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작하는 말
긴 수험생활을 보낸 저와 같은 시행착오를 다른 수험생들이 겪지 않도록 돕기 위해 합격수기를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 전반적인 학습방법
1. 2014년 10월 28일
2014년 유예로 2차 시험을 봤습니다. 많은 기대를 안했지만 역시 불합격이었습니다.
또 공부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포기도, 전업으로도 둘다 자신이 없었습니다. 부끄럽지만 유예까지도 2차 공부 특히 세법학을 어떤 식으로 공부해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시험을 보고 나서야, 어떤 식으로 2차를 준비해야 할지,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 어렴풋이 알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딱 2년만 일과 병행하면서 다시 해보자는 마음을 먹었고, 합격자 발표를 확인하자마자 구직사이트에서 이력서를 작성했습니다. 일과 병행할 생각이었기에 집 근처 회사만 지원했고, 운이 좋게도 집 근처 회사로 12월부터 출근하게 됐습니다.
12월부터 바로 영어점수를 획득하기 위해 영어공부를 했습니다. 영어는 자신이 없어 토익보다는 지텔프가 쉽다는 이야기를 듣고 지텔프 공부를 했습니다. 영어성적은 1월 중순쯤 나왔습니다.
2. 2015년 1월~4월
1월 중순부터 바로 1차 준비를 했습니다. 4월 말일까지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습니다.
이때 선택과목을 상법을 할지 행정소송법을 할지 고민을 많이 했었습니다. 예전에 같이 공부를 했던 언니의 조언대로 행정소송법을 선택했습니다.
행정소송법의 장점이 상법보다는 양이 적었고, 그만큼 회독 수를 늘릴 수 있는 점 때문에 다른 과목에 투자할 시간이 많아 지는 점이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행정소송법 자체가 쉬운 과목은 아니었습니다. 1월 중순에 기본서를 처음 들었고 출퇴근 시간에 행정소송법 조문을 눈에 익히려고 노력했습니다.
이때 스터디도 같이 구했습니다. 일과 병행하기로 마음은 먹었지만 처음 해보는 일에 나름 힘이 들었고 퇴근시간이 되면 집에 가서 쉬고 싶은 마음을 방지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스터디는 타이트하게 진행됐습니다. 주중에 한번, 주말에 한번 일주일에 2번씩 만나 같이 공부했습니다.
1차는 스터디가 필요 없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저는 혼자서는 잘 무너지는 스타일이었기에 스터디를 통해서 책임감을 가지고 공부하는 방법에 잘 맞았습니다.
2015년 다행히 1차는 무사히 합격했습니다.
3. 2015년 5월~8월
1차 준비를 급하게 요약서로 공부하다 보니 2차를 3번이나 공부하는 거였지만 불안했습니다.
3차 불합격의 가장 큰 요인은 멘탈관리가 잘 안된 점 이었습니다. 직장인 카톡 스터디를 구했지만 2차생은 저 혼자 였기 때문에 스터디를 통한 도움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2차 시험 보기 전까지 공부량은 회계학 1부 기본서 필수 문제 2회독, 회계학 2부 세무회계연습 1회독 + 기출문제, 세법학 기본강의 강의 + 스터디 가이드 a급 암기 등이었습니다.
솔직히 시험 보는 날까지 자신이 없었습니다. 절대적인 공부량도 많이 부족했고, 생각보다 계획대로 공부가 잘 안 되어 거의 반 포기 상태였습니다. 올해는 모든 과목에서 과락만 넘기자는 생각으로 시험에 임했습니다.
4. 2015년 10월
역시나 불합격!
"과락만 넘기자", "각 과목 4문제 중 2문제는 아는 범위에서 나왔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계속했었습니다. 하지만 회계학 1부(60점), 회계학 2부(47점), 세법학 1부(52점), 세법학 2부(41점) 평락으로 불합격했습니다.
5. 2015년 11월~2월
회사에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면서 예전보다 일이 좀 많아졌습니다. 3차를 불합격하고 계획대로 공부량이 안되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시기였습니다. 이 시기는 거의 세무회계 중심으로 공부했습니다.
6. 2016년 3월~5월
2월 말일부로 회사를 그만 뒀습니다. 올해 어떤 후회도 없이 공부하기 위해서 사직서를 냈습니다.
3월부터 전업으로 다시 공부를 시작하면서 정말 행복했습니다. 공부계획대로 진행되는 것도 좋았고, 무엇보다 아침 공기를 마시며 도서관으로 향하는 길이 좋았습니다.
유예 2기는 세법학만 수강했고, 회계학 1부는 기본서를 다시 봤습니다. 중간중간 공부가 지겨울 때 세무회계 문제를 풀었습니다.
4월 말! 갑작스럽게 할머니께서 돌아가셨습니다. 정말로 큰 충격이었습니다. 4월 초, 부모님과 함께 제주도 여행도 다녀오셨는데, 병원에서도 어떤 원인에서인지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병원 중환자실에 들어가신지 2일 만에 별다른 조치 없이, 마지막 인사도 할 수 없이 하늘나라로 가셨습니다.
장례를 마치고 같이 구술 스터디를 했던 동생에게 바로 전화해 다음 날부터 다시 구술을 하자고 연락을 했습니다.
그 당시 공부를 다시 열심히 하자는 생각보다는 내가 스터디를 구했고 2명이서 하는 건데 내 개인적인 사정으로 스터디를 깨기가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5월 초에는 공부에 집중이 안됐습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서 불효자들이 더 많은 눈물을 흘린다고 하던데, 제가 딱 내가 그랬습니다.
세무사 공부를 시작하면서, 할머니께 잘해 드린것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 전에는 전화도 자주 하고 고민도 많이 이야기하고 그랬었지만 공부를 시작하면서부터는 저에 대한 걱정이 가득한 할머니 모습에 죄송스러워 피하기만 했던 것 같습니다. 5월, 공부는 계획대로 안됐지만 독서실에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7. 2016년 6월~8월
유예 3기가 진행되었지만 세법학은 스터디를, 회계학 1, 2부는 학원 최종 gs를 수강했습니다.
마지막 최종 정리는 회계학 1부는 기본서를 계속 풀었습니다. 회계학 2부는 기출문제를 계속 풀었습니다. 7월 말일까지 일주일에 한 번 시간을 정하고 1회분씩 스터디를 했습니다.
세법학은 7월 말일까지 구술 스터디를 계속했습니다. 7월 초가 되면 멘탈이 많이 흔들렸던 것 같습니다. 이때 경험상 혼자 공부하는 것보다는 같이 공부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처음 구술 시작했을 때 거의 모든 범위를 공부했었습니다. 7월부터는 아침에는 조특법, 저녁에는 그 외 법들을 암기했습니다.
8. 8월 6일(D-DAY)
회계학 1부 시험지를 받자마자 심장이 터질 것 같았고, 손이 벌벌 떨렸습니다. "괜찮아. 사채, 법인세 비용 예상 논제였으니까 집중하자." 2~3분은 계속 머리 속으로 되새기면서 시험에 임했습니다.
회계학 2부는 법1->부->소->법2 순서대로 문제를 풀어나갔습니다. 소득세 문제는 중간중간 헷갈리는 부분이 있었지만 작년보다 체감 난이도는 쉽게 느껴졌습니다.
세법학 1부는 사례형 문제가 많이 나와서 당황했습니다. 법인세는 시간이 없어서 사례형 문제 파악을 할 시간이 부족해 급한 대로 아는 조문들을 써내려 갔습니다. 지금 정확하게 생각은 안 나지만, 대충 결어 위주로 작성했던 것 같습니다.
시험이 끝났고, 세법학 1부 과락 걱정이 앞섰지만 드디어 시험이 끝났다라는 안도감이 먼저 들었습니다. 집에 도착해 엄마 얼굴을 보자마자 서로 끌어안고 엉엉 울었습니다.
9. 합격자 발표
기대를 안 한 동차 때도, 유예, 3차때도 발표 전날은 밤에 잠을 설쳤습니다.
올해는 신기하게도 전날 꿀잠을 잤고, 발표날 당일 아침에 밥도 든든하게 먹고 고용센터에서 취업성공 패키지로 수업을 듣고 있었기에 아침 일찍 집을 나섰습니다.
9시 발표가 났지만, 도저히 확인할 수가 없었습니다. '불합격' 이 단어를 맞이한 순간을 눈으로 확인하기가 너무 두려웠습니다. 수업은 듣고 있는데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집중이 안됐습니다.
11시쯤 결과를 확인해보니 드디어 합격인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저의 20대는 불빛 하나 보이지 않는 터널 속이였고, 주변 친구들의 결혼, 육아 등 변화하는 상황에서 저는 그대로 아무것도 이루는 못하고 있는 현실이 두려웠습니다. 왜 세무사 공부를 시작했는지 저 자신을 원망도 했었고, 학벌도 좋지 않은 나에게는 주제넘은 도전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많이 했었습니다.
세무사 시험을 시작하면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어 2차를 4번의 도전 끝에 합격 했지만, 이번 도전을 통해서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큰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조금씩 터널 속을 빠져나와 불빛이 보이기 시작했고, 앞으로 인생에서 또다른 터널이 나올지라도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잘 견디며 무사히 터널을 빠져 나올것입니다.
□ 마지막으로
올해 할머니를 시작으로 한 가족의 부고로 인해 정신적, 육체적으로 버티기 힘든 날들이 많았습니다. 막판에 밴드 출석체크를 통해서 열심히 하루를 시작하시는 분들을 보며 자극도 됐습니다.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큰 힘을 얻었습니다.
합격 사실에 함께 울어준 친구가 있기에, 긴 수험 생활이었지만 항상 응원해주는 부모님이 계셨기에, 알게 모르게 뒤에서 챙겨준 언니가 있었기에, 항상 긍정적이신 밴드분들이 계셨기에, 올해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