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맥주에 물리는 각종 세금이 수입맥주에 보다 무겁게 부과돼 국산맥주가 역차별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관계자는 "국산맥주는 세법상의 차별적 세금부과 체계로 인해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데다 외국산을 찾는 소비자들의 증가로 수입맥주의 거센 도전에 시달리고 있다"고 7일 밝혔다.
주세법 제21조 ②항에 의하면 주정 외의 주류에 대한 주세의 과세표준은 주류제조장에서 출고하는 경우에는 출고 때의 가격으로 하고, 수입하는 경우에는 수입가격에 관세를 더한 가격으로 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법 제22조는 탁주, 약주, 청주를 제외한 주류에는 72%의 주세를 부과토록 규정하고 있다. 맥주에는 주세 외에도 교육세와 부가가치세가 덧붙게 된다.
<국산주류와 수입주류 과세체계 비교>
교육세법 제5조는 세율 70%를 초과하는 주류에는 30%, 즉 출고가의 21.6%를 추가로 납부토록 하고 있다.
여기에 10%의 부가가치세를 물어야 한다. 이때 부가가치세의 과세표준은 공급한 재화의 공급가액을 합한 금액이어서 이를 출고가로 환산한 세율은 19.4%에 이른다.
이같은 법조문을 문구로만 놓고 보면 수입 주류와 국내산 주류에 대한 세금부과에 차별 없이 공평한 과세가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국내제조 맥주에 대한 불합리한 역차별적 내용이 존재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다시 주세법 제21조 ②항으로 돌아가서 과세표준을 정하는 기준을 보면 국내산 맥주에는 제조를 위한 원재료 구매비용과 제조비용은 물론 판매관리비와 판매이윤까지 포함하도록 돼 있다. 여기에 세율을 곱하여 주세를 내게 된다.
반면 수입맥주의 경우 단순히 수입 신고한 가격에 관세를 더한데다 세율을 곱하게 함으로써 판매관리비와 판매이윤에 해당하는 부분에는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여기에서 역차별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국내산 맥주의 제조원가와 유럽산 맥주의 수입가격이 똑 같이 1000원일 때 세금이 어떻게 부과되는지 살펴보자.
<동일원가 기준시 판매가 및 세금 차이>
국내에서 제조된 맥주의 판매관리비 300원, 판매이윤 200원으로 가정했을 때 제조원가 1000원에 더해 출고가는 1500원이 된다. 여기에 주세 1080원(72%), 교육세 324원(21.6%), 부가세 291원(19.4%)을 더해 세금은 1695원이 부과된다. 따라서 출고가 1500원에 세금을 더한 적정 판매가는 3195원에 이른다.
반면 한국인의 선호도가 높은 유럽산 맥주 1000원짜리가 수입되면 관세 150원(15%)이 붙어 주세에 적용되는 과세표준은 1150원이 된다. 여기에 주세 828원(72%), 교육세 248.4원(21.6%), 부가세 223.1원(19.4%)을 합해 1299.5원의 세금이 부과된다. 이에 따라 수입산 맥주의 판매가능 가격은 2449.5원이 된다.
수입맥주도 국산과 동일하게 판매관리비 300원과 예상 이윤 200원으로 잡는다면 판매가격을 2949.5원으로 책정할 수 있게 된다.
결과적으로 수입맥주가 국산맥주에 비해 245.5원 적은 세금이 부과되는 역차별이 이뤄지고 그만큼 국산맥주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효과를 주게 되는 셈이다.
국내 맥주 제조사 관계자는 “불합리한 세금 부과체계로 인해 국산 맥주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면서 “불합리한 제도가 시정되지 않는다면 국내 제조사들도 외국산 맥주를 수입하는 쪽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자칫하면 세수확보가 잘되는 국산 맥주의 점유율은 갈수록 떨어지는 대신 세수효과가 낮은 수입맥주가 국내 맥주시장을 점령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경우 세수 감소도 불가피하다는 것이 조세전문가들의 견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