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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전문가, '동력 잃은 미·북 협상…공허한 비핵화 약속'

조세일보 / 허헌 기자 | 2020.02.12 12:46

비핵화 교착 근본 원인은 '공허한 北 비핵화 약속'+ '美행정부 오판'

판문점서 함께한 남북미 정상들

◆…판문점서 함께한 남북미 정상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그리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6월 30일 판문점에서 극적으로 만나 비핵화 협상 재개 가능성을 보였지만 여전히 교착상태다. (사진=청와대)

2018년 3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 제안을 전격 수락하면서 시작된 미·북 비핵화 협상이 2주년을 앞두고 있지만 협상은 여전히 장기 교착 상태다.

미국 워싱턴 정가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미·북 정상간 세 차례의 만남과 실무협상에도 불구하고 비핵화의 정의와 범위조차 논의하지 못한 채 동력을 잃어가고 있는 상황에 대해 '북한의 공허한 비핵화 약속'과 '트럼프 행정부의 오판'이 교착의 근본적 원인이라고 꼽고 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12일 보도했다.

VOA는 미국 워싱턴 한반도 전문가 21명의 분석을 토대로 북한 비핵화 제안의 실체와 문제점을 짚어봤다고 했다. 이에 조세일보는 이 매체가 취재한 대표적 전문가의 의견을 실어봤다.

◆ 수전 손튼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 대행···북한, 기대에 부응못해

손튼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은 VOA 인터뷰에서 "나는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북한을 비핵화 사안에 진지하게 관여하게 만드는 촉매 역할을 하길 희망했다"며 "불행하게도 북한은 그런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의 상당 부분을 포기할 진지한 의지가 있는지 여부를 보다 효과적으로 시험해 보기 위해 미국이 전 세계 파트너들과 협력했어야 했다고 믿었다"며 "하지만 여기에 초점이 맞춰지지 못했다"고 트럼프 행정부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김정은은 어떤 이유에서든 진지한 협상을 시작할 의지나 능력이 없고, 현 상황을 바꾸기 위한 기회를 낭비함으로써 완화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응징적 제재에 속박되고 말았다"며 "나는 이런 요소들이 올해 매우 부정적인 역학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북핵특사···미·북 정상간 드라마만으론 불충분해

갈루치 전 북핵특사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극적인 정상회담은 타결을 바라는 우리 모두의 기대를 높였다"면서도 "하지만 드라마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양쪽을 싸잡아 비판했다.

그는 이어 "미·북간 핵문제를 다룬 경험이 있는 많은 사람들은 지속 가능한 합의를 도출하려면 양측 간 실질적인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서 "그런 작업은 정상회담이나 짧은 실무접촉에서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수개월 간 논의돼 온 핵 프로그램과 제재 완화의 상호 교환 방식을 시도해볼 만한 가치는 있다고 본다"면서 "현재 우리는 드라마는 줄이고 작업은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로버트 아인혼 전 미 국무부 비확산·군축 담당 특보···북한과 미국 모두 오판

아인혼 전 특보는 "현재의 교착상태는 북한과 미국 모두의 오판에 기인한다"고 단언했다.

그는 이어 "하노이 정상회담은 중요한 기회의 상실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도 "미국이 북한의 일방적인 제안을 거절한 것은 적절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실적인 대안을 내놓는 대신 '모 아니면 도(go big)' 방식을 택해 완전한 비핵화를 완전한 제재 완화 조건으로 제시했다"면서 "받아들여질 수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트럼프 행정부도 틀림없이 알았을 텐데 말이다. 앞서 말한 대안에 합의했다면 우리가 현재 어느 지점에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라고 말했다. 

◆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미국 차석대표···하노이 회담 계속 이어갔어야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이 문제는 핵심 주제에 초점을 맞춰야 할 보다 복잡한 사안"이라면서 "즉,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 의지가 있는지 여부"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돌이켜 보면 미국과 북한 모두 하노이 정상회담 테이블에 계속 머물러있어야 했다"면서 "양측은 서로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하노이 정상회담은 그렇게 끝나버렸다. 하지만 이는 실무급 협상의 시작점이 됐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십년간 노력을 기울였던 것을 고려할 때 가장 두드러지고 놀라운 일은 비핵화가 무엇을 포함하는 것인지에 대한 합의를 확신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많은 이들은 김정은이 정의하는 비핵화가 미국의 정의와 비슷하다고 추정했지만, 이를 김정은으로부터 직접 확인 받았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담당 조정관···김정은 핵 억지력 포기 안해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김정은 위원장이 경제 번영과 현대화의 대가로 핵무기와 미사일을 실제로 포기할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믿음이야말로 그의 대북 정책이 갖는 근본적인 문제"라며 "이는 물론 잘못된 가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김정은은 북한과 '김씨 왕조'의 생존에 필수라고 믿는 핵 억지력을 진심으로 포기하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면서 "대신 김 위원장은 상당 수준의 제재 완화를 조건으로 영변 핵시설 폐기처럼 북한 핵능력을 다소 제한하는 조치를 취할 의지는 있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비핵화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희망과 현실과의 간극은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드러났다"고 단언했다.

그는 이어 "하노이 정상회담 실패 이후 김 위원장은 제한적 비핵화라는 북한의 제안을 트럼프 대통령이 받아들이게 만들려고 애써왔다"며 "현재까지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그런 위협에 넘어가지 않고 있다. 그 결과 비핵화 협상은 진전을 이루는데 실패해 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부차관보···합의 안 된 비핵화 정의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현 교착상태의 본질은 현 협상 장치의 '원죄'에 있다"며 "미국과 북한은 '비핵화'의 정의에 대해 합의한 적이 전혀 없고, 여기에 대한 두 나라의 해석이 매우 다르다는 점을 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에게 이 단어는 북한 핵 프로그램의 검증 가능한 종말을 의미한다"면서 "하지만 북한에게는 언제나 '한반도 비핵화'를 의미하는 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북한 관리들은 나에게 '한반도 비핵화'란 미·한 동맹의 종식, 주한미군 철수, 한국과 일본에 대한 미 핵우산 제거를 의미한다고 말했다"며 "따라서 북한이 말하는 '비핵화'는 미국이 물리적 충돌 상황에서 동맹들을 방어하기 위한 전술 및 전략 자산을 동원할 수 있는 능력을 없애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지난 18개월 동안 미·북 대화에서 두 나라는 근본적으로 다르고 매우 상충되는 것들을 추구해왔다"며 "이 과정이 교착상태로 귀결됐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고 했다.

나아가 "북한은 이미 오래 전에 어떤 상황에서도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결심했다는 것이 전문가들 대부분의 견해"라며 "트럼프가 북한을 다루는 접근법은 핵무기 포기를 설득하기 위해 그의 개인적인 협상 기술과 '협상의 달인'이라는 명성에 의존해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방법은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았던 그 때도 통하지 않았고, 북한이 이미 핵 보유국이 된 지금에도 통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은 핵무기, 그리고 이 핵무기로 미국을 억지할 수 있는 능력에 자신들의 생존이 달려있다고 오랫동안 확신해왔다"고 덧붙였다.

리비어 부차관보는 "북한은 정권의 생존 능력이 핵무기에 달린 것으로 결정했고, 이런 셈법을 바꿀 유일한 상황은 핵무기 보유가 정권의 종말을 불러올 것이라고 북한이 확신할 때 뿐"이라고 강조했다.

◆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교착상태 장본인은 '김정은'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현재의 교착상태를 만든 장본인은 김정은"이라며 "한반도 문제의 근원은 마피아 같은 범죄조직, 사이비 종교집단인 김 씨 정권의 존재 자체에 있다"고 단언했다.

그는 이어 "김 씨 정권은 한반도를 '게릴라 왕조'와 '수용소 국가'의 지배 체제 아래 복속시키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며 "우리는 '주체의 특질'을 가미한 북한의 정치전 전략과 '오랜 사기꾼'인 김정은이 한반도를 지배하기 위해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유지하면서도 제재를 완화시키려는 전략을 검토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아가 "한·미 동맹은 (북한의) 적대행위가 재개될 경우 단지 전쟁에만 승리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장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념 대립에서도 승리해야한다"면서 "김정은은 '핵무기 보유가 핵 포기보다 위험하다고 판단할 때만 비핵화 할 것'과 '게릴라 왕조와 수용소 국가'의 지배 아래 한반도를 통일하기 위해 전복, 강압, 강탈과 무력 사용이라는 북한의 전통적 전략을 계속 추구할 것' 이 두가지 가정을 미국의 대북정책의 데 지침으로 삼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요컨대, 김정은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김정은의 공포심과 내부에서 발생하는 위협을 그에게 대항하는데 이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브루스 벡톨 앤젤로주립대 교수···비핵화 협상 실패 원인은 '북한'

벡톨 교수는 "소위 전문가들과 편향된 개인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실패했다'고 말해왔지만 비핵화 협상 실패의 원인은 엄밀히 말해 북한에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압박 수위를 다시 올리기에 앞서 타당한 협상 시도를 하는 최선의 사례를 만들었다고 본다"면서 "그리고 북한의 무기 실험을 둘러싼 긴장이 시작되고 고조된 것은 오바마 행정부 때라는 것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제재를 유지하면서도 김정은과 직접 협상한 최초의 미국 대통령"이라며 "제재를 완화했을 때 북한이 상황을 악용하고 약속을 번복한 수차례의 전례가 있는데 왜 소위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재를 완화했어야 했다고 주장하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현명한 전략은 이처럼 과거 사례를 기반으로 추진된 것"이라며 "북한이 첫 미·북 정상회담 이전과 비슷한 도발적 행동을 재개한다면 미국이 취해야 할 가장 적절한 행동은 대북 압박 캠페인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 압박할 다른 수단들도 있지만 경제적 방안이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증명됐다"며 "가장 상처를 많이 받는 취약한 경제 부문, 북한의 재정을 강타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벡톨 교수는 "'실패한 정책'이란 정책 입안자가 적절한 결정을 내리지 못했기 때문에 실패한 정책을 뜻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에 해당되는 경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옳은 결정을 내리는데 실패한 나라는 북한"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한이 불량 국가로서의 태도와 도발적 행동을 계속한다면, 김정은 정권에 대한 압박을 고조시키고 나쁜 행동에는 보상이 따르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성공적인 미국의 정책이 될 것"이라며 "이야말로 진정한 지도자가 할 수 있는 신중한 조처"라고 제언했다.

◆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 카운슬 선임연구원···김 씨 왕조의 본질에 대한 이해 실패

매닝 선임연구원은 "긴 안목으로 볼 때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문제 해결을 시도하고 실패했던 첫번째 대통령이 아니다"라며 "4명의 대통령이 문제 해결에 성공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여기엔 구조적인 핵심 문제들이 있다"면서 "상호간 깊은 불신, 지리적 요소(서울이 비무장지대에서 가깝다는 것), 북한, 특히 김 씨 왕조의 본질과 역학에 대한 이해 실패가 그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규범을 깨고 김정은과 만난 트럼프 대통령의 대담한 시도는 무지함과 오만, 외교에 대한 무례함 때문에 훼손됐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제로섬 게임에 근거한 부동산 거래로 보는 듯 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이 가져올 영향과 김정은에게 부여할 정당성에 대해 이해하지 못했다"며 "김정은을 윽박지를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큰 문제였다"고도 했다.

그는 나아가 "근본적으로는 북한이 40년 동안 핵과 미사일을 개발해왔고 이를 대체할 어떤 제안도 신뢰하지 않았다는 점을 미국은 파악하지 못했다"며 "25년간의 미·북 외교를 돌아볼 때 어떤 '김 씨'도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가로 무엇을 원하는지 명확히 밝힌 적이 없다. 아마 그들은 절대 그럴 의도가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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