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례 1
3년여전 고속도로를 달리던 토요타 차량이 멈추지 않고 가속화되면서 시속 192km(120MPH) 상태에서 고속도로 끝부분에 충돌하며 차안에 타고 있던 가족 3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토요타는 일부 모델에서 급발진 사례가 보고됨에 따라 2009년 하반기부터 미국 시장에서만 약 800만대의 차를 리콜했으며, 미 정부에 4880만 달러의 과징금을 물었다.
토요타는 자체 조사를 통해 가속페달이 눌어붙는 현상과 운전석 바닥의 매트가 가속페달을 누르는 현상 등으로 인해 급발진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는 해명을 했다.
미국 시장에서 줄곧 1위를 달려오던 토요타는 시장의 신뢰를 잃어 지난해 점유율 3위로 추락했다. 토요타가 신뢰를 회복하고 올해 1위로 복귀하는데 2년이란 세월을 보내야 했다.
◆…토요타자동차의 가속장치 페달 불량으로 숨진 운전자의 목소리가 담긴 동영상. 출처 : 유튜브 화면 캡처
# 사례 2
지난 3일 미사리 경정장에서 한불모터스가 개최한 에코 연비 마라톤이 열렸다. 이날 대회에는 운전자 약 100여팀이 참가했다.
한불모터스측은 대회에서 시트로엥 프렌치 프리미엄 해치백 DS3 1.4 e-HDi 운전자가 미사리와 춘천을 오가며 약 170km의 거리를 리터당 53km라는 최고 연비효율을 기록하며 완주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연비측정 방법을 둘러싸고 네티즌간 설전이 벌어지면서 연비의 진위 여부가 도마위에 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연연비를 확인할 수 있는 에너지관리공단 홈페이지에는 시트로엥의 공인연비가 전혀 기록조차 되어 있지 않았다. 이로인해 시트로엥의 판매는 대대적인 홍보전을 펼친대 비하면 기대에 크게 못미치고 있다.
# 사례 3
미국 환경보호청은 현대차의 2013년형 싼타페(2WD) 2.0L 모델에 공인연비를 기존 25MPG에서 23MPG로 8.0% 강등조치했다. 새로 인정받은 23MPG는 리터당 9.7km에 해당되는 거리다.
한국의 에너지관리공단에도 현대차 싼타페 2.0디젤 2WD 모델의 공인연비가 표시되어 있다. 에너지관리공단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이 차종의 연비는 리터당 15.0km로 되어 있다.
현대 싼타페가 에너지관리공단에서 인정받은 공인연비는 미국에서 최근 조치된 공인연비보다 무려 54.6%나 더나간다. 오차라고 하기엔 너무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한불모터스가 지난 3일 연비 마라톤대회를 개최했다.
■ 소비자 신뢰회복 급선무… 공인연비 제도 전면 수정해야
미국에서의 현대차 연비과장 사건은 토요타와 같은 대량 리콜 사태는 아니지만 방심하면 큰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는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
급발진 사건으로 미국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었던 토요타는 2년이라는 어려운 시기를 겪어야 했다. 8백만대에 달하는 차량을 리콜하고 수리한 결과, 소비자들의 신뢰를 조금씩 회복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환경보호청의 지적에 곧바로 승복하고 미 소비자들에게 즉각적인 보상조치를 취했다. 이는 분명 토요타와는 다른 면목이었다. 그렇다고 현대차그룹에 닥친 위기가 곧바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현대차그룹이 미국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선 더욱 엄격한 연비측정 기준을 갖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남양연구소에서 실시되고 있는 연비측정에 관한 자료를 공개하고 전문가와 일반인이 참관하도록 해 신뢰를 높이는 방안도 검토해봄직하다.
정부기관도 업계의 과잉보호정책으로 자동차 산업을 육성하려는 낡은 방식보다는 글로벌 시장에서 해외업체와 경쟁할 수 있도록 품질 개선을 유도하는 쪽으로 선회해야 할 때이다. 한국의 자동차산업이 세계시장에서 강자들과 승부를 겨뤄야 하고 내수시장보다 해외시장에서 승부를 내야 하는 환경에 놓였기 때문이다.
그런만큼 국내 시장에서부터 소비자들의 목소리에 보다 귀를 기울여 경쟁력을 키울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에너지관리공단부터 현대차 연비과장 사태를 계기로 국산차와 수입차에 대한 현행 공인연비 제도와 운영방식을 전면 개선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공인연비에 대해 신뢰감을 가질 수 있도록 오차 범위를 줄이고 허위로 공인연비를 신고하는 자동차 제조업체들에 대해서는 징벌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미국과 같은 집단소송제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소비자 보호는 물론 제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대·기아차의 품질경영으로 세계자동차 시장에서 국산차의 위상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시장점유율이 높아질수록 견제 또한 많아질수 밖에 없는게 현실이다. 이번 연비과장 사태를 계기로 국내 자동차 업계가 품질과 품질표시기준을 선진국 기준으로 강화하여 해외시장에서 더욱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