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소유한 회사가 아버지 소유 회사로부터 영업을 양수한 뒤 3년 후 두 회사를 합병하여 아들의 지분이 증가했다면 아버지로부터 증여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영업양도 이후 합병까지의 일련의 행위로 결국 양수법인 주주들에게 무상으로 양도법인의 신주를 교부한 것이므로 증여에 해당한다"며 "합병 후 양도법인의 주식평가액에 양수법인 주주의 합병후 증가한 지분율을 곱하여 증여이익을 산정한 것은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산정방법"이라고 판결했다.
세법은 둘 이상의 행위나 거래를 거치는 방법으로 증여세를 부당하게 감소시키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경제적 실질에 따라 연속된 하나의 행위나 거래로 보아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이러한 규정은 증여세의 과세대상이 되는 행위나 거래를 우회하거나 변형하여 여러 단계의 거래를 거쳐 증여의 효과를 달성하면서도 부당하게 증여세를 감소시키는 조세회피행위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납세자는 경제활동을 할 때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어떤 법적 형식을 취할 것인지 임의로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과세관청도 당사자들이 선택한 법적 형식에 따른 법률관계를 존중하여야 한다. 따라서 최종적인 결과만을 가지고 그 실질이 증여에 해당한다고 쉽게 단정하여 증여세 과세대상으로 삼는다면, 당사자의 경영상의 선택을 무시하고 예측가능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
이 사건의 경우 무상으로 영업을 양도하였지만 나름의 평가를 거쳤기 때문에 무상양도 자체로 세법상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합병을 할 때도 각각의 주식비율에 따라 합병비율이 정해졌으므로 여기에도 세법상 특별히 문제될 것은 없다.
그러나 두 거래를 합쳐서 보면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아들이 소유한 회사의 경영상태를 좋게 만들기 위하여 먼저 영업양도를 하고, 그 후 두 회사가 합병하면 합병법인에 대한 아들의 지분율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된 영업양도와 흡수합병 사이에는 약 3년이라는 시간적 간격이 존재하기 때문에 아버지 회사와 아들 회사 사이에 영업양도와 합병을 연속된 일련의 거래로 판단하기에는 구속적 계약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1심은 이러한 점에 주목하여 영업양도와 흡수합병을 일련의 증여행위로 인정할 수 없으므로 영업을 양수한 아들에게 증여세를 과세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반면, 2심과 대법원은 영업양도 이후 합병을 한 것은 아버지가 소유한 법인이 합병을 통해 아들에게 무상으로 합병법인의 신주를 교부한 것과 동일하므로 증여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대법원은 아들에 대한 증여시점도 영업양도 시점이 아니라 합병신주 교부 시점으로 보았고, 합병법인의 주식평가액에 합병 후 증가한 아들의 지분율을 곱하는 방식으로 증여이익을 산정한 것도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이번 판결은 비교적 장기간에 이루어진 여러 거래를 연속된 하나의 거래로 보아 증여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다만 단계별 거래를 연속된 하나의 거래로 인정할 때는 당사자들이 처음부터 조세를 회피하고자 이러한 거래를 한 것인지에 대한 판단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 고려되어야 한다. 자칫 사후에 재산가치 증가가 발생하였다는 결과만으로 당사자들이 선택한 거래형식이 부인당한다면 납세자들이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대법원 2019.1.31.선고 2014두41411 판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