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세수입 203.3조원, 예산보다 2.5조↓
정부, 2013년 국세 세입예산 '8조' 하향조정
지난 2005년 이후 줄곧 예산을 초과 달성했던 국세수입이 올해는 7년 만에 예산에 못 미치고 '펑크'가 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내년이다. 2013년 국세 세입예산은 지난해 정부가 예상했던 금액과 비교해 1년 만에 8조원 가까이 쪼그라들었다.
유럽 재정위기 장기화 등으로 세계경제의 부진이 계속되면서, 침체된 우리 경제도 좀처럼 활력을 찾고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 맘 때만 해도 4.5% 성장이 예상됐던 한국 경제의 장밋빛 미래는 2%대 저성장으로 시들어 버렸다. 내년도 성장률도 정부는 4.3%로 낙관적인 전망을 유지하고 있지만 민간 경제연구원은 물론 국책연구기관인 KDI 마저 최근 3%대 초반까지 끌어내렸다.
그동안 계속됐던 국세 수입 초과실적 행진에 제동이 걸림은 물론, 세계경제 회복에 속도가 붙지 않을 경우 내년도 세입 증가율 또한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다.
급증할 복지예산을 확충할 재원도, 균형재정을 달성할 자금도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신기루'처럼 눈앞에서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 7년 이어진 초과세수 실적, "경기침체에 발목" = 그동안 우리나라 국세 수입은 정부의 예상을 뛰어넘는 일이 다반사 였다. 국세 세입예산보다 세수실적이 적었던 해는 지난 2003년이 가장 최근일 정도로 오래된 일이다.
정부는 2003년 국세 세입예산을 122조1000억원으로 잡았지만, 실제 세수는 117조8000억원으로 약 3조5000억원 가량 덜 걷혔다.
하지만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 연속으로 국세 세입은 줄곧 예산을 초과 달성했다. 2007년의 경우 147조3000억원의 예산보다 14조2000억원이나 많은 161조5000억원의 국세가 징수됐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우리나라를 강타했던 2008년과 2009년에도 국세 세입은 예산보다 각각 3조6000억원, 5000억원씩 많았다. 2010년과 지난해에도 예산에 비해 연평균 6조원 이상의 국세가 초과 납부됐다.
국세 수입 규모도 꾸준히 늘었다. 2005년 127조5000억원, 2006년 138조원, 2007년 161조5000억원, 2008년 167조3000억원으로 늘던 국세 세입은 2009년 164조5000억원으로 잠시 주춤했지만, 2010년 177조7000억원, 2011년 192조4000억원으로 금새 회복됐다.
소득세, 법인세, 부가세 등이 전체 세수의 75% 이상을 차지하는 국세 특성상 경제성장률과 세수 실적에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 경기가 호조를 보이는 만큼 국민들의 소득도, 기업의 이익도, 국내 소비도 늘어나며 납부할 세금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 세수구조 때문이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2005년 4.0%, 2006년 5.2%, 2007년 5.1%, 2008년 2.3%, 2009년 0.3%, 2010년 6.2%, 2011년 3.6%로 다소 기복은 보였지만 연평균 3.8%의 준수한 성장률을 유지했다.
하지만 올해 경제성장률은 정부의 낙관적인 전망(3.3% 성장)과 달리 유럽 재정위기 장기화에 따른 세계경제의 침체 속에 이미 2%대 하락이 확실시된다. 세수 증가율 또한 경제성장률과 함께 동반 추락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 빗나간 4.5% 성장의 함정, "세수실적 부족" = 정부는 지난해 9월 2012년 예산안을 발표하며, 올해 국세 세입예산을 205조8000억원으로 설정했다.
취업자 수 증가로 근로소득세는 전년 대비 1조6000억원 증가하고, 민간소비와 수입 증가로 부가가치세도 4조7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를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제도 전환, 법인세 수입도 13조1000억원 이상 늘어난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예상했던 올해 국세 세입예산의 전제 조건은 4.5%에 달하는 경제성장이다. 우리 경제가 올해 4.5% 성장할 경우 소득세, 부가세, 법인세 등 국세 수입이 2011년에 비해 6.8%(13조844억원) 가량 늘어난다는 가정이다.
하지만 올해 한국 경제는 예상과 달리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정부도 하반기 들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3%까지 끌어내렸고, 민간 경제연구원과 KDI는 최근 2%대 초반까지 성장률을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정부의 빗나간 경제성장 예측은 세입예산 과다로 이어졌고, 결국 계속된 경기침체로 성장률이 하락하며 올해 세수입은 예산에 못 미치는 불상사가 발생할 전망이다.
정부가 25일 발표한 2013년 국세 세입예산안에 따르면 지난해 3.9%로 예상됐던 민간소비 증가율은 올해 들어 2.5%까지 떨어져, 부가세 수입이 예상보다 2조8000억원 가량 줄어들 것으로 나타났다.
내수침체로 소비 여력이 떨어지며 수입 증가율도 기존 전망치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5%대로 급락, 관세 수입도 예산 대비 1조원 이상 감소한 10조5903억원에 머물 예정이다.
이 달부터 근로소득 원천징수세액 10% 인하 방안을 전격 시행함에 따라 근로소득세 수입이 1조3000억원 가량 감소하는 등 소득세 수입도 지난해 편성했던 예산보다 6000억원 가량 덜 걷힐 전망이다.
□ 내년 4%대 경제성장, "2013년 세입예산 달성될까?" =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이 빗나가며 국세 세입예산 달성에 실패한 정부가 내년 국세 수입을 216조4000억원으로 책정했다.
내년에는 세계경제의 성장세가 회복되고 국내경기도 점진적으로 개선돼 올해 국세 수입 실적보다 6.4% 가량 세수가 증가한다는 전망이다.
정부의 내년도 국세 세입예산안은 2013년 4.0% 이상의 경제성장에 계산식이 맞춰졌다. 고용확대, 경기회복 등으로 소득세 세수가 5조4000억원 가량 증가하고, 올해 상반기 영업실적을 감안할 때 법인세도 5000억원 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 민간 소비는 3.6% 늘고, 수입액 규모가 올해보다 10% 이상 증가해 부가세와 관세 세수실적도 올해보다 각각 4조9000억원, 4000억원씩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최근 올해 및 내년도 경제성장 전망치를 앞다퉈 수정한 민간 경제연구원들은 내년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3% 초반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KDI도 지난 17일 '2012년 수정 경제전망'을 내놓으며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3.4%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유럽 재정위기의 해법이 좀처럼 도출되지 않는 상황에서 불안정한 세계경제 여건이 계속될 경우 내년도 경제성장률이 4%대를 밑돌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4% 경제성장을 전제로 책정된 216조4000억원에 달하는 2013년 국세 세입예산 달성 확률도 함께 낮아지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