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가 좀처럼 자세한 내역을 파악하기 어려운 이른바 '비협조적 조세피난처'에 대한 직접 투자현황 자료를 내놓아 관심을 끌고 있다.
2일 재정경제부가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올 6월말 현재 6개 비협조적 조세피난처에 대한 우리나라의 직접투자금액 잔액은 121만4천 달러, 약 14억원 가량이다.
조세피난처란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자본거래에 대해 거의 세금을 물리지 않거나 외부의 정보교환 요구에 제대로 응하지 않는 지역을 통칭하는데, 지난 98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40개 국가를 잠정적 조세피난처로 판정하면서 오는 2005년을 시한으로 하는 조세제도 정비 일정을 제시하도록 한 바 있다.
그러나 안도라, 리히텐슈타인, 라이베리아, 모나코, 마셜제도, 나우루 등 6개 국의 경우 아직까지 세부 이행 일정을 제출하지 않아 요주의 대상인 '비협조적 조세피난처'로 규정됐다.
이들 국가중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직접투자가 남아있는 나라는 라이베리아, 모나코, 마셜제도 등 3개국으로 마셜제도가 113만6천 달러로 가장 많고 모나코와 라이베리아가 각각 6만8천 달러, 1만 달러라고 재경부는 밝히고 있다.
그러나 당국의 의심을 살게 뻔한 조세피난처 투자 사실을 자발적으로 신고하는 경우가 많지 않을 뿐더러 다른 지역에서 돈세탁을 거쳐 조세피난처로 유입된다면 현실적으로 추적도 불가능해 실제 투자 규모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해 국세청이 조세피난처를 이용해 세금을 탈루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세무조사가 대상기업만 65개, 탈루추정액이 4천억원 이상이었고 금융감독원이 적발한 주가조작 사건중 조세피난처에 설립된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한 사건도 상당수 끼어있는 것만 봐도 실제 규모가 훨씬 클 것임을 짐작하게 하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외환거래가 자유화되면서 우회경로를 통해 조세피난처로 가는 자금을 체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그러나 이들 자금은 부당이득을 얻은 뒤 국내로 역유입되기 마련이어서 나갈 때는 쉽지만 들어올 때는 세무당국이나 금융정보당국에 상당수가 적발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