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당 가격 걸림돌…MBK "5만원" vs 신한금융 "낮춰야"
기관·개인투자자도 "경영권 프리미엄 받아야" 지적
◆…ING생명의 2년여간 분기별 실적 추이. 자료=아이엔지생명, 금융감독원 제공
ING생명에 대한 M&A(인수합병)을 둘러싸고 신한금융지주와 MBK파트너스의 셈법이 복잡한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증권시장에서는 ING생명 인수설이 불거져 나오면서 ING생명의 주가가 지난 14일 12.41%(5150원) 급락한 3만6350원을 기록했다. 이날 장중 최저가는 3만5400원으로 공모가인 3만3000원에 근접했다.
ING생명의 최대주주는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다. 신한금융지주는 MBK파트너스의 ING생명 지분 59.15%를 인수하기 위해 가격을 조율하고 있다.
시중에는 MBK파트너스가 2조4000억원 상당을 제안했지만 신한금융은 훨씬 낮은 가격에서 거래를 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ING생명의 올해 2분기 별도기준 실적은 전년동기에 비해 보험영업수익이 늘었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다소 줄었다.
올 2분기 보험영업수익은 전년동기보다 5.4% 증가한 8554억원,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0.9%, 3.8% 감소한 1283억원과 947억원을 나타냈다.
ING생명 M&A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주가다. ING생명의 주가는 신한금융지주의 인수 추진 얘기가 나오면서 급락했다.
ING생명 주가는 지난 17일 종가기준 3만7500원이다. 이날 주가에 발행주식수 8200만주를 곱하면 시가총액은 약 3조750억원 상당으로 추정된다.
MBK파트너스가 보유하고 지분 59.15%(4850만주)에 주가를 곱하면 MBK파트너스의 몫은 1조8188억원에 이른다.
MBK파트너스가 ING생명의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더해 제안한 2조4000억원은 주당 4만9485원으로 현재 주가보다 32% 상당 높은 수준이다. 경영권 프리미엄이 32%에 달하는 셈이다.
생명보험사에 대한 M&A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는 것도 변수다. 강화되는 자본규제에 따라 자본확충에 소요되는 자금이 늘어나게 되고 보험이익도 정체되면서 생명보험주의 전망이 어둡기 때문이다.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RBC(지급여력) 비율이 하락하는 것도 좋지 않은 징후다. ING생명은 지난해 말 RBC가 455.33%에서 올해 3월 말 440.89%, 6월 말 437.91%로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IGN생명은 올해 상반기 금리상승으로 RBC비율이 급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9조원 이상에 달하는 국공채와 특수채를 매도가능금융자산에서 만기보유금융자산으로 재분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ING생명은 생명보험업계에서 지급여력이 높은 수준이지만 금리상승에 따라 채권평가손실이 불가피하고 자산건전성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ING생명의 채권평가손실과 RBC비율 하락은 신한금융지주와의 협상에서 가격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변수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MBK파트너스가 30%가 넘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해 주당 4만9485원을 제시한데 대해 다소 고평가된 가격이라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ING생명의 지난 1년여간 주가 추이. 자료=키움증권 제공
신한금융지주는 ING생명을 인수하면 KB금융지주에 뺐겼던 1위 금융그룹 자리를 되찾아올 가능성이 높아 내심 인수효과를 저울질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신한금융이 MBK파트너스의 ING생명 보유지분 59.15%를 인수한 뒤 ING생명 주가가 떨어지면 나머지 지분을 싸게 매입해 전체 지분에 대한 인수가격을 낮추는 방안도 점치고 있다.
신한금융이 ING생명의 남은 지분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KB금융이 옛 현대증권을 인수했을 때처럼 염가매수 기회도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KB금융은 현대증권과 KB손해보험의 경영권 인수 후 두 회사 주가가 떨어진 상태에서 주식교환과 유상증자 등을 통해 나머지 지분을 확보해 수천억원이 넘는 염가매수차익을 거둔 바 있다.
그러나 신한금융지주가 KB금융지주의 M&A를 벤치마킹해 따라하기에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신한금융지주가 KB금융지주의 선례대로 MBK파트너스로부터 ING생명을 고가에 사들일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ING생명의 가격 이슈가 가장 중요하다”며 “초과 지급은 하지 않겠다”고 누차 밝힌 바 있어 이번 ING생명 M&A에서 가격문제가 가장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ING생명에 대한 M&A가 성사되면 실질적인 승자는 MBK파트너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
MBK파트너스는 지난 2013년 ING생명 지분 100%를 1조8000억원에 인수했는데 유가증권 상장과 배당금 등을 통해 투자금액의 대부분을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남은 지분을 팔면서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챙기면 대박을 낸 셈이다.
일각에서는 현행 M&A 시 최대주주와 오너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챙길 수 있지만 국민연금과 같은 기관투자자나 일반 개인투자자들은 경영권 프리미엄 없이 주가하락을 당할 수 밖에 없는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외국의 경우 M&A 시 최대주주의 지분뿐만 아니라 기관투자자와 개인투자자의 지분을 합해 100%의 지분 전체를 인수하도록 법제화되어 있는 곳이 많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6년 미국의 커넥티드카용 전장 전문회사 하만을 인수하면서 경영권 프리미엄을 인정하며 최대주주와 개인투자자 지분 100%를 매입했는데 이에 따른 비용이 9조원 상당에 달했다.
삼성전자가 당시 하만에 제시한 주당 인수가격은 112달러로 최대주주와 개인투자자 모두에게 27.8%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인정했다.
ING생명 M&A를 둘러싸고 신한금융지주와 MBK파트너스 간 경영권 프리미엄이 어느 수준으로 결정될지 미지수이지만 국내 기관투자자나 개인투자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에 불과한 현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