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의 퇴직연금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불건전 영업을 한 금융회사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주요 시중은행과 보험회사, 증권사들이 법을 어기고 퇴직연금을 판매하다가 금융 당국에 걸려든 것이다.
5일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0월부터 약 한 달 반 동안 우리은행·하나은행·동양생명·LIG손해보험·우리투자증권·하이투자증권을 검사한 결과, 이들이 규정을 위반하면서 퇴직연금 영업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하나은행은 퇴직연금에 가입하면 신용 대출의 이자를 더 적게 받았다. 현행 규정상 금융회사 직원은 퇴직연금 가입을 빌미로 우대금리 등 유리한 조건을 제시할 수 없으나 일반 대출자에 비해 0.76%포인트 낮은 이자를 받은 것.
또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동양생명, LIG손해보험은 중도 인출을 허용했다. 퇴직연금은 근로자의 노후 대비 용도로 만들어진 만큼, 무주택자의 주택 구입 및 질병·요양 등 특수한 상황에 한해 중도 인출을 허용하는데, 제대로 확인 없이 지급됐다.
우리은행 등은 최고 500만원의 과태료를 처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최종 결정은 금융위원회에서 내려진다.
이밖에 퇴직연금 운용 상황에 대해 가입자에게 허술하게 안내한 사실도 밝혀졌다.
현행법은 금융회사의 일감 몰아주기나 방만한 자금 운용을 막기 위해, 자사(自社)의 원리금 보장형(정기예금 등) 상품에 적립금 전체의 절반 이상을 투자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금융회사는 규정 한도를 초과해도 이를 알리지 않거나 방치했다.
윤호연 금감원 금융서비스개선3팀장은 "금융회사들이 퇴직연금 가입자에 대해 1년에 1번 이상 교육을 하고 내부 통제 체계를 구축하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