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증권시장입니다.”
“유가증권시장은 주식시장보다 더 큰 개념아닌가요? 그럼 코스닥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식은 유가증권 아닌가요? 삼성전자는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이라고 불러야 하나요?..”
통합거래소인 한국증권선물거래소(이하 통합거래소)가 출범한 직후 홍보실에는 전화가 쇄도했다. 통합 이전에 증권거래소는 통상 `거래소시장'이라 불렸다. 그러나 코스닥시장과 선물거래소가 증권거래소에 흡수통합되면서 `거래소시장'이란 기존의 증권거래소 뿐만이 아니라 코스닥시장, 선물시장까지 모두 포괄하게 됐다.
재정경제부는 거래소법을 제정하면서 옛 증권거래소의 이름을 `유가증권시장'으로 바꾸었다. 그러나 `유가증권시장'이란 거래소시장보다도 훨씬 더 넓고 포괄적인 개념이어서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유가증권이란 이상한 이름의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주식이나 채권 뿐만 아니라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주식을 비롯해 심지어 장외에서 거래되는 각종 증권을 포괄한다. 유가증권시장은 주식시장보다도 더 포괄적인 보통명사인데 이를 코스닥시장과 대치되는 구체적인 시장의 고유명사로 법제화해놓은 셈이다.
거래소법 제2조 1항은 ‘유가증권시장이라 함은 유가증권의 매매거래를 위하여 한국증권선물거래소가 개설하는 코스닥시장 외의 시장을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재경부 증권제도과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기존의 거래소시장에서 주식 뿐만이 아니라 채권도 거래됐으므로 유가증권시장이란 이름을 써도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영어 이름도 뒤죽박죽이다. 통합거래소의 영어 명칭은 Korea Exchange, 약자는 KRX이다. 그런데 문제의 `유가증권시장'을 담당하는 유가증권시장본부의 영어 이름은 `Stock Market Division'이라고 정하고 있다. 한글로 주식시장본부인데 그럼 코스닥시장은 주식시장이 아니란 말인가?
코스닥시장을 담당하는 조직인 코스닥시장본부의 영어이름은 `Kosdaq market Division'으로 정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같은 소개글을 본다면 코스닥시장에서는 주식(Stock)도 아니고 유가증권도 아닌 것이 거래되는 시장이라고 오인할 수 있다.
캐나다 토론토증권거래소도 한국증권선물거래소와 마찬가지로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주로 거래되는 기존 토론토증권거래소와 벤처기업이 주로 거래되는 시장을 합쳤다. 토론토증권거래소의 경우 대기업 및 중견기업이 거래되는 시장의 이름을 기존 그대로 토론토증권거래소라고 부르고 벤처시장인 CDNX를 TSX벤처거래소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거래소시장이란 명칭이 삼성전자 등이 거래되는 기존 증권거래소는 물론 코스닥시장과 선물시장까지 모두 포괄한다고 해서 거래소시장보다도 훨씬 더 광범위한 이름인 유가증권시장으로 바꿨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 뿐만 아니라 실제로 국내, 국외 투자자들에게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머니투데이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