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리보(LIBOR)사태? 공정거래위원회가 CD(양도가 가능한 정기예금증서)금리 담합의 윤곽을 잡아가면서 금융계가 술렁이고 있다.
CD금리는, 은행에서 발행되고 증권회사 등이 중개해 매매되는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등의 이자에도 적용되는 만큼 만일 담합이 확인되면 이에 따른 소비자 피해가 커질 수 있는 상황.
19일 금융계에 따르면, 공정위가 CD금리 담합을 조사 중인 가운데 한 금융회사가 담합사실을 자진신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가 신한·국민·우리·하나 등 주요 시중은행과 10개 증권회사에 현장조사를 나선지 이틀 만이다.
금융회사가 자진신고를 한 이유는 공정위가 운영하는 리니언시(자진신고 감면제도) 덕분인 것으로 추측된다. 공정위는 담합사실을 가장 먼저 자진신고 한 기업에 과징금을 면제하거나 깎아주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시중은행의 자금담당 임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담합이 이뤄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정기적으로 간담회를 열어 각종 정보를 교환하는데, 이 것이 담합의 창구로 악용됐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은 것.
이러한 상황에 금융당국도 비상이 걸렸다.
그동안 은행의 관리와 감독에 소홀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 특히, 지난해 저축은행 비리사태로 몸살을 앓은 금융위원회 및 금융감독원에는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정은보 금융위 사무처장은 "공정위의 담합조사와 관련한 사실은 구체적으로 아는 바가 없다. 공정위에서 법에 따라 처리하면 금융위는 필요한 제도적 개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공정위와 금융위 간 사전협의 없이 현장조사가 이뤄진 것에 대해 "꼭 사전협의가 있어야 하는지는 자신 있게 말 못하겠다. 단, 빠른 시간 안에 정책적 면에서 보완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영국의 대형은행 바클레이즈에서는 런던은행 간 단기자금 거래금리이자, 국제금융 거래기준이 되는 리보금리 조작사태가 불거진 바 있다. 바클레이즈는 리보금리를 낮춰 건전성 지표를 조작했는데, 국내은행의 CD금리 조작이 수익과 연결되는 것과 비교하면 다른 성격을 띠지만, 금융사기라는 점에서 다를 수 없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CD금리가 조작됐다면, 금융의 추악한 단면이 드러난 것이나 다름없다"고 우려했다.
한편, 지난달부터 운영 중인 금융당국 및 금융계의 태스크포스(TF)에서는 리보금리 개편방향을 참고해 CD금리를 대체할만한 새로운 금리를 개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