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엑센트
신연비, 美환경보호청 신고와 비교하면 ‘제멋대로’
연비 검증가능하도록 측정방법과 기준 공개해야
새해부터 모든 차에 적용되는 신연비(복합연비) 발표를 앞두고 현대·기아차가 국내서 발표한 연비가 미국에 신고한 복합연비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어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국내에서 판매하는 자동차에 대해 공인연비제도를 시행해왔으나 실제 주행연비와 격차가 커 현실성이 떨어지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새로운 연비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하지만 이마저 '고무줄 측정'이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똑같은 차량을 갖고 한국과 미국에서 측정한 복합연비는 현대 엑센트의 경우 8%의 차이가 발생한다. 미국에서 측정한 연비가 한국보다 높게 나왔다.
그러나 벨로스터 1.6L 차량은 미국의 연비가 한국보다 낮다. 트림이 자동인 경우 미국 표기 연비는 한국보다 9.9%, 수동은 3.8% 각각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과 미국에서의 연비측정이 모두 5가지 실주행 여건을 반영해 이뤄지고 있으나 이같은 차이가 발생하는데에는 뚜렷한 설명이 없어 소비자 불신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자동차 제작사가 신고한 연비를 다른 시험기관에서 동일한 방법으로 측정할 경우 과연 똑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겠는가에 대해서도 의문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자동차 제작사가 주도해오던 연비측정 방식에서 시민단체도 검증할 수 있도록 측정방법과 기준을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조세일보가 에너지관리공단에 신고된 자동차 제작사의 공인연비를 트림별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현대차는 151개, 기아차 130개, 한국지엠 47개, 쌍용차 28개, 르노삼성 11개 등 모두 367개 트림을 신고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와 함께 자동차 제작사들이 올해 신고한 신연비 차량을 트림별로 보면 현대차가 71개, 기아차 84개, 한국지엠 31개, 쌍용차 4개, 르노삼성 1개 등 모두 191개의 트림으로 되어 있다.
◆…자료 : 미국 환경보호청 & 에너지관리공단
■ 소비자 검증 제대로 받지 못해 문제발생시 '제2의 연비과장 파문' 우려
엑센트 1.6휘발유 수동6단의 경우 신연비는 리터당 14.7km로 표기되어 있다. 그런데 현대차가 미국 환경보호청에 신고한 복합연비는 리터당 13.6km이다. 동일한 모델의 승용차인데 한국 시장에서 표기된 신연비는 미국보다 8.0% 높은 것으로 되어있다.
정부는 올해부터 신규 출고되는 모델이나 제원이 크게 바꿔진 차량에 대해서는 5가지 실주행 여건을 반영해 변경된 방식으로 신연비를 신고토록 했기 때문에 신고된 차량의 신연비는 에너지관리공단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자동차 제작사가 국내 신고한 신연비가 모두 미국 환경보호청에 신고한 것에 비해 모두 높은 것은 아니다.
벨로스터 차량은 미국보다 한국에서의 연비가 더 낮게 나타나 눈길을 끌고 있다. 벨로스터 1.6L 자동의 경우 미국 복합연비로는 리터당 13.1km를 달리나 국내 신연비로는 11.8km의 주행거리로 나와 미국보다 9.9%가 낮은 것으로 신고됐다. 수동의 경우 미국의 13.1km에 비해 3.8% 낮은 리터당 12.6km로 되어 있다.
현대차 제네시스 3.8L 자동은 한국신연비와 미국복합연비가 모두 리터당 9.3km로 동일했다.
현대차 제네시스 5.0L 자동은 한국신연비가 리터당 8.2km로 미국복합연비 8.2km에 비해 오히려 0.3km 낮은 것으로 나왔고, 기아차 스포티지도 한국신연비가 리터당 9.7km로 미국복합연비에 비해 0.5km 낮게 나타났다.
문제는 한국과 미국의 연비측정 방식이 똑같은 5가지 실주행 여건을 반영하고도 오차 범위가 지나치게 크다는 점이다.
현대·기아차가 미국에서 3%를 넘어서는 연비과장으로 인해 매년 1천억원 수준으로 소비자 보상을 하게됐다. 그런데 새로운 기준으로 발표한 복합연비가 미국과 한국에서 3%를 넘어서는 오차를 보이고 있어 제2의 연비과장 사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한국과 미국의 연비측정 시 보정계수가 다르기 때문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미국에서 측정하는 차량의 옵션이 다를 수 있으며 사용하는 휘발유의 옥탄가에 따라 측정거리도 다르게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한국신연비가 미국복합연비에 비해 훨씬 높게 나오거나 간혹 낮게 측정되는데 대해 자동차 제작사가 연비측정시 '고무줄 잣대'를 적용하는 것이 아니냐며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자동차 복합연비 측정방식을 자동차 제작사에 맡길 것이 아니라 공인인증관 제도를 도입해 공정성과 객관성을 갖출 수 있는 제도적 개선을 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김필수 교수는 “국내 실정에 자동차 제작사의 자기인증제가 과연 맞는가 생각해봐야 한다”고 의문을 제기한 후 “자동차 제작사의 주행저항 측정시 올바르게 검증할 수 있는 인증관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려대학교 기계공학부 박심수 교수는 “자동차 제작사가 소비자를 속일 수 있는 개연성이 언제나 존재하기 때문에 분명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면서 “전문가인 인증관이 직접 현장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자동차 제작사의 자가인증 시 입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