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19차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
"모이자! 분노하자!”에서 “박근혜 퇴진해야 봄이다”까지
지난 주말(4일) 진행된 촛불집회를 기점으로 집회참여 누적인원이 1500만 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10월 29일 첫 촛불집회 이후, 4개월이 넘어가는 '127일' 만이다.
오는 10일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이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사실상 지난 4일 촛불집회가 마지막이라는 점에서 그동안 19번의 격동의 촛불집회를 제목을 통해 정리했다.
☐ 해시태그 활용, 전국민 겨냥 제목…200만 참여 이끌어내 = 1차에서 3차까지 진행된 촛불집회의 제목은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_박근혜'였다. 제목처럼 시민들은 모였고, 분노했다.
노동·시민단체 주최이긴 했으나 명확한 주도세력 없는 첫 번째 집회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날 참가인원은 약 2만 여명(주최 측 추산, 경찰 추산 1만 2천 여명)을 웃돌았다.
무엇보다 날마다 국정농단의 실체가 '상상 그 이상'으로 드러나자, 촛불 시민들은 거리로 나와 '박근혜 퇴진'을 외쳤다.
해시태그(#)를 활용한 제목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으로 확산돼 집회 홍보와 시민 참여를 이끌어 내는 데 한 몫 했다. SNS를 통해 촛불집회가 급속히 퍼쳐나가 2차 촛불집회에선 20만, 3차 촛불집회에선 106만 명으로 폭발적으로 참여인원이 늘었다.
11월 9일 1,553개의 시민사회단체가 뜻을 모아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을 발족한 이후엔 촛불집회의 주제와 일정이 보다 계획성 있게 마련돼 추진력을 발휘했다.
특히 서울에서 주도적으로 이뤄졌던 집회를 전국으로 확산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퇴진행동은 11월 19일 4차 촛불집회의 제목을 '모이자! 광화문으로! 밝히자! 전국에서!'로 정하고 전국에 열릴 촛불집회를 표시한 '대동하야지도'를 제작하는 등 전국 확산에 힘을 모았다.
11월 26일 5차 촛불집회 제목은 '박근혜 퇴진을 외치는 200만의 함성 200만의 촛불'로 정해 촛불집회가 전국으로 들불처럼 퍼져나갈 것을 촉구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전국확산을 처음 시도한 4차 촛불집회에선 서울 외 지역 참가인원이 36만 명이었으나 5차에선 40만 명이 집계 돼 4만 명이 늘었다.
특히 탄핵안 가결이 12월2일 국회에서 무산된 이튿날인 3일 6차 촛불집회에선 '촛불의 선전포고-박근혜 즉각 퇴진의 날'로 정하고 여야 의원들을 압박했다.
총 참가인원 232만 명. 역대 최대 인원이 거리에 나와 '박근혜 퇴진'을 외쳤다.
☐ '끝장내는 날', '송박영신' 등 강해진 표현 = 박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이후 촛불집회 제목은 직접적이고 강한 표현을 사용해 보다 힘 있게 퇴진을 요구했다.
이는 박 대통령이 3차례의 대국민 담화를 통해 “검찰 조사를 성실히 받겠다”, “국회의 방안에 따라 퇴진 하겠다” 등의 입장을 밝혔지만 검찰 대면조사를 회피하고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 발언들을 하면서 결국 '거짓말'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12월 10일 열린 7차 촛불집회의 제목을 '안나오면 쳐들어간다! 박근혜 정권 끝장내는 날'로 만들었다. 참여자들은 '쳐들어간다'는 제목처럼 청와대 주변을 둘러싸는 '청와대 포위 행진'을 하며 박 대통령의 즉각퇴진을 주장했다.
◆…전국에 열리는 촛불집회 장소를 정리한 '대동하야지도' (사진 '퇴진행동' 제공)
'박근혜 정권 끝장내는 날'이라는 어구는 6차 집회 제목이었던 '박근혜 즉각 퇴진의 날'보다 한층 강한 표현이었다.
8차, 9차 촛불집회 제목엔 '끝까지 간다!'는 문장을 넣어 박 대통령 퇴진까지 집회가 계속 될 것임을 천명했다. 특히 크리스마스이브에 열린 9차 촛불집회에선 '하야 크리스마스'라는 제목으로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2016년 마지막 날인 31일 열렸던 10차 촛불집회 제목은 '송박영신'이었다. '송박영신'(送朴迎新)은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한다는 사자성어 '송구영신'(送舊迎新)을 패러디한 말로, 박근혜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한다는 의미로 사용했다.
세월호 참사 1000일 이었던 2017년 1월 7일에는 '박근혜 내려오고, 세월호 올라오라'라는 제목으로 11차 촛불집회를 열어 소임을 다하지 않은 박 대통령에 대해 강력히 규탄했다.
☐ 재벌총수, 황 권한대행 등 '공범'도 함께 비판 = 지난해 12월 발족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기존 검찰과 달리 '재벌총수'에 화살을 겨누자 퇴진행동 측도 행보를 함께 했다.
이에 1월 14일 이뤄진 12차 촛불집회는 “재벌총수 구속”을 전면에 걸고 박 대통령과 삼성 등 재벌을 함께 비판하며 '공작정치 주범․재벌총수 구속'을 제목으로 집회를 진행했다.
하지만 촛불민심과 달리 1월 1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이 기각하자 이틀 뒤 진행된 13차 촛불집회 제목으로 한국 사회의 부조리한 모습을 지옥에 비유한 신조어인 '헬조선'을 넣어 비난했다.
2월 4일 진행된 '2월에는 탄핵하라' 14차 촛불집회에서는 특검의 청와대 압수수색을 승인 거부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재판에 나오지 않으며 탄핵심판을 지연시키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15차 촛불집회 역시 '천만촛불 명령이다! 2월탄핵, 특검연장'이라는 제목으로 천만 시민의 뜻을 거부한 황 대행, 우 전 민정수석 등을 규탄했다. 또한 이날 '박근혜-재벌총수를 감옥으로'라는 제목으로 대행진을 벌여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이 이뤄질 것을 촉구했다.
2월 17일 이 부회장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후 촛불집회는 특검연장을 강력히 주장하기 시작했다. 특검의 수사기간이 추가로 필요 할 시 30일을 연장을 하기로 한 정치권 합의에도 불구하고 황 권한대행이 연장 승인에 대해 불분명한 입장을 취했기 때문이다.
이에 2월 18일 16차 '탄핵지연 어림없다!'와 17차 '박근혜 4년, 이제는 끝내자!' 촛불집회에선 박 대통령 즉각탄핵과 함께 특검연장 승인을 미루는 황 권한대행을 지탄했다.
2월 28일 황 권한대행이 특검연장 승인 거부 입장을 공식화하자, 황 권한대행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3.1절에 진행된 18차 촛불집회 제목은 황 권한대행의 이름이 들어간 '박근혜 구속 만세! 탄핵인용 만세! 황교안 퇴진!'이었다. 집회 제목에 박 대통령 외 다른 이름이 들어간 것은 처음이었다.
나아가 지난 4일 열린 19차 촛불집회 제목은 '박근혜 없는 3월, 그래야 봄이다!'로 '춘래불사춘'
(春來不似春. 봄은 왔지만 봄 같지 않다.)의 마음을 대변했다.
오는 10일 헌재의 탄핵심판 결정이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사실상 탄핵 심판 전 마지막 촛불집회인 4일 집회 제목은 '박근혜 퇴진'을 강력하게 소망하는 촛불시민들의 바람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