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고가-고품질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편의사양을 높이며 신차가격을 인상한 것에 대해 소비자의 불만이 들끓고 있다. 현대차가 신차가격을 '살짝만 올렸다'고 했지만, 차에 필요한 기본적인 옵션을 장착시킬 욕심을 조금이라도 내면 얘기는 달라진다는 것이 소비자들의 불만.
신차의 가격과 성능을 비교해 본 많은 소비자들은 "사양만 높여 가격을 올렸을 뿐 성능이 나아진 것은 없다"며 현대차의 고가정책에 노골적으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지난 4월 내놓은 싼타페와 관련해 현대차는 "경기 침체를 고려해 가격을 이전 모델보다 1~3% 인상했다"고 발표했지만, 싼타페의 선택사양 가격표를 살펴 본 네티즌들은 높아진 선택사양 가격에 대해 "현대차가 눈에 띄지 않게 가격을 올리기 위한 꼼수를 부린다"고 주장하고 있다.
■ 싼타페, 1% 인상했다지만 기본옵션 장착하면 '얘기 달라져'
현대차는 최근 신형 싼타페를 출시하면서 주력 모델(2.0 2WD) 가격을 기존 싼타페 보다 24만원 올렸다고 발표했다. 0.8%만 인상된 가격이다.
그러나 싼타페를 구입하려고 매장을 찾았던 회사원 P씨(용인시 죽전동, 45)는 "선택사양 가격이 50~100% 이상 올라서 기본적인 옵션만 장착해도 이전 싼타페 보다 200만원이 더 든다"며 "24만원 인상했다는 발표는 신차가격 인상을 감추려는 얄팍한 상술"이라고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네이버, 다음 등 인터넷 포탈사이트의 자동차 페이지를 방문한 네티즌들은 "엔진과 미션은 구형 그대로, 편의사양만 넣고 풀체인지라며 가격을 올렸다"고 더욱 싸늘한 반응을 보이는 분위기다.
이번 출시된 신형 싼타페의 선택 사양을 보면, 요즘 SUV 차량의 필수 항목인 선루프를 와이드 파노라마 선루프로 변경해 옵션 가격이 42만원에서 120만원으로 세 배 가까이 인상됐다.
HID 헤드램프,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 등의 옵션을 장착하면 기존 3198만원에서 3488만원으로 290만원이 더 비싸진다. 결국 10% 가깝게 오른 가격이 된다.
여기에 네비게이션을 선택하면 170만원이 추가돼 전체 가격은 3658만원으로 폭스바겐 티구안의 최저가격인 3700만원과 다를게 없다는 것이 신차 애호가들의 분석이다.
■ 그랜저, 고급 옵션을 기본으로 장착하면 가격 20% 인상
작년 출시한 그랜저는 가격을 10~20%인상해 소비자들을 당황하게 했다. 올 3월 미국에서 출시할 때는 무려 20~25% 인상했다.
현대차는 가격을 인상하면서 "어느 명차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품질"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현대차가 주장하는 고품질에 대해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기본적인 성능의 개선없이 선택사양이었던 것을 기본 사양으로 전환하면서 가격을 올렸기 때문이다.
그랜저 HG 의 경우 HID 헤드라이트, 후방주차 보조센서,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 등이 기본으로 장착되고 파노라마 썬루프만이 선택사양이다.
미국 US뉴스는 신형 그랜저에 대해 "편의사양을 좋아 하는 소비자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지만, 가격이나 주행감 등을 고려하면 포드나 클라이슬러 차가 더 만족감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가격이 오른만큼 성능개선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셈이다.
그랜저는 국내시장에서 지난 3월 판매량이 전월 보다 14.1% 감소했고 4월에도 전월대비 2.4% 감소하는 등 판매감소가 이어지고 있다. 2011년 4월과 비교하면 30.1%나 감소한 실적이다.
■ 쏘나타, 가격도 안 올렸는데 일본차 나오자 마자 판매량 급감
현대차는 작년 1월 현대차의 주력모델인 쏘나타 신형을 출시했다. 예상과 달리 가격은 소폭인상에 그쳤다.
업계에서는 쓰나미 등 여파로 일본차들이 주춤하는 틈에 확고하게 기반을 다지려는 전략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략은 맞아 떨어지는 듯 했다. 쏘나타는 작년 상반기 미국내 각종 자동차 전문지의 평가에서 상위 랭킹을 차지하며 판매량도 크게 증가했다.
그러나 작년 하반기 토요타의 캠리 신형이 출시되자마자 얘기는 달라졌다. 올들어 혼다 어코드, 포드 퓨전, GM 말리부 등 경쟁 차종에서 신형이 나오면서 상승세가 꺽여 버렸다.
미국 오토모빌 매거진은 쏘나타에 대해 "가격과 가벼움은 기대해도 좋지만 파워, 토크, 주행감은 기대할 수 없다"며 기본 성능에 대해서는 여전히 낮게 평가했다.
쏘나타는 미국시장에서 지난 4월 전년동기 대비 7.6% 판매량이 감소했다. 올 3월과 비교하면 한달 사이 11.8%나 감소해 감소세도 커지고 있다.
■ 성능향상 없이 편의사양 고급화로 올린 가격…시장 외면
시장조사 업체인 마케팅 인사이트가 최근 자동차 구매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산차를 사지 않는 첫 번째 이유로 '가격과 구입조건'을 꼽아 국산차의 인상된 값에 거부감이 큰 것을 알 수 있다.
수입차의 절대가격이 국산차 보다 높은데도 불구하고 연비와 안전성 그리고 내구성 등을 고려하면 국산차의 가격이 결코 싸지 않게 느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업계에서는 "이제는 소비자들의 차에 대한 안목이 높아져 근본적인 성능향상 없이 편의사양에 의존해 가격을 올리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현대차의 최근 판매부진을 우려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