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등급' 채권에 '세제 혜택'…일부 부작용 우려

신용도 낮은 기업들이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어려워지자, 정부가 투자자에게 세제 혜택을 주는 '히든카드'를 꺼내들었다.

고수익·고위험의 채권형펀드, 일명 '하이일드펀드'에 가입하면 투자액 5000만원까지 종합과세 대신 분리과세를 적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경기 침체로 금융시장이 악화되고 하이일드펀드에서는 돈이 빠져나가고 있어 투기를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또 분리과세의 경우 고소득층에만 해당되는 만큼 형평성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8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회사채 시장 정상화 방안'에 따르면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올해 안에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경기 침체가 길어지고 기업들의 자금난이 가중되면서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의 회사채 발행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며 "기획재정부와 합의를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신용등급 'BBB' 이하의 비(非)우량 회사채를 30% 이상 편입한 하이일드펀드는 배당소득세(14%)가 분리과세 된다.

그동안 회사채 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BBB' 등급 이하의 채권에 대한 투자 기피 현상이 계속돼 왔다.

금융위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 위기인 2008년 이후 투기 등급 채권의 발행이 크게 위축돼, 'BB' 등급의 발행은 2000년 9.1%에서 지난해 0.9%로 10분의1 이상 줄어들었다.

지난해 9월 웅진그룹이 웅진홀딩스에 대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투자자들의 불신은 더욱 커졌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최근 1개월 간 글로벌 하이일드펀드에서는 자금 7031억원이 대량으로 유출됐다. 국내외 펀드 중 가장 큰 규모였다. 1주일 사이에도 2262억원이 빠져나갔다.

지난 3개월 수익률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1개월 수익률은 -3.53%, 3개월 수익률은 -2.18%를 기록했다.

벤 버냉키(Ben Bernanke)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최근 한 콘퍼런스에 참석해 "과도한 수익 추구 행위나 위험 추구 행위에 대해서 특별히 자세하게 들여다보고 있다"며 "이는 자산의 펀더멘털과 가격의 관계를 왜곡시켜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제레미 스타인 연준 이사도 지난 2월 하이일드채권에 대해서 주의를 촉구한 바 있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투자 유인이 높아진 만큼 기대가 크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고소득층일수록 세제 절감을 위해서 하이일드펀드에 투자할 유인이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하이일드펀드는 간접투자이고 대부분 고액투자자들이 많기 때문에 어차피 저소득층 투자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