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내수판매량 감소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해 4월 이후 감소추세가 뚜렷하다. 반면 국내에 진출한 수입 자동차는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날개 돋친 듯이 팔리고 있다.
■ 수입차 파죽지세…경기 위축에도 급성장 지속
지난 1분기 국내시장에서 수입차의 판매량은 작년말 대비 35%나 증가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국내시장에서 자동차 판매량이 9% 감소한 점을 감안하면 높은 성장세다.
수입차는 지난 10년간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 오다 최근 3년 동안 급성장을 보이고 있다. 연간 6만대 수준이었던 판매량이 지난해 10만대를 넘어 섰다. 이에 따라 시장점유율도 지난해 8% 대로 올라 섰다.
이런 추세는 올 들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 3월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수입차는 한달에 1만 648대가 팔려 작년 12월 7879대 보다 35.1% 나 많이 팔렸다. 시장점유율도 사상 처음으로 10%를 넘어 섰다.
■ 수입차에 안방 내주는 속도 가속화…내수실적 급제동
반면 현대차는 지난 1분기에 판매량이 5.1% 줄어드는 부진에 빠졌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7.6%나 하락한 실적이다.
내수판매량은 작년 4월 6만대를 넘긴 후 계속 감소, 올들어서 까지 한번도 6만대를 넘어 서지 못하고 있다.
더욱 눈에 띄는 변화는 이런 '수입차 증가 현대차 감소' 추세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는 것이다.
작년 초만해도 현대차의 월 판매량이 3~4% 감소하고 수입차는 7~9% 정도 증가하는 추세였다. 그런데 지난 하반기 부터 현대차는 10%~20% 줄어들고, 수입차는 15~30% 늘어나는 달이 자주 눈에 띈다.
일본업체들이 지난 하반기 리콜사태와 쓰나미 충격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반격을 시작하면서 현대차가 크게 밀리고 있다. 토요타 캠리는 지난 2월 BMW, 벤츠를 제치고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1위에 등극했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현대차가 해외 업체에게 급속히 안방을 내주는 이유에 대해 기초 기술력 차이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6년 째 수입차를 타고 있다는 한 전문직 여성은 "주위에서 모두 안전성을 고려해 외국차를 권한다"며 비싼 가격에도 수입차를 타는 이유를 설명했다.
미국 자동차 전문미디어 오토모티브 뉴스는 "미국 소비자가 쏘나타를 사는 첫번째 이유는 디자인이나 성능이 아닌 풍부한 제품보증 때문"이라며 "디자인, 성능에 대한 소비자들의 의견을 간과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 FTA 발효로 국내시장 글로벌화 가속…현대차 발만동동
한-EU FTA에 이어 한-미 FTA가 발효되면서 현대차가 누려온 홈그라운드 이점이 어느 정도로 빨리 소멸될지 관심이다.
현대와 기아차는 그동안 국내에서 80% 내외의 점유율을 유지해 왔다. 업계전문가들은 그 이유로 ▲ 낮은 가격 ▲ A/S의 편의성 ▲ 국민감정과 공공기관 업무차량 독점공급 등 홈그라운드의 이점이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그러나 이러한 이점도 해외 유명 메이커들의 공격적인 마케팅 전개로 이제는 맘껏 누릴 수 없을 거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BMW, 포드 등은 수입관세 인하에 따라 국내 시판가격을 3~5% 인하했다. 폭스바겐은 60개월 할부조건을 내놓았다. 토요타도 미국공장에서 생산한 차를 한국에 들여 오면서 가격을 3% 낮췄다. 렉서스 SUV모델 RX350은 무려 590~940만원 인하했다.
가격뿐만이 아니다. 수입차업체들은 한국 소비자들의 최대 불만 사항이었던 A/S와 부품 공급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 말부터 A/S 망을 확대하고 국내 부품재고 비축량을 늘리고 있다. 포드코리아는 부품가격을 35%나 인하했다.
한국수입차협회 관계자는 "지난 1분기에만 수입차의 시장점유율이 2.5%p 증가했다"며 "이러한 추세라면 연말까지 최소 15%~20% 까지 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현대차의 내수시장 하락에 대해 한 인터넷 자동차 동호회 회원은 "품질도 가격도 서비스도 수입차에게 밀리면, 현대차에게 남는 것은 국민들의 애국심 뿐"이라고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