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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재화의 무역이야기]

남북 교역에 성공하려면 알아야 할 것

조세일보 / 홍재화 필맥스 대표 | 2018.05.30 08:30

1990년대 초 중국이 개방되고 시장 경제로 진입할 시기에 자본주의 국가에 있던 기업들은 13억이라는 수자만 믿고, 먼저 들어가면 중국 시장을 선점할 줄 알고 무작정 투자했다. 그러나 그들 중 상당수가 빈손으로 울며 떠나야 했다.

심지어는 좋은 파트너인 줄 알고 상당한 금액을 중국에 송금하고 물건을 준비시켰는데, 막상 받은 것은 돌덩이었다. 이를 항의하고 돈을 돌려달라고 하니 이미 내 주머니에 들어왔으니 그 돈은 내 돈이고 다 썼다고 당당하게 말하더라며 허탈해하던 투자자의 기사도 보았다.

제도적으로도 중국의 공산주의 시스템은 사인의 이익을 보장하지 않고 투자한 성과에 대한 과실송금을 인정하지 않는다. 토지나 건물에 대한 개인 소유도 인정하지 않는다. 게다가 해외 투자기업이 세운 기업의 내부에 공산당의 말단 조직을 두어야 하는 일도 있었다.

13억 명이라는 인구가 많은 사람을 유혹했지만 실제로 그 중에서 구매력이 있는 인구는 1억 명도 되지 않았다. 이처럼 초창기 중국에 진출했던 기업들은 시행착오와 더불어 엄청난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

이제 막 개방되려는 북한도 마찬가지이다. 개성공단을 통하여 양 측이 어느 정도의 경험을 쌓았다고는 하지만 미리 어떤 위험 요소가 있는 지 세세하게 따져보고 노출된 위험과 잠재된 위험을 줄여가야 한다.

1. 공산주의식 관료주의
하는 일이 무역이다 보니 해외에서 벌어지는 사업 제안을 많이 받았다. 그 중에서도 후진국과의 사업 제안은 거의 사업성보다는 '그 나라의 고위 관리, 누구를 안다'고 하며 시작한다. 그런데 그렇게 시작한 사업치고 첫 삽조차 제대로 뜬 경우를 거의 보지 못하였다.

중국의 인구가 많은 지역에 한국 상품 전문백화점을 연다고 하면서 호들갑을 떨었던 백화점 중에서 제대로 운영되는 것이 몇 개나 되는 지 돌아보면 한 손가락으로 꼽기도 어렵다. 북한이 지구상에서 어려운 나라 중 손꼽히는 지역이기는 하지만 그곳에서 중국식의 '꽌시'를 가졌다고 사업을 시작하는 것은 곤란하다. 

'꽌시'는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사항을 갖춘 다음에 편의를 보기 위한 방편일 뿐이다. 그 나라의 법이나 사업성도 평가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득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북한에도 관료주의가 있기는 하지만 중국 공산주의식 관료주의와는 매우 양상이 다르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중국 관료주의는 개인주의적 이권을 획득하기 위한 부패가 문제이다. 반면 북한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공산주의 시스템의 문제가 더 크다. 중국에서의 경우 공산주의식 관료주의와 중국식 장사방식, 그리고 그들에게 만연한 적대감과 불신에 기반을 둔 '삼국지'나 '손자병법'식의 인간관계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불편을 겪었다.

북한의 경우는 우리 기업이 진입할 때 '삼국지'식 인간관계는 아니어도 1940년 이후로 익숙해진 공산주의식 관료주의와 사고방식으로 상당한 격차를 느끼게 할 것이다. 실제로 이미 많은 기업들이 그 차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투자했다가 절망한 사례도 많다. 특히 북한과의 사업은 불안정하고 믿기 어렵다.

그러나 그것은 개인 간의 관계 문제가 아닌 공산주의의 체제의 비생산성으로 인한 시스템의 문제이다. 관료를 믿기 어려우나, 그렇다고 북한 관료들이 개인적인 부를 축적하기 위하여 자신의 인생 전체를 걸만큼 자원이 충분하지 않다.

북한을 전체적으로 보면 관료의 개인적 부패가 문제라기보다는 관료의 움직임을 일거수일투족 감시하는 체제하에서 복지부동하는 관료들의 몸사림이 더 문제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북 사업을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고위 관료의 무감각한 책임의식과 일반 주민의 순수한 인간성의 차이에 혼란을 느끼곤 한다. 북한의 주민이나 정치 시스템은 스스로의 관료주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

북한의 농민소설 「씨앗」(한윤, 1992)은 석정농장의 평범한 농장원인 주인공 차수웅이 과학자들도 어려운 다수확 벼품종 개발에 열정적으로 매달려 여러 난관과 시련을 이겨내고 원친간의 교잡에 의해 이상기후에도 잘 견디는 새로운 벼품종 '석정 87호'개발에 성공한다는 이야기이다. 이 작품에는 북한이 스스로 경계하고 비판하고 있는 관료주의의 유형과 성격에 대해서 여러 가지 설명을 하고 있다.

첫째, 북한의 식량위기를 초래한 요인으로 관리일꾼들의 태만과 무책임성이 제시되고 있다. 즉 계획경제의 알곡증산의 할당량이 선전과 달리 제대로 달성되지 않고 제자리걸음을 치는 것은 바로 관료주의의 병폐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창의성을 죽이는 배정할당량 달성 위주의 행정과 상명하복의 무사안일주의를 비판하고 있다. 낡은 방식을 탈피하여 무엇인가가 새로운 방법을 창안해내고 실천하려고 해도 만일의 실패에 따른 책벌이 두려워 결국은 주저앉고 만다는 작업반장의 독백이 작품에 나타나고 있다.

셋째, 작가는 행정 관료들의 비판회피와 보신주의의 병폐를 지적하고 있다. 「씨앗」에서 친구 류성남은 차수웅을 변호하기 위해 군경영위원장을 면담하지만 관리일군들의 주관주의와 보신주의에 손을 들고 만다.

넷째, 북한의 농정을 망치는 또 다른 관료주의의 모습은 탁상행정이 가져다주는 모순과 불합리성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현장에서는 관리일꾼들이 실무적인 일로 바쁜 것을 핑계로 '의무공수'를 빼고는 책상에 앉아 보고받고 전화나 공문 상으로만 행정을 처리하려는 편의주의 내지는 요령주의에 젖어 있다는 것이다.

사회주의 계획 경제의 전형적인 문제점을 깊숙이 갖고 있다. 중앙에서 하달된 목표를 이루기 위하여 노력하지만, 그 이상은 하지 않고 심지어는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관련 자료나 통계를 의도적으로 분식하거나 왜곡시킨다. 관료들의 소극성, 보신주의, 업무수행 능력의 부족, 창조성의 결여는 물론이고 때로는 억압도 서슴지 않는다.

반면 북한 관료의 개인적인 부패가 얼마만큼 심각한 가의 문제는 중국처럼 단순하지 않다. 북한의 경우는 '극단적 빈곤과 고도로 발달한 국가기구의 존재'라는 비대칭적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그만큼 관료들의 지대추구를 위한 행위의 효율성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다른 사회주의국가들의 시장개혁 과정은 국유재산에 대한 실질적 소유권 획득을 통해 사적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상당한 기회를 제공했다. 그러나 북한의 시장개혁은 외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아니라면 추구할 자원이 높지 않다. 북한 관료들의 부정부패 만연 현상은 근본적인 체제 모순에 기인한다. 주민들의 생존은 외면한 채 오직 핵과 미사일 개발에만 매달린 북한 정권이 초래한 재앙이다.

그렇지만 북한 관료의 부패는 일상적이며 소소한 정도는 있지만 군대나 지방 정부 자체가 나서서 비리를 저지르며 이권 사업을 하는 중국 공산 정부와는 또 다르다. 부패가 만연했지만 한편으로는 장성택처럼 부패를 빌미로 숙청되는 관료들 또한 자주 생기기 때문이다.

현재 북한의 관료체제가 부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1) 관료체제가 갖는 근본적 이유 2) 북한 경제 곤란으로 관료 보수체제의 붕괴 3) 중앙계획 경제와 초보적 시장 경제의 혼란된 병립 등이다. 그러나 과도한 부의 축적은 곧 공안기관의 감시를 벗어날 수 없고 이는 곧 개인적 몰락을 의미한다.

이러한 북한의 관료주의를 종합해보면 초기 진입한 남북교역 기업들은 개인적 관계로 관료를 빨리 움직이게 하는 것 이상으로, 중앙 공산당의 사업계획에 부합하여 주어진 목표 달성을 위한 것임을 주지시켜 그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방편을 만들어야 한다.

2. 시장경제에 대한 인식부족
남북교역이 시작된 1989년 교역 규모는 2천만 달러에도 미치지 못했으나, 1990년 8월 남북교류협력에관한법률 이 제정되면서부터는 1억 달러를 넘어서기 시작했다. 남북 간에 실질적인 교역이 이루어지기 시작한 1991년 이후부터 교역량은 계속적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2011년 이후 남북관계가 천안함, 연평도 포사격 등으로 경색되면서 개성공단을 제외한 일반 교역 및 위탁 가공 교역은 종지부를 찍었다. 실질적인 북한의 법령에 지배를 받는 지역에서 대북투자를 하고 교역하는 기업은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한다. 이는 북한이나 남한이나 상호 교역하는 데 있어서 상당한 걸림돌이 될 것이다.

특히 북한의 시장경제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점은 이미 북한에 투자를 경험했던 업체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사항이다. 계획경제체제를 운용하고 있는 북한의 특성상 시장경제에 대한 이해가 낮을 수밖에 없는 것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시장경제체제에서 경쟁해야 하는 국내 투자사업자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상업적 투자협력의 경우 생산물의 판매시장이 대부분 국내이기 때문에 투자사업자의 입장에서는 가격과 품질의 경쟁력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데, 특히 국내 시장가격이나 국제 시장가격에 대한 고려가 별로 없이 과다한 가격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다. 가격이 북한의 생산성이나 노동자 임금 기준이 아니라 상호협의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밖에도 북한 스스로 가격을 결정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때는 공정의 복잡성에 따라 결정된다고 한다. 가격결정상의 어려움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가격에 대한 정확한 개념이 없기 때문에 터무니없는 요구를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선례가 없다는 문제점과 기준이 애매모호한 점 등 때문에 부르는 가격이 다르다. 북한이 상품의 질에 관계없이 높은 가격만을 고집하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비록 국제가격 기준으로 가격을 결정하는 데 동의해도 실제 투자가 이루어지고 사업이 진행되기 시작하면, 부당한 요구를 하고, 그와 같은 요구를 끝까지 고집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둘째, 품질 수준이나 브랜드 가치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제3국 물품과 단순 비교해서 가격을 책정하거나 가격에 대한 정보 없이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을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

셋째, 상황 변동을 가격에 반영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납기 지연에 따른 손실을 가격에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국제가격의 변동 요인을 반영할 가능성도 거의 없다. 또한 한번 정해진 가격은 시간이 지나 경쟁력이 떨어져도 내리기가 어렵다.

금강산 샘물을 수입하려다가 실패한 (주)태창의 경우 일시적으로 사업이 중단된 원인 중에 하나가 원자재의 과도한 가격 요구였다. 톤당 3.5달러에 계약했으나 이후 톤당 100달러로 가격인상을 요구하여 과도한 물류비와 원자재의 가격인상으로 인해 운영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일시적으로 중단한 경험이 있다.

또한 농산물의 경우 등급별로 품질의 균일성이 매우 중요한 경쟁력인데, 국내 시장 판매가 가능한 품질을 등급별로 선별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관심이 높지 않다. 이 때문에 품질의 등급별 균일성이 확보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로인해 추가로 선별비용이 발생하고, 판매수익이 기대보다 낮게 실현된다.

S사의 경우 고사리를 삶아 건조 가공하는 사업을 진행하였다. 북측이 고사리를 모아 품질의 등급별로 선별하지 않고 한꺼번에 가공해서 상품성이 떨어져 반입은 했으나 팔 수 없는 상태가 된 경우가 있다.

이미 북한에는 여러 개의 경제특구가 만들어져 있지만, 향후 남북교류가 재개되고 대북 투자나 위탁 가공 등의 사업을 한다고 해도 비슷한 문제는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상호 신뢰가 충분히 쌓일 때까지는 거래 시 남북한 공통으로 신뢰를 받는 은행의 지급 보증을 받는 신용장을 사용하거나 선적 전에 제품의 수량과 품질을 검사한 후에 대금을 지불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3. 열악한 사업 환경
지난 4월 27일 판문점에서 문재인대통령과 만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정상회담에 앞서 환담하는 자리에서  "문 대통령이 (북한에) 오시면 걱정스러운 것이 우리 교통이 불비해서 불편을 드릴 것 같다는 점"이라고 하면서, "평창 동계올림픽에 갔다 온 분들이 평창 고속열차가 다 좋다고 하더라"라며 "남측의 이런 환경에 있다가 북에 오면 참 민망스러울 수 있겠다"고 말했다.

그만큼 북한의 인프라는 열악하다. 이는 남북 교역에도 적잖은 애로사항으로 걸림돌이 될 것이다. 앞서 언급한 태창의 금강산 샘물수를 남한에 반입할 때도  전기가 부족하여 인근의 발전소까지 전선을 별도로 깔아주는 비용을 대는 것은 물론이고, 별도의 비상 발전기까지 설치해야 했다.

전기・용수・도로・물류 등의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에 북한 진출의 장점인 토지 및 노동력의 절감효과가 상당 부분 상쇄되었다. 전기 혹은 용수 문제로 인해 입지조건이 적합한 지역에 시설・장비를 설치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서 투자의 효율성이 감소하거나 전기・용수의 공급이 불안정하여 투자효율성이 떨어지거나 추가비용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물류와 관련한 도로 및 하역장비・시설의 부족으로 운송기간이 길고 운송비를 과도하게 부담하는 등의 추가비용이 발생하는 문제가 가장 많이 공통적으로 지적되었다. 특히 물류통로의 문제가 많이 제기되고 있다. 물자 수송의 비효율성은 비용 면에서 부담을 주어 원가상승과 함께 손실 발생의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남북 간 수송료가 제3국 수송로에 비해 3배 이상 비싸기 때문에 기업들의 대북 사업 진출 의사결정에 큰 제약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북한행 부정기 화물은 부두에서 멀리 떨어진 컨테이너 야드를 사용하기 때문에 추가 운반비용이 소요되며, 기업이 직접 컨테이너를 구매해서 사용하고 있어 이에 따른 추가 비용도 발생한다. 여기에다 국내 물류비까지 포함할 경우 국내의 외주 생산단가보다 더 많은 비용이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과다한 물류비는 대부분 교역업체들의 생산원가에 전가되어 섬유류 위탁가공의 경우 생산원가의 약 40%, 판매가격의 10~15%를 차지하였다.

교역이 재개되면 우선적으로 투자될 분야로 전기, 철도 및 도로 망을 꼽고 있다. 건설 산업의 특성상 적어도 3-4년은 개성공단 이외의 지역에서 생산하거나 수송하고자 할 때는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은 분명하다. 생산 및 유통의 입지 선정 시 심사숙고하여야 할 사항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나라인 북한은 내부에서의 운송도 열악했다. 북한이 풍계리 핵 실험장을 폐기할 때 이를 취재하기 위한 기자단이 탄 기차는 원산 지역부터 416킬로미터를 기차로 12시간 달렸다. 시속 35km에 불과했다. 자칫 입지 선정을 잘못하면 경영진이나 기술진의 현장접근도 어렵게 된다.

하지만 문제가 벌어진 경우를 보면 일방의 문제일 수 만 없는 게 사업이다. 그런 문제를 미리 점검하지 않고, 의욕만 내세우고 남보다 먼저 하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북한에 진출하고자 하는 남한 기업도 있을 것이다. 다음에는 지난 2011년까지 대북투자하였던 기업들의 성공과 실패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홍재화 필맥스 대표

홍재화 필맥스 대표

[약력] 중앙대학교 무역학과 졸업, 전 KOTRA 파나마무역관, 홍보부 근무
[저서] 무역&오퍼상 무작정 따라하기, 수출 더 이상 어렵지 않아요, 어제를 바꿀 순 없어도 내일은 바꿀 순 있다, 해외무역 첫 걸음 당신도 수출 쉽게 할 수 있다 등 다수
[홈페이지] http://blog.naver.com/drimt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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