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대한민국은 처음으로 '인구 5000만 시대'를 열었다.
한국전쟁이 발발한 1950년 2000만명 언저리를 오고가던 인구는 전후 2차례 '베이비붐'을 경험하며 1970년 3000만명을 넘어섰고, 1990년 4300만명을 돌파해 2012년 5000만명에 도달했다.
최근 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초저출산과 향후 인구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인구는 아직까지 증가세를 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2030년 5216만명으로 '정점'에 이를 전망이다.
하지만 한국의 인구증가는 여기까지가 '한계'일 것으로 보인다. 2030년 이후 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서며 2045년에는 다시 4000만명 대로 뚝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의 예측이 맞아 떨어진다면 인구 5000만명 시대는 불과 33년 만에 막을 내리게 되는 것이다.
급기야 최근에는 '인구소멸론'까지 등장했다.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동안 낳을 수 있는 평균 자녀수) 1.19명이 지속될 경우 2750년 대한민국 인구는 멸종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인구 전체가 소멸될 지경까지는 도달할 가능성은 매우 적지만 천연자원부족으로 '사람이 곧 자원'인 대한민국이 머지 않은 미래 심각한 위기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인구와 경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유엔 미래 보고서 2040에 따르면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은 2005년 2만5000명의 실질 인구 감소가 나타나기 딱 10년 전부터 시작됐다.
한국은 2020년 이후 노동생산인구가 감소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2020년의 10년 전은 2010년.
이미 한국 경제는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을 답습하기 위해 여정을 시작한 것인지도 모른다.
□ 아기 울음소리 사라져가는 대한민국 = 인구감소에 대한 해답은 상당히 '심플'하다.
출산율을 높이면 된다. 프랑스, 스웨덴 등 유럽 몇몇 국가와 같이 이민자수를 늘리는 방법도 있긴 하지만 이는 '궁여지책'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한국의 출산율은 도무지 높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3포 세대'(취업, 결혼, 출산 3가지를 포기한 현대 세대)라는 신조어가 생길 만큼 사회 전반에 걸쳐 출산 기피증이 만연해 있는 상황이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3년 출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조출생률은 8.6명으로 전년의 9.6명보다 1명 감소했다. 지난해 인구 1000명당 8.6명이 태어났다는 의미다.
인구 증가세가 높았던 지난 1970년 당시 조출생률은 31.2명이었다.
출생아 숫자는 지난해 43만6500명을 기록하며 전년의 48만4600명보다 9.9%(4만8100명) 줄었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합계출산율)도 1.187명으로 떨어졌다. 2002년 1.297명을 기록하며 1.3명대 돌파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었지만, 오히려 크게 뒷걸음을 친 것이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가장 낮을 뿐 아니라, OECD 평균 합계출산율 1.7명(2011년 기준)과의 격차도 점점 더 벌어지는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 고령화, 주름살 깊어지는 한국의 '민낯' = 출산율 하락은 나라 전체를 늙게 만든다.
인구고령화에 따른 사회적인 문제는 더 이상 일본, 독일, 이탈리아 등 이미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인구의 20% 이상)에 진입한 선진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의 경우 2000년 고령화사회(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7% 이상)에 진입했으며 2018년에는 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가 14% 이상),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970년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3.1%에 불과했다.
하지만 2000년 7.2%에 달했으며, 2012년에는 11.8%를 돌파했다.
아울러 65세 이상 인구는 2020년 15.7%, 2030년 24.3%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며, 2040년 32.3%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통계청은 2050년에는 전체인구의 37.4%가, 2060년에는 40.1%가 65세 이상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유소년 인구(0세~14세)는 지난 2010년 798만 명에서 꾸준히 감소해, 2060년에는 447만명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유소년 인구를 앞지르게 되는 시점은 2017년이며 2060년에는 유소년과 고령의 인구 격차가 4배에 이르게 될 전망이다.
□ "성장잠재력 고려없는 복지확대 경계해야" = 저출산·고령화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이들을 부양할 사람은 많아지는데, 일할 사람은 점점 더 줄어든다는 것이다.
인구고령화가 지속될 경우 생산가능인구는 감소하게 되고, 고령화된 인구에 대한 의료비 등을 포함하는 사회복지비용은 지속적으로 증가함으로써 국가 경제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저출산의 경제적 영향은 치명적이다. 특히 사회경제활동을 주로 책임지는 생산가능인구(15~64세) 감소는 성장잠재력 하락과 직결된다.
일하고 세금 낼 사람의 숫자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보건사회연구원의 '초저출산과 향후 인구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는 2016년 3722만명까지 불었다가 이후 2030년 3301만명, 2050년 2421만명, 2080년 1418만명, 2100년 948만명 등으로 가파른 내리막을 걷게 된다.
이에 따라 생산가능인구 100명당 노인인구 비율인 '노년 부양비'의 경우 2010년 15.2명에서 2030년 38.7명, 2050년 75.4명으로 높아지다가 2080년(101.3명)에 100명을 넘어서게 된다.
생산가능인구 100명당 노인 101명이 짝을 이루는 인구 구조로, 젊은층 1명이 노인 1명을 경제적으로 부양하는 셈이다. 더구나 2100년에는 이 노년 부양비율이 108.9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전문가들은 낮은 출산율이 유지될 경우 적정수준에 비해 인구는 절반에 그치고 생산가능인구도 1300만명이상 부족해 노동력 부족, 내수시장 위축, 사회보장 부담 급증 등이 나타나 결국 재정수지 악화, 저성장 또는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정부는 2006년부터 5년 단위로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세워 100여개의 과제를 추진해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8년간 100조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됐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예산 비중도 2006년 0.52%(4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1.93%(24조6000억원)로 높아졌다. 특히 매년 평균 10조원의 예산이 저출산 분야에 투입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좀처럼 초저출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정부의 정책방향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출산 정책은 양육 수당, 육아휴직 등 미시적 정책만으로는 부족하고 ▲공교육 강화 ▲학제 개편 ▲아동 안전시스템 구축 ▲고비용 주거 구조 해소 ▲노후보장 ▲출산 친화적 고용문화 ▲가족(결혼·자녀 관련) 가치관 변화 등 다양한 사회구조·문화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성장잠재력을 고려하지 않은 복지확대는 성장률 하락과 재전건전성 악화의 악순환 가능성이 있어 경계해야 하며 성장잠재력을 확충할 수 있는 방향의 조세제도 개편 등 전반적인 시스템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서강대 곽태원 교수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전제한 뒤 "2050년까지 부양비율이 6.3에서 1.5명으로 떨어진다는 것은 평균 노동 생산성이 현재보다 4배 이상 커져야 1인당 소득이 유지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은퇴연령의 상승 등이 이뤄지면 부양비율하락 속도를 완화할 수 있겠지만 조세정책이나 복지확대 등 모든 정책은 생산성 향상이라는 목표와 연결되어 디자인 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