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이 외환은행 인수전 참여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리딩뱅크 사수에 대한 강력한 의지 표현으로 풀이된다.
신한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및 한국씨티은행에 이르는 2위권 그룹이 외환은행이나 LG카드 등 매물을 인수해 국민은행과 리딩뱅크 경쟁에 나서는 가능성을 사전 차단하겠다는 의미다.
실제로 국민은행이 외환은행을 인수하면 누가 LG카드를 인수하든 선두인 국민은행과의 거리는 단기간에 극복 불가능한 수준이 돼 버린다.
강정원 행장 취임 1년간 자산건전성 회복 및 조직 문제 등 내부 문제에 치중한 데다 내부 유보금 역시 은행권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여건도 가장 좋다는 평가다.
◇전문가 "인수 시너지 있다"
전문가들은 국민은행의 외환은행 인수가 충분한 시너지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평가한다.
한국투자증권 이준재 애널리스트는 "국민은행이 가계 금융에 강점을 띠고 있다면 외환은행은 국제업무 및 기업금융이 강하다"며 "합쳐서 중복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괜찮은 배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 한정태 애널리스트도 "은행권이 현재 시장구도에서 점유율을 올리는 방법은 인수.합병에 의한 방법밖에 없다"며 "국민은행과 외환은행은 여타 은행에 비해 조합이 좋다"고 말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국민은행과 외환은행의 합병 시너지는 90년대부터 거론됐던 이야기"라며 "그만큼 양 은행이 서로의 약점을 메워주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거대 리딩뱅크의 탄생
하지만 국민은행과 외환은행의 합병에 따른 가장 큰 효과는 규모의 경제다.
국민은행이 외환은행이 인수할 경우 최대 270조원의 은행이 탄생한다.
2위인 신한금융지주가 LG카드를 인수한다고 해도 자산규모는 간신히 200조원을 넘는다.
우리금융지주나 하나은행 역시 LG카드 인수에 성공해도 국민은행과의 격차는 100조원 이상 차이가 난다.
국민은행의 점포가 1천100여개에 외환은행의 점포를 더하면 점포수만 1천400여개가 된다.
미래에셋 한 애널리스트는 "국민은행이 외환은행 인수에 성공하면 1위의 독주 속에서 신한지주와 우리금융, 하나은행이 한참 뒤처진 2위 그룹을 형성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외환은행을 인수하면 완전한 리딩뱅크로서 자리 매김할 수 있지만 반대로 여타 은행이 인수하면 리딩뱅크로서 지위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국민은행이 인수 가능성을 시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쟁은행 견제 카드(?)
국민은행이 실제로 관심이 없지만 하나은행 등 경쟁 금융사에 타격을 입히기 위해 언론 플레이에 나섰다는 추측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외환은행이 예상보다 싼 가격에 제시된다면 매입하고 가격이 비싸다면 협상에 참여해서 가격만 높이고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관측은 외환은행을 여타은행들이 인수할 때 국민은행이 느끼는 위기감이 크기 때문에 더욱 설득력을 얻는다.
일례로 하나은행이 외환은행을 인수하면 총자산이 180조원에 육박하게 된다.
1위인 국민은행과 2위인 신한지주와 지척의 거리에서 리딩뱅크 경쟁을 할 수 있다.
우리금융이나 신한지주가 외환은행을 사들이면 당연히 국민은행의 자산 규모를 넘어선다.
생각보다 싸다면 인수 시도를 해보고 아니면 경쟁은행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민은행의 인수 참여는 여러모로 해달 것이 없다는 분석이다.
◇자금조달 가능성
국민은행 강정원 행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외환은행 인수전에 뛰어든다 하더라도 자금 문제엔 큰 부담이 없다는 뜻을 몇 차례 시사했다.
강 행장은 "외환은행 인수를 위해 지주회사 설립을 검토하고 있진 않다"며 "우리(국민은행)가 자산이 180조원(은행계정)이니까..얼마짜린 줄 몰라도.."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같은 발언은 국민은행이 외환은행을 인수하기 위해 지주회사 체제로 바꿀 필요까지 있느냐는 반문으로 풀이된다.
강 행장은 또 "다른 은행에 비해 국민은행이 선택의 폭이 넓다"고 밝혀 자금 여유분이 상대적으로 많음을 암시했다.
미래에셋 한 애널리스트는 "국민은행이 동원 가능한 자금이 얼마인지 예측하긴 쉽지 않아도 여타 은행에 비해 가장 쉽게 가장 많은 자금을 동원할 수 있다는 사실은 명확하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의 현재 자기자본은 12조원으로 자회사 편입 방식을 시도할 경우 1조6천억원의 출자 여력이 남아있다.
이밖에 주식 교환 등을 통한 흡수.합병 방식도 가능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