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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상속설계 이야기] (14)

불안할 땐 신탁을 활용하라

조세일보 / 최재천 변호사 | 2018.05.08 08:30

"못된 자식들은 상속을 받을 자격이 없고, 착하고 근면한 자식들은 상속이 필요 없다" 중국 속담이다.

어떻게 상속을 설계할지, 과연 자식을 믿을 수 있을지, 상속받자마자 다 날려버리진 않을지, 한결같은 노파심이 부모의 마음이다.
 
상속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첫째는 그저 자식들을 믿고 돈과 부동산을 그냥 넘겨주는 방식이다. 둘째는 소유나 관리나 운용을 금융기관이나 부동산회사에 맡겨두는 방식이다. 셋째는 둘을 절충하는 방식이다.
 
미국 상속설계 전문 로펌들의 핵심 업무 중 하나가 앞선 두 번째의 방식. 바로 신탁 업무다.

이를 세분화하면 신탁관리, 생전신탁과 유언신탁, 신탁의 변경·취소, 특수목적 신탁, 신탁 관련 송무, 애완동물 신탁(Pet trust) 등이다.

중국 속담처럼 도저히 믿음이 가지 않는 자식에게는 어떤 상속방법이나 신탁방법이 유효할까?

미국에는 낭비벽이 있거나 채권자들에게 재산을 몽땅 빼앗길 위험성이 있는 자녀들을 위한 '낭비자신탁( Spendthrift trust)'제도가 있다.

위탁자인 부모는 수익자인 자녀가 신탁으로부터 얻게 될 이익을 마음대로 양도하지 못하게 하거나 수익자의 채권자가 신탁재산에 접근하는 것을 막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녀를 보호하는 신탁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지만, '생전신탁(Living trust)'이라는 신탁 또한 널리 활용된다. 이는 상속·증여세를 아끼는 고전적인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신탁계약을 통해 생전은 물론 사후의 재산관리와 운용까지 신탁회사에 맡겨둔다. 유족이 미성년자인 경우 교육비 지원 등을 정해 놓을 수 있으며 일정한 연령대까지 금융기관에서 관리하다가 되돌려주는 방식의 계약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얼마전 요즘 논란이 되는 항공회사의 집안 관계자가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었다. 그런 다음 하와이 호놀룰루 카피올라니에 195만 달러짜리 콘도를 샀다. 이들은 부부 공동명의의 콘도를 'C.K.조'라는 신탁회사로 넘겼다.

무슨 일이 생기면 콘도 관련 부동산에 대한 권리를 장남에게 귀속시키도록 했다. 생전신탁을 활용해 상속세를 피하려고 했던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 마이클 잭슨 또한 신탁계약을 미리 준비했다. (사진 위키백과)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 마이클 잭슨 또한 신탁계약을 미리 준비했다. (사진 위키백과)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도 신탁계약을 미리 준비했다. 사후에 자신의 유산이 어떻게 운용될지를 상세히 정해 놓았다. 

마이클 잭슨의 사후 신탁이 정한대로 유산의 20%는 자선재단에, 장례 관련 비용을 제외한 나머지 재산은 아내와 세 자녀에게 상속됐다. 대신 신탁 내용에 따라 자녀들이 유산을 한꺼번에 받을 수는 없었다.

스무 살을 넘고도 한참 뒤인 서른이 돼서야 일부 상속을 받을 수 있었고, 신탁 계약상 상속이 완결되는 시점은 자녀들이 40세가 되는 생일날이었다.

왜 그랬을까. 팝의 황제도 한 사람의 아버지였기 때문이다. 자식 걱정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황제는 생전에 그런 방식으로 자녀들을 보호하는 신탁계약을 체결해 두었던 것이다.

우리나라에 신탁법이라는 법이 있다. 신탁법상 신탁의 개념을 설명하자면 위탁하는 사람(부모)이 수탁을 받는 사람(금융기관 등)에게 부동산이나 금전 등을 넘긴다.

수탁자는 재산의 관리, 처분, 운용, 개발 등 신탁 목적의 달성을 위한 행위를 하게 된다. 그 이득은 위탁자가 정해준 사람(자녀)에게 귀속된다. 원래 유언신탁제도는 있었고, 2012년 신탁법이 개정되면서 유언대용신탁(제59조)제도가 신설됐다.

상속설계의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다른 나라의 신탁제도나 시장에 비교하면 갈 길이 멀다.

그래서 부동산 신탁회사나 금융기관들은 자유로운 신탁 시장을 원한다. 이를테면, 우리나라 신탁 시장의 규모는 2013년 기준 154조 원에서 2016년에는 무려 710조 원까지 늘어났다.

그런데 이를 GDP 대비 신탁 시장의 규모로 평가해보면 아직 멀었다. 한국은 42.7%, 미국은 590%, 일본은 171%에 달하기 때문이다.


최재천 변호사

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 (현)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원회 의장 (전)
17대, 19대 국회의원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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