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 문제투성이…", 상증세법 '손질' 요구 거셌다

◆…"상증세제, 국회에서 꼭 고치겠습니다" = 23일 조세일보와 강석훈 의원(새누리당) 공동주최로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상속증여세 정상화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에 앞서 토론회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과세관청 자의적 과세소지 '도마 위'…"포괄주의 손질"

우리나라의 상속·증여세법의 과세체계가 납세자들의 피해를 양산하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증여개념의 확장적 의미를 담고 있는 '완전포괄주의'로 인해 과세관청이 자의적인 해석을 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방안으로 과세근거가 되는 포괄주의 예시규정을 확장하는 동시에, 시행령 등 하위법령에서 구체화시켜 과세 적용상의 자의성을 축소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상속세를 자본이득세로 전환해야 한다는 요구 목소리도 높게 형성됐다.

대체적으로 상증세법 손질 요구는 '이중과세' 논란에서부터 출발한다.

소득에 대해 소득세를 부과하고, 그 후에 축적된 자산에 대해 상속세를 또 과세하는 것은 동일한 소득에 두 번 과세하는 대표적인 이중과세라는 것이다. 미국 등 주요국의 사례를 근거로 자본이득차원에서의 과세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중론을 형성했다.

23일 조세일보와 강석훈 의원(새누리당) 공동주최로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상속증여세 정상화 토론회'에서 현행 상증세법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각계각층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이날 발제를 맡은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과 교수를 비롯해, 안만식 이현 세무법인 대표, 이용 삼일회계법인 상속증여세팀 이사, 임재현 기획재정부 재산소비세제국장, 전오영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정승영 한국경제연구원 박사 등이 패널로 참석했다.

토론회에 앞서 새누리당 김광림, 김회선, 조명철, 주호영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강기정 의원 등이 참석해 현행 상속증여세에 대한 제도 개선을 요구하기도 했다.

□ 구조적 문제 많은 '상증세법' = 이날 발제를 맡은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현행 상속·증여세법의 구조적 문제점으로 납세자에 대한 과잉과세가 우려된다는 지적을 내놨다.

완전포괄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2조 제3항의 규정에 과세관청의 자의적인 해석이 개입될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이 근거다.

오 교수는 "상증세법 제2조제3항에 의해 증여의 개념을 대폭 확장해 놓았지만 증여 예시 규정의 요건이 완전히 만족되지 않는 상황에서 증여세를 과세하려고 할 때 증여세를 과세하기 위한 계산 근거규정으로 준용하려고 한다면 납세자 측에서 법적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이 침해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 역시 "이중과세 및 완전포괄주의에 의한 법령 해석상의 혼란 등에 지속적인 문제 제기가 있다"고 부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강 의원은 "우리나라의 현행 상속증여세 제도는 세부담으로 인한 가업상속의 어려움과 더불어 고용 측면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쳐 결과적으로 경제발전을 저하한다는 평가가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증세법 조항에 대한 개선책으로 예시규정의 확장과 명확화가 제시됐다.

오 교수는 "현행 상증세법 제２조 제３항에서는 완전포괄주의를 규정하고 있으며, 상증법제33조내지 제42조에서는 개별 예시규정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다"며 "예시규정을 시행령 등 하위법령에서 구체화하고, 그 대상을 확대하며 계산방법을 세부적으로 구체화해 적용상의 자의성을 축소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증세법 문제점 지적하는 전문가들 = 23일 조세일보와 강석훈 의원(새누리당) 공동주최로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상속증여세 정상화 토론회'에서 학계, 연구기관 등 세법전문가들이 현행 상속증여세법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 상속세 폐지?…"대체 입법 마련해야" = 특히 상속증여세 제도가 '이중과세'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면 제도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황춘섭 조세일보 대표이사는 "우리나라는 유산과세제도를 취하고 있는데 상속하는 사람의 재산에서 상속세를 낸다"면서 "생전에 그 재산을 모으기 위해 소득세를 냈기 때문에 이중과세 논란이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그는 "우리나라 상증세가 이중과세가 맞다면 폐지를 하는 것이 옳다"며" "당장 폐지는 못하더라도 장기적으로 폐지 수순을 밟아 가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중과세 논란이 지속되면서 상속세 과세 체계를 전환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전오영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상속인의 입장에서 보면 상속재산은 무상 소득이므로 상속세 폐지보다는 소득세제로 바꿔야 한다"면서 "유산 세제방식을 취하는 것보다는 동일세율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 교수도 "상속과세제도의 사회정책적의의가 여전히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근래에 이르러 일부학자들은 상속과세제도의 폐지론을 제기하고 있다"며 "상속세 폐지의 문제는 사실상 대체입법(자본이득세과세 등)의 문제"라고 말했다.

'가업승계의 요건이 제한적이다'는 이유로 가업상속공제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가업상속공제의 활용 폭을 넓힐 수 있도록 관련 세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용 삼일회계법인 상속증여세팀 이사는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가업상속공제는 2012년 58건, 2013년 70건이 이뤄졌으며, 12년에 총 343억원, 13년에 총 933억원이 공제됐다"며 "최대 500억원까지 가능한데 못 받는 이유는 요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업종은 10년간 동일해야 하는데 예를 들어 침구업체가 커튼을 만들면 되는데 커튼업체가 직물 만들면 업종 유지를 못하게 된다"며 "세분류 말고 소분류로 확대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가업상속요건에 명시돼 있는 '10년', '대표이사' 등 폭 좁은 가업승계 요건을 넓히자는 것이다.

정승영 한국경제연구원 박사도 "가업승계는 10년의 유지기간을 필수로 하고, 대표이사를 경영권의 주체로 한정하는 등 인정 요건 폭이 매우 좁다"며 "꼭 대표이사만 경영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CFO 등이 경영에 참여하면서 최대주주일 수 있어 가업승계 요건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정부, "상증세법 손질…올해 세법개정안 반영" = 세제정책을 입안하는 기획재정부에서도 현행 상증세법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 세법개정을 통해 제도를 보완하겠다는 방향성을 설정했다.

구체적으로 상증세 과세체계를 정비하고, 증여개념의 의미를 좀 더 명확히 마련하는 등의 내용을 올해 발표되는 세법개정안에 담아내겠다는 방침이다. 

임재현 기획재정부 재산소비세제국장은 이날 '상속증여세 정상화 토론회'에서 "상속증여세(최고세율)50%는 과다하는 생각이 든다. 상속세율 인하를 추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 당시 추진했던 상속증여세율 인하를 재차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과잉과세 우려가 있는 완전포괄주의에 대해서도 보완하기로 했다.

임 국장은 "완전포괄주의는 수증자한테 어떤 이익이 있는데, 그 이익이 현행 세법에서 과세 근거가 없는 경우 포괄주의를 적용해서 '이익이 있으니 과세한다'라는 개념"이라며 "수증자한테 이익이 생겼는데, 법인·소득세로 과세를 한 다음에 또 다시 증여세로 하는 건 포괄주의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납세자가 적어도 이런(과세) 행위가 있었을 때 예측이 가능해야 한다"며 "그러나 실제 과세행정이 이뤄지고 있는 것을 보면 그렇지 않는 사례가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가업상속공제와 관련해서는 "정부가 제출한 가업상속공제안이 부결 되서 일부 수정해서 강석훈 의원(새누리당)이 발의했는데, 해당 법안은 정기국회 때 논의가 될 것"이라며 "일부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도 있는데, 당초 제도 취지가 살 수 있도록 보완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