정부분 현대차가 반사이익을 본 측면이 있다는 것.

그러나 올해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는 것이 업계 일각의 관측이다. 자연재해 기간 동안 숨죽이며 반격을 별러왔던 경쟁사들이 뺏긴 시장을 되찾기 위해 분명 사력을 다해 나서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3월 본격 발효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현대차가 얻게된 가격경쟁 우위 요소를 엔저(円低)현상이 상쇄, 자동차시장을 향한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미국 자동차 전문 미디어인 Ward’s Auto의 미국시장점유율 자료에 의하면 현대차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전열을 정비한 미국, 일본 메이저 업체들의 시장탈환 공세로 2011년 6월 5.6%로 꼭지를 찍은 뒤, 지난 1분기 4.7%로 이미 0.9% 포인트 하락했다.

올해에도 해외 메이저 자동차 업체들은 50여 종에 달하는 신차를 내놓으며 대반격에 나설 채비를 갖추고 있는 반면, 현대차는 4종의 신차로 대응할 계획이다.

미국시장의 점유율은 향후 세계 시장 판매에 커다란 영향을 주므로 현대차의 미국시장점유율 하락은 향후 매출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자동차 전문지 Autonews가 집계한 지난 7년간 주요 자동차 업체들의 미국시장 점유율 변화를 보면 매년 0.94% 포인트의 증감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고 2.0% 포인트 내외까지 변동하는 일도 자주 발생했다.

시장점유율이 4.7% 수준인 현대차의 경우 점유율 1~2% 포인트의 감소는 매출의 20~40%가 줄어 드는 것이어서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현대차의 차입금 44조원, 계속되는 시설투자, 국내최고 인건비 등에 대하여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는 현대차가 이렇게 조그만 시장의 변화에도 크게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높은 부채비율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부채비율이 높은 이유는 연결회계기준에 따라 현대캐피탈 등 계열회사가 포함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쟁사 보다 신차출시 모델 수가 적은 것에 대해서는 "신차가 출시되면 일반적으로 2~3년은 신차효과가 있으므로 작년에 출시된 모델로도 내후년까지는 영업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대차의 이같은 해명에 대해 회계전문가들은 "연결대상에 포함됐다는 것은 경영 또는 영업면에서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어 하나의 사업단위로 봐야 한다는 뜻이며, 연결대상회사의 부채에 대하여 모회사 역시 자유로울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신차출시에 대해서도 국내 자동차판매회사의 한 딜러는 "신차의 판매수명이 상대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감안하면, 올해처럼 많은 차종이 함께 경쟁하는 경우 신차의 판매수명도 달라 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국내 신차등록대수를 보면 수입차 판매량이 지난 3월 한달새 50%나 증가, 증가율 면에서 국내차를 앞서고 있다.

현대차 그룹이 국내 제조업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8% 정도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현대차의 경영성과는 우리경제에 커다란 영향을 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돈 벌었다고 급여를 국내 최고 수준으로 올려 주고 빚을 얻어 공장을 확대하는 등 잔치를 하기보다는 아직은 기술, 생산, 판매의 경쟁력을 높여 시장점유율 감소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또 세계적인 금융위기 등에 대비해 차입금 규모를 줄이는 등 재무구조 건전화에 더 많은 노력을 쏟아야 할 때라는 지적이다.

고급대형차로 승부하던 미국, 일본, 독일 메이저 업체들이 2012년에는 가볍고 경제성을 강조한 모델들을 내놓으면서, 판매와 이익목표를 예상보다 작게 설정하고 있다. 이들의 이런 기민하고 꼼꼼한 영업전략을 주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