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연비 자가측정 문제있다…외부전문가 참여해야"
시민단체, 자동차 소비자 집단소송제 도입 주장
현대·기아차의 미국 연비과장 사태를 계기로 공인연비 표시와 관련한 자동차회사의 모럴 해저드가 도마에 올라 자동차 업계 전체로 불똥이 튀게됐다.
노회찬 진보정의당 의원은 28일 국회의원회관 간담회실에서 경제정의실천연합과 공동으로 ‘자동차 공인연비제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를 주제로 긴급토론회를 가졌다.
현대·기아차의 연비과장 사태가 소비자, 시민단체, 정부 관계부처 뿐아니라 국회로까지 불이 옮겨 붙는 양상이다.
이날 긴급토론회를 주관한 노회찬 의원은 “토론회를 앞두고 모 자동차 회사에서 전화가 왔다”고 전한 뒤 “토론회를 계기로 시민사회, 정치권, 그리고 정부가 함께 자동차 연비시험의 객관성을 높이고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고 강조해 관련제도의 개선의지를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참석자 모두가 공인연비와 체감연비가 너무나 동떨어져 있어 문제가 있다며 개선의 필요성을 공감했다. 자동차산업협회 김성익 상무는 “공인연비와 실제 주행한 연비와 차이가 많기 때문에 불만이 많다”고 지적하고 “나 자신도 소비자로서 불만”이라며 공인연비와 체감연비의 격차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정부측에서 나온 지식경제부 나성화 에너지절약협력과장은 “자동차에 대한 사후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소비자에게 정보를 제한하고 있다는 인식이 든다”고 전제하고 “현행 제도가 자동차 제작사 위주로 되어 있다는데 공감하고 있다”고 말해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녹색교통운동 송상석 처장은 “공인연비와 실제연비 차이는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국민들이 현대· 기아차를 먹여 살리느라고 지갑마저 열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그동안 국민들이 많이 참아줬는데 이제는 대승적 입장에서 자동차회사에 대한 규제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회찬 의원과 경실련이 28일 국회에서 자동차 공인연비제도 긴급토론회를 개최하고 있다.
김필수 교수 “소비자 중심의 새로운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
이날 토론회에서 주제발표에 나선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자동차 연비측정 사전· 사후 검증시 시민단체 등 외부 전문가가 참여해야 한다”면서 “국내 실정에 자동차 제작사의 자기인증제가 과연 맞는가 생각해봐야 한다”며 문제점을 제기했다. 김 교수는 “국내 제도 및 법규의 중심을 제작사로부터 소비자 위주로 바꾸어야 하는 시기가 됐다”면서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나선 박심수 고려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차량 동력계 연비시험 시 자동차 제작사의 인위적인 조작에 의해 연비가 부풀려지지 않도록 해야한다”며 “인증관 입회 및 사후관리 등의 정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해 김 교수의 주장에 동조했다.
시민단체를 대표하는 참가자들은 인증관제 도입과 함께 자동차 제작사들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할 근본적인 대책을 고민할 때라고 지적했다.
녹색교통운동 송상석 처장은 “현대·기아차는 미국에서 집단소송제가 있어 자발적인 보상을 했지만 국내에서는 소비자 권리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면서 “증권거래에만 국한되어 있는 집단소송제를 자동차 분야로 확대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방안”이라고 역설했다.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 강경희 운영위원은 “검사 대상이 되는 제품을 생산한 자가 검사를 할 수 있도록 했고 문제가 있어도 별다른 제재가 없는 것이 현재의 공인연비제도”라면서 “공인연비에 대해 신뢰성을 담보할 아무런 장치가 없다”고 지적했다.
자동차산업협회 김성익 상무는 “앞으로 자동차 제작사가 공인연비의 신뢰성을 확보하고 보다 정확한 연비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공인연비는 법적 용어가 아니면서도 마치 정부가 공인해주는 듯한 인식을 주기 때문에 소비자들을 기만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나성화 지식경제부 과장은 ‘공인연비는 소비자들에게 혼선을 주기 때문에 표시연비나 참고연비와 같은 용어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에 “공인연비 (용어) 사용에 대해서도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나 과장은 학계와 시민단체가 자동차 제작사의 자가인증제도에 문제가 있어 인증관을 입회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예산이 부족하고 인증관 인력수급도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돼 도입하기가 힘들 것”이라며 인증관제 도입에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연비제도의 개선 필요성에 업계,소비자, 관련부처, 국회 모두가 공감하고 있는 것이 확인됨에 따라 국회차원의 제도개선 압력이 거세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자동차 관련 소비자보호 운동을 지원할 집단소송제 도입 등 민감한 현안이 부각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