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세는 명백한 범죄행위다. 이 중 최근 세계적 해결과제로 떠오른 '역외탈세'는 지능형 범죄에 속한다. 복잡한 거래과정에 돈을 흘려 과세관청의 눈길을 교묘히 피해나가며 제 배를 불리는 역외탈세는 반사회적 행위다.
국세청이 역외탈세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강력한 세무조사권 행사를 벼르는 이유는 다른 것에 있지 않다. 역외탈세가 국부유출은 물론 대기업·대재산가들이 덜 낸 세금만큼 중산층과 서민들이 조세부담을 떠 안겨 소득양극화를 고착시키는 폐해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지난해 '선박왕' 등에 대한 고강도 세무조사를 통해 9637억원의 세금을 추징한 국세청은 올해 상반기에도 역외탈세 105건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해 총 4897억원의 탈루세금을 추징하는 성과를 만들어 냈다.
하반기에도 국세청은 한층 강화되는 국제공조 체계 등을 바탕으로 역외탈세자에 대한 강도 높은 응징을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 상속세 1515억원 탈세 돕고, 하늘나라로… = 상당 규모의 해운회사를 운영하던 사주 A씨는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 선박운영수익과 선박매각대금 1700억원을 스위스 등 제3의 조세피난처에 개설한 해외차명계좌에 은닉했다.
사망직전 A씨는 은닉자금을 인출해 상속인 등에게 송금하거나 사용처를 불분명하게 만들어 상속인에게 물려줄 재산이 없는 것처럼 위장해 상속세를 탈루하도록 사주했다가 국세청의 그물망에 걸려들었다.
고인은 갔지만, 세금은 남았다. 국세청은 상속인들이 내지 않은 상속세 1515억원을 추징하고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고발조치했다.
□ 선친이 남긴 재산, 해외로 빼돌린 나쁜 아들 = 대재산가 B씨는 선친이 친인척 명의로 명의신탁해 놓은 회사 주식을 상속세 신고누락한 뒤 이를 매각해 얻은 450억원을 국내 유령회사를 통해 해외직접투자 방식으로 유출했다.
이 돈으로 B씨는 호화별장을 구입하는 등 흥청망청 사용했다. 이 뿐만이 아니었다 해외 현지법인 가공경비를 계상하는 방법으로 136억원의 해외 비자금을 조성해 홍콩 등에 개설한 해외계좌에 숨겨놓고 있다가 국세청에 걸려들었다.
국세청은 B씨에게 상속세 등 680억원과 함께 해외금융계좌 미신고에 따른 과태료 등 재산상의 불이익과 함께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사법기관에 고발조치했다.
□ 스위스에 세운 그 회사, 알고 보니 탈세용 = 중견기업 사주 C씨도 조세피난처를 이용해 탈세한 케이스. 스위스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뒤 회사 명의로 국내에 있는 기업에 투자했다. 투자에 따른 배당소득 71억원, 주식매각 양도가액 283억원 등 대박을 터뜨렸다.
이 돈은 고스란히 조세피난처에 개설해 둔 자신의 해외계좌로 이체 숨겨두고 세금은 단 한 푼도 내지 않았다. 국세청은 C씨에게 소득세 등 133억원을 추징하는 한편 해외금융계좌 미신고에 따른 과태료 또한 부과했다.
□ "화려한(?) 투자활동, 세금은 없었다" = 중견기업 사주 D씨는 홍콩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우로 이를 통해 홍콩 상장법인에 우회투자한 후 35억원의 배당금과 105억원 주식양도차익을 얻었지만, 세금은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이 투자금들은 다시 페이퍼컴퍼니를 우회해, 한국인 전문 홍콩현지은행의 해외펀드에 예치됐고 여기서 69억원의 소득이 또 발생했지만, 이 돈을 비밀계좌에 넣어둔채 해외금융계좌 신고도 하지 않고 버티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소득세 152억원 추징, 해외금융계좌 미신고 과태료 부과. D씨의 화려한(?) 투자활동의 결론은 비극으로 끝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