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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상속설계 이야기-(15)]

상속설계 전문 변호사의 업무는?

조세일보 / 최재천 변호사 | 2018.05.23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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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 (출처 프랑스국립박물관연합)

하느님이 만물을 창조할 때 모든 동물에게 공평하게 30년의 수명을 부여했다. 당나귀가 30년은 너무 길다며 불평했다. 하느님이 30년에서 18년을 덜어내 주었다. 개도 불평했다. 12년을 덜어내 주었다. 원숭이는 10년을 덜어내 주었다.

인간의 차례가 되었다. 인간은 30년이 너무 짧다고 불평했다. 하느님이 지혜를 발휘했다. 본래 30년에 당나귀처럼 일해야 하는 18년을, 이빨이 빠져 물지도 못하는 개와 같은 삶 12년을, 마지막으로 70세가 될 때까지의 10년은 원숭이의 삶을 가져다 더해 주었다.

"그때가 되면 인간은 나약하고 어리석게 변하며 멍청한 짓을 하는 바람에 아이들의 조롱거리가 된다"

이렇게 해서 지금의 인간이 된 것이다. 그림 형제의 동화 《인간의 수명(Lebenszeit)》에 나오는 이야기다.

과연, 인간의 노년은 이토록 어리석고, 무기력하기만 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플라톤이 《향연》에서 말했다. "눈의 총명함이 흐려질 때 정신은 완벽한 힘을 얻게 된다" 로마의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는 죽기 1년 전인 B.C. 44년, 노년에 대한 글을 썼다. 그는 늙음을 찬양했다.

노인들은 위대한 지혜의 원천이며, 안정적인 노년은 안정적인 젊은 시절이 그 밑바탕이 된다고 했다.

인생의 지혜와 삶의 평화로움이 조화를 이루는 노년시대의 마지막 설계가 바로 '상속설계'다. 삶의 계획은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흐트러져서는 안 된다. 하루의 계획이 모여 인생의 설계가 된다.

신 혹은 스스로가 부여한 자율적 질서 속에서 인간은 끊임없이 스스로 결정하고, 스스로 책임져가며 자신만의 경로를 제어해 나간다. 세상을 혼자 살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다.

세상은 때론 보이는, 때론 보이지 않는 수많은 관계의 연장이다. 그래서 단순화시키자면 지팡이가 필요하듯 노년 시대의 설계인 상속설계에는 세무사, 금융전문가,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변호사들은 상속설계의 어떤 부분을 담당하는 것일까.

이럴 때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되풀이하지만 상속설계(Estate Planning)란 기본적으로 개인 또는 가족이 사망 전 자산을 이전하는 절차다. 나아가자면 가치와 명예, 가문의 역사를 전승하는 절차다.

법률가들이 좋아하는 좁은 의미의 상속법 차원에서 특히 상속법이 발달한 미국법의 관점에서 상속설계를 규정하자면 '사전에 지정 수혜자에게 가능한 최대한의 부를 보전하고 사망 전 개인의 자산 유동성을 보전해 주는 것'이 목표다.
 
상속설계 변호사는 이런 목표에 충실해야 한다. 변호사는 여느 사건보다 고객과의 신뢰가 중요하고, 철저히 비밀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정확한 가족관계, 사실관계, 법적 관계 등을 정리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법적 안전장치를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

넓은 의미의 상속과 관련되는 협동작업을 이끌어 갈 수 있는 리더십 혹은 플랫폼 기능을 갖출 수 있어야 한다.

한 사람의 전인격, 전 생애와 관련된 삶에 대한 절대적 존중이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 사회 내 전 자원을 동원할 수 있는 총체적 능력을 갖춰야 한다.

이런 총론적 기반을 바탕으로 각론에서는 ▲상속설계 업무와 관련한 법령과 절차에 대한 전문적 이해 ▲유언·유증·유언집행 ▲신탁 ▲의학 및 의료 결정에 대한 대리 ▲상속 관련 세제에 대한 이해 및 재무설계 등 수많은 분야에 정통해야 한다. 나아가 고객의 요청에 따라 개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함은 당연하다.

고객의 요청에 따라 상속설계 전문 서비스가 제공되고 나면 장·노년의 고객은 마음의 평화를 얻게 된다. 번잡한 일상과 세속의 잡음으로부터 진정한 자유를 얻게 된다.

그리곤 노래하리라. "드넓은 별 하늘 아래/ 무덤을 파서 나를 잠들게 하라 / 즐겁게 살다가 즐겁게 죽음을 맞으니/ 나의 죽음은 자원에 의한 것이라" (로버트 L. 스티븐슨 「진혼곡」)


최재천 변호사

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 (현)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원회 의장 (전)
17대, 19대 국회의원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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