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 마른 정부, '이차보전'으로 균형재정 유지

총수입 373.1조원, 총지출 342.5조원

올해 예산안은 경기침체 여파로 대폭적인 세입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균형재정 기조를 이어가기 위한 이른바 '고육지책(苦肉之策)' 예산안으로 평가된다.

정부는 직접 재정융자지원 중 6조7000억원 상당을 이른바 이차(이자차익, 利差)보전 방식으로 지원하고, 이를 통해 확보된 3조5000억원 상당의 재원을 취득세 감면 및 보육료 지원 등에 쓸 계획이다.

내년 당초 세워둔 계획보다 약 8조원 가량(224조2000억원→216조3700억원)의 세수입 부족현상이 예상됨에 따라 정부의 예산운용 폭이 상당히 줄어든 상황.

수입이 대폭 줄어드는 만큼, 기존 각 분야별 지출규모를 유지하면서 취득세 감면, 무상보육 등으로 발생된 지자체 세수부족분 등을 메꾸기 위해 일부 융자사업에 대해 직접적인 재정지원에서 이자지원 형태로 바꾼 것이다.

하지만 국민 여론에도 불구하고 인천공항 등 공기업 지분매각분을 세외수입으로 또 다시 편성한 점과 함께 올해 전 소득계층이 지원받았던 0~2세 무상보육 지원 축소(소득하위 70%만 혜택)계획 등 일부 내용들은 연말 국회 논의과정에서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 재정수지 GDP –0.3%…"균형재정 기조 유지"

25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3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국세, 세외수입, 기금 등을 포함한 전체 총수입은 373조1000억원, 예상되는 총지출 금액은 342조5000억원이다.

총수입 증가율(8.6%)이 총지출 증가율(5.3%)보다 많은 형태로, 재정건전성 기조를 이어가 균형재정 목표를 달성토록 구성됐다. 사회보장성 기금을 뺀 실질적인 관리재정수지는 –4조8000억원으로 GDP(국내총생산)대비 –0.3%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석준 재정부 예산실장은 "올해 당초 계획보다 경제상황과 재정여건이 좀 어려워진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재정건전성 기조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충된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며 올해 예산안 편성과정의 어려움을 밝혔다.

다만 정부는 내년도 재정융자지출 6조7000억원 부분을 '이차보전' 방식으로 지원, 내년도 실질적인 총지출 증가율을 2.0%p 늘릴 계획이다.

이를 통해 확보된 3조5000억원의 가용재원은 취득세율 인하 및 무상보육 등에 따른 지자체 재정부담 완화와, SOC 투자, 일자리·취약계층 지원 등에 사용할 예정이다.

정부는 당초 2013년 실질 재정수지가 플러스로 전환돼 균형재정을 이룰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예상보다 저조한 경제상황에 따른 세입확보의 어려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재정수지가 당초 예상과 달리 –0.3%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정부는 균형재정 기조에는 변화가 없다는 입장이다. 재정수지가 –0.3~0.5% 정도라면 국제기준으로도 균형재정이라고 하기에 무리가 없다는 설명.

이 실장은 "기준에 따라 조금씩 다르겠지만 조세연구원 등과 같은 전문기관이나, IMF, OECD등도 재정수지 -0.3~0.5% 정도면 균형으로 볼 수 있다고 보고 있다"며 "경제여건에 따라서 어느 정도 탄력성을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 경제성장률 3.3% 고수…"경기부양 정책 효과 기대"

정부는 당초 예상과 달리 올해와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수정하지 않았다. 일각의 예상과 달리 지난 6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발표 당시 제시했던 3.3% 목표를 그대로 유지했다. 내년도 성장률 또한 4.0%로 종전 전망치를 고수했다.

이와 관련 이 실장은 "올해 발표된 1, 2차 재정집행 정책의 효과가 어느 정도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기업규제 완화대책도 계획대로 추진됐기 때문에 이런 부분들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해서 특별히 (성장률)전망치를 변경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부는 향후 재정수지와 국가채무 비율도 안정적으로 관리될 것으로 자신했다.

재정부에 따르면 작년과 올해 GDP대비 –1.1%를 기록했던 재정수지는 내년도 –0.3%로 적자 폭이 감소하고, 오는 2014년부터는 0.1% 흑자로 전환된 데 이어 2015년 0.1%, 2016년에는 0.5%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국가채무도 금액 자체는 늘어나지만, 경제규모 성장에 따라 전체적인 채무비율은 낮아질 전망이다.

재정부는 올해 445조2000억원으로 GDP대비 34%인 국가채무 비율이 내년에는 33.2%(464조8000억원), 2014년 31.4%(470조6000억원), 2015년 29.9%(481조2000억원), 2016년 28.3%(487조5000억원) 등으로 점차 내려갈 것으로 예측했다.

◆ 인천공항 등 공기업 매각, 무상보육 축소 논란 예고

정부는 분야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대체적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에서 각 분야별로 예산을 배정했다.

구체적으로 보건·복지·노동(97조1000억원), 일반공공행정(57조3000억원), 교육(49조1000억원), 국방(34조6000억원), SOC(23조9000억원), 농림·수산·식품(18조3000억원), R&D(16조9000억원), 산업·중소기업·에너지(15조7000억원), 공공질서·안전(15조원), 환경(6조3000억원), 문화·체육·관광(4조8000억원), 외교·통일(4조1000억원), 지방재정지원(1조3000억원) 예산이 책정됐다.

정부는 집행부진, 성과미흡, 외부지적 사업에 대해 총 2조2000억원 규모로 예산을 감액했고, R&D, 보조금, 국방 분야 등 8개 영역에 대해 1조5000억원 상당의 예산을 줄였다.

최근 문제가 부각된 성폭력·학교폭력 피해를 줄이기 위해 관련 예산을 50% 이상(성폭력 2631억원→4055억원, 학교폭력 1849억원→2957억원) 증액한 부분도 눈에 띈다.

반면, 연말 국회 심의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되는 부분도 있다.

정부는 여론과 정치권의 반대가 극심했던 인천공항 등 공기업 지분 매각분을 세외수입으로 편성했다. 특히 지난 18대 국회에서 좌초된 인천공항 일부 지분매각분(4000억원)을 고스란히 수입으로 잡아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0~2세 보육비 지원과 관련된 부분도 원안대로 통과되기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정부는 재정 부담을 이유로 올해 전 소득계층에 지원되던 보육비를 내년부터 상위 30% 가구에 대해선 중단하는 방향으로 예산안을 편성했다.

이와 관련 김동연 재정부 2차관은 "부모에게 시설보육과 가정양육의 선택권을 주겠다는 원칙하에 예산을 편성했다"며 "3~5세 양육수당을 신설하고, 0~2세 보육수당의 경우 소득 상위 30%는 자부담해서 올해와 같은 재원부족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