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통 세금이 걷히질 않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정부가 잡았던 세입목표 달성 가능성이 한참 멀어지고 있다.
세수가 걷히지 않는 것은 한국경제가 처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거울이나 다름없다.
경제전망에 있어서 지나친 낙관론에 사로잡힌 정부의 '오버페이스'도 문제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예측의 영역에 있지 않던 세월호 침몰 여파까지 뒤집어 쓴 한국경제가 크게 휘청이고 있기 때문이다.
세금은 경제가 잘 돌아가면 저절로 잘 걷히기 마련. 경제전반에 걸쳐 생성된 크고 작은 균열이 국고(國庫)에 큰 '싱크홀'로 연결되고 있는 것이다.
당초 4.1% 경제성장률을 목표했던 정부는 최근 스스로 0.4%p를 깎아내려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7%로 조정했다. 경제성장률 0.1%p에 2000억원 가량의 세수가 좌우된다는 것이 통설.
문제는 통설 자체를 깨부수는 세수부진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한민국 경제에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 빈곤도 높아지는 '국고(國庫)' = 정부가 올해 세입예산(국세)으로 책정한 금액은 216조5000억원. 하지만 올해 상반기(1~6월) 국세수입 누적액은 98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조2000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세수진도율은 지난해 동기 대비 더 떨어진(2.7%p) 45.5%에 불과, 8조5000억원의 세입부족이 발생한 지난해보다 더 거북이 걸음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역시 여러 요인들을 감안하지 않고 단순 곱셈으로 계산할 경우 세입예산 대비 19조7000억원의 세입부족이 발생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정부의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3.7%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3%의 성장률을 기록한 지난해 세입확정치(201조9000억원) 대비 7조원 이상의 세수가 더 징수되어야 한다.
하지만 상황은 정반대로 가고 있는 형편이다. 정부가 세수확보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내놓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측면에서 3년 연속(2012년~2014년) 대규모 세수결손은 이미 확정적인 상황이다.
세수가 지지부진하다면 결국 '재정압박'의 강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대한민국은 '복지 패러다임'에 사로잡혀 이곳 저곳 써야 할 돈도 많은 상황이다.
모든 것을 다 해내기 위해서는 국채 발행 등 '빚'을 내어 재정을 충당해야 할 형편이다. 정부는 OECD회원국들과 대비해 재정건전성에 아직까지 큰 문제가 없다고 자신하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재정수입 기반이 탄탄하다는 담보가 잡혀있을 때 유지가 가능한 일이다.
즉, 경제가 제대로 돌아간다는 조건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최근 2~3년 사이의 대한민국 경제는 그렇지가 못한 형편이다.
□ 지나친 '경제 낙관론', 세수부족 더 키운다 = 사실 정부의 세수추계는 근사치라도 들어맞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정부는 꾸준한 지적에도 불구, 매년 경제상황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예측해 이를 세입예산안에 반영하면서 세수결손 상황이 더욱 도드라지게 만들고 있다.
표면적으로 볼 때 잘못된 성장률 전망이 세수결손(또는 초과)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할 수 있다.
실제로 정부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해마다 오류를 범하고 있었다.
2007~2012년까지 5년간 기획재정부의 경제성장률 전망 평균 오차는(평균 예측오차는 예측치-GDP 실적으로 계산한 후 절대값을 평균한 것) 2.33%p로 확인됐다.
같은 기간 국회 예산정책처는 1.82%p의 오차가 발생했고, 한국개발연구원과 한국은행은 각각 1.58%p와 1.5%p의 오차를 보였다.
더욱이 민간경제연구소의 경우 LG경제연구원이 경제성장률 전망 오차가 평균 1.37%p로 가장 낮았다.
국제-국책-민간 경제연구소를 통틀어 정부가 '꼴찌'를 기록한 것이다.
성장률 전망치 오차가 적은 것이 기관의 능력과 권위를 상징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추세를 고려하면, 정부는 '낙제점'이라고 하기도 부끄러운 수준인 것이다.
어긋난 성장률 전망은 고스란히 국세수입의 오차로 이어졌다. 지난 10년간(2004~2013년) 국세수입 전망의 결산대비 본예산 오차는 평균 6조6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조원의 세수펑크를 기록했던 지난해만 놓고 봐도 정부는 성장률을 4%대로 잡고 세입예산을 계산했다. 17조3000억원에 달하는 '슈퍼추경'을 단행하면서 이중 12조원을 세입결손 메우기 위해 사용했다.
이도 모자라 불용예산까지 늘리는 수단을 동원했다.
그런데도 8조5000억원의 세입결손을 막아내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지나치게 낙관적인 경제성장률 전망이 출발점이나 다름없었다는 것이다.
특히 일반적 통설(성장률 0.1%p=세수 2000억원)과 지난해와 올해 세입 현황을 냉정하게 뜯어볼 때 '마이너스 성장'을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지 않다면 이제 경제성장률과 세수 사이의 함수관계를 재정립해야 하는 시점에 도달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 또 다른 위협요소, 세계적 '저성장' = 세수결손 문제는 비단 2012년과 2013년, 올해만의 문제로 귀결되지 않을 공산이 크다. 대외 경제여건에 민감도가 높은 한국경제의 특성을 감안할 때 현재의 대외 경제여건은 장기간에 걸쳐 한국경제를 침체 일로에 빠뜨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근 발표에 따르면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등 G7(주요 7개국)의 올해 성장률은 1.5%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는 연평균 성장률이 2%를 웃돌았던 1981~2013년의 추세에 한참 못 미치는 것이다.
최근 초당적 기구인 미 의회예산국 CBO도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1.5%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미 행정부의 전망치 2.6%보다 크게 낮은 것이다.
중국 경제도 올해 초부터 반등세를 보이다가 하반기 들어 부동산 경기 하락 등 영향으로 횡보하면서 올해 성장 목표치 7.5%를 달성하기 어려운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미국 경기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중국 경제성장 둔화까지 겹치게 되면 한국경제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게다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은 성장이 정체된 상황이며, 일본과 영국은 각각 마이너스(-) 성장 국면에 빠진 형국이다. 주요국 경제지표에 잇달아 '빨간불'이 켜져 있는 형편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내년 상황이 급반전된다는 보장도 현재로서는 뚜렷한 무언가가 없는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내년 이후 한국경제의 회복을 견인할 모멘텀을 찾기가 매우 힘겨운 상황이다. 정부가 내년 확장적 재정편성 등 공격적 재정전략으로 경제성장을 견인한다는 방침이지만, 세수결손 상황을 해소하지 못한 상황에서의 확장적 재정운용은 '독(毒)'으로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와 여당은 내년 정부 예산을 올해보다 5.5% 가량 늘리기로 했다(373조5900억원 수준).
하지만 정부가 지출확대로 경제회복을 견인하는 것은 '반짝효과'는 있으되 근본적인 경제활성화 대책은 아니라는 지적이 대부분이다. 정부 주도의 경제구조가 아닌 민간 주도의 경제구조가 확립된 상황에서 민간의 힘을 끌어낼 수 있는 유인책을 확대하는 것이 더 바람직 하다는 것이다.
기업과 가계의 투자와 소비를 이끌어 내지 못한다면 경제활성화 자체가 어렵고, 세수결손 상황이 누적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지출이 커질 경우 결국 재정건전성에 심각한 균열을 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