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문화콘텐츠에서 미래 신성장 동력 찾다

문화콘텐츠 산업에 3년간 7500억원 지원 

단계별·맞춤형 금융지원 추진
수익률 6.7%, 은행 전체 투자수익률 웃돌아 

국제시장, 명량, 수상한 그녀, 군도. 

이들 영화에는 공통점이 있다.  '대박'이 난 작품이다. '명량'은 1700만 관객을 동원해 역대 관객 수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국제시장' 역시 어르신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14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재미난 발상과 함께 가족애를 떠오르게 한 '수상한 그녀'도 800만명을 훌쩍 넘겼다.

이들 영화를 보면서 무심코 지나쳤겠지만 자막에 낯익은 이름이 나온다. 바로 투자자 'IBK기업은행'이다. 

기업은행은 다른 시중은행과는 달리 문화콘텐츠산업에 적극적으로 금융지원하고 있다. 문화콘텐츠에 대출부터 직접투자, 펀드 출자 등 다양한 형태로 돕고 있다. 동반성장 차원에서 대기업과 문화콘테츠기업의 '중매쟁이'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다.

보수성이 짙은 은행에서 수익성 보장이 안 돼 있는 문화콘텐츠에 투자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이처럼 기업은행이 문화콘텐츠산업 육성에 발 벗고 나설 수 있었던 것은 은행권에서 유일하게 문화콘텐츠 관련 전문인력으로 구성된 문화콘텐츠금융부가 있었기 때문이다.

기업은행 문화콘텐츠금융부는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과 권선주 현 은행장의 의지가 담겨 2013년 7월 팀에서 부로 승격됐다.

양성관 문화콘텐츠금융부장은 "문화콘텐츠산업에 대한 금융지원은 CEO철학이 바탕이 돼야 한다"며 "기업은행은 미래 신성장 동력을 찾다가 문화콘텐츠 부분을 선택해 집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콘텐츠기업들은 대부분 중소기업보다 못한 영세한 기업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기업은행의 존재 이유와 잘 맞아 떨어진 것이다.

양성관 부장은 "콘텐츠 기업들은 대부분 매출 10억, 종업원 10인, 자기자본 10억원 이하인 '10·10·10' 구조의 영세한 기업"이라며 "영세기업이 많은 산업의 허리를 튼튼하게 만드는 것이 기업은행 본연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문화콘텐츠산업을 미래 신성장 동력 산업으로 삼고 발전시키려는 목적으로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업은행이 이 산업을 택한 것은 문화콘텐츠산업의 부가가치가 높고 고용창출 효과가 크다는 점을 감안했기 때문이다. 문화콘텐츠산업을 우리나라 핵심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은행권의 자금지원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한 것이다.

그 동안 문화콘텐츠기업은 '고위험 산업군'으로 분류돼 은행권의 지원이 미미했다.

그러나 기업은행 문화콘텐츠금융부는 장기 플랜을 가지고 맞춤상품을 개발하면서 투자를 진행해왔다. 

기업은행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간 문화콘텐츠산업에 7500억원의 금융지원을 목표로 이미 3800억원을 공급했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한 만큼 수익률도 높은 편이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12월 기준 문화콘텐츠분야 투자수익률로 6.7%를 기록했다. 은행 전체 투자수익률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특히 기업은행이 투자한 영화 '수상한 그녀'는 203%라는 천문학적인 수익률을 내기도 했다.

아울러 기업은행은 문화콘텐츠산업에 특화된 대출상품 및 IP저작재산권 펀드 등 맞춤형 상품개발을 통한 금융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또 59개 영업점을 문화콘텐츠 거점지점으로 삼고 콘텐츠 전담 실무자를 배치해 현장 밀착형 기업지원을 벌이고 있다.

양 부장은 “영업점에서 문화콘텐츠 관련 대출 요청이 들어오면 문화콘텐츠금융부에서 기업과 콘텐츠 발전 가능성을 판단해 컨설팅을 하고, 해당 지점장이 최종 판단해 자금지원을 한다”고 설명했다.

콘텐츠 기업과 작품에 대한 투자뿐만 아니라 관련 대출까지도 연계하는 프로세스가 갖춰져 있는 것이다. 

기업은행은 다른 은행들처럼 금융상품의 마케팅 차원에서 문화콘텐츠를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리스크를 안고 투자를 한다. 이 때문에 자본공급을 통한 문화콘텐츠산업 인프라 구축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올해 지원 규모를 확대하고 지원수단도 다각화할 방침이다. 지난해 130여억원 규모의 투자 규모를 올해는 400억원까지 확대한다. 콘텐츠의 기획과 제작, 마케팅 등 단계별 특성과 기업 규모별 자금수요에 따라 콘텐츠 맞춤형 금융지원도 추진할 계획이다.

양성관 부장은 콘텐츠기업들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콘텐츠의 가치와 가능성이 높더라도 콘텐츠를 통한 비즈니스 모델, 예상 매출과 수익흐름에 대한 자금계획이 중요하다”며 “지속가능한 콘텐츠기업으로서의 방향성을 가지는 것은 물론 재무제표에도 관심을 갖고 충분히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