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보건당국의 보고와 다른 중국 정부의 축소 발표
보건당국도 자금과 장비가 부족해 제대로 피해 상황 파악 못 해
하향식 관료제와 경직된 절차가 의료체계 제약, 실수와 실패를 반복
보건당국, 윗선에서 내린 과제를 수동적으로 수행하는 것에 그쳐
◆…코로나19 방역 성과 선전하는 중국 후베이성 우한 전시장 모습 (사진 연합뉴스)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초기에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방역과정에서 수많은 혼란과 실수를 범했으며 관료제의 문제로 사태가 실제보다 과소평가된 사실을 보여주는 중국 정부의 기밀문서가 공개됐다.
CNN은 11월 30일(현지시각) 익명의 중국 정부 관계자가 제보한 후베이성 질병통제예방센터의 내부 기밀문서를 소개했다.
'내부문서, 기밀유지'라는 문구가 새겨진 117장에 달하는 문서에는 후베이성 보건당국이 보고한 확진자와 사망자 수를 중국 정부가 의도적이라고 볼 순 없으나 축소 공개했고, 보건 당국도 자금과 장비가 부족해 제대로 된 피해규모를 보고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압축된다.
CNN은 중국 정부가 바이러스와 관계한 정보를 고의로 숨겼다는 증거가 해당 문서에서 나타나지 않았으나 당시 중국 정부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생각한 것과 일반에 공개한 내용이 일치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2019년 10월부터 올해 4월 사이의 내용이 담긴 이 문서에는 대유행 초기의 중요한 순간에 중국 정부와 보건 당국의 명백한 실수와 제도적 실패가 일어났음을 드러낸다.
특히, 문서는 코로나19 검사 속도가 느렸다고 지적했다. 3월 기록에 따르면, 증상 시작에서 확진까지 평균 23.3일이 걸렸다. 또한 후베이성 보건 당국이 효율적이고 투명하게 처리한다고 발표했으나 실제론 검사와 보고 체계에 결함이 있었다.
보건 전문가들은 이 긴 소요 시간과 체계 결함이 코로나19를 막기 위한 조치를 상당히 방해했을 거라고 말한다.
황옌중 세튼홀대 외교국제관계대학원 교수 겸 글로벌 보건학부장은 “중국이 새로운 바이러스를 처음 마주할 때 생기는 실수뿐만 아니라 관료적이고 정치적인 동기로 인한 실수도 분명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이 문제들이 전 세계적인 문제를 가져왔다. 절대 100% 투명성을 보장할 수 없다. 어떤 의도적인 은폐를 했다는 뜻이 아니라 의료기술을 포함한 여러 가지 문제에 의해 제약을 받았다”고 전했다.
문서는 2월 10일과 3월 7일 특정한 두 날에 대해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는데, 이는 중국이 공개한 정보와 모순된다.
지난 2월 10일 중국 정부는 전국적으로 신규 확진자 2,478명이 발생했다고 발표했으나 후베이성 보건당국은 5,918명이 발생했다고 보고했다. 정부 발표와 약 두 배의 차이가 나타났는데, 분류 기준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CNN이 전했다.
문서엔 '확진환자 2,345명, 임상진단자 1,772명, 의심환자 1,796명 등'으로 분류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엄정하고 제한적인 기준이 잘못된 수치를 만들었다고 말한다.
황옌중 교수는 “의심환자 가운데 상당수는 확진환자에 포함해야 했다. 이들이 보여준 수치는 보수적이었으며 당시 상황이 얼마나 복잡하고 혼란스러웠는지를 보여준다”고 밝혔다.
중국 국가 보건위원회가 1월 말 발표한 코로나바이러스 진단 규정은 다음과 같다. 환자가 확진된 환자와 접촉한 이력이 있으면 '의심환자', 발열과 폐렴증상이 있어서 엑스레이와 CT 촬영으로 확인되면 '임상진단자', 중합효소 연쇄반응이나 유전자 염기서열 검사에서 양상 반응이 나오면 '확진자'로 분류했다.
3월 7일의 데이터를 보면 사망자 수치도 축소됐다. 중국 정부의 후베이성 내 사망자 집계는 2,986명이었지만 현지 보건 당국은 총 사망자를 3,456명으로 집계했다.
내부 문서엔 '확인 사망자 2,675명, 임상진단 사망자 647명, 의심사망자 126명 등 총 사망자 3,456명'으로 기록됐다.
중국에서 확진자가 본격적으로 늘어나던 1월, 중국 보건당국이 쓴 검사 도구가 처음부터 부정확했으며 보고가 몇 주씩 지연되는 문제를 일으켰다고 문서는 말한다.
1월 10일에 기록된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 보건당국은 코로나19 진단을 위해 (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진단 장비를 썼다. 중국 관리들은 코로나19 검사를 하는데 해당 장비가 부정확했으며 잘못된 결과를 가져왔다고 보고했다.
중국 관영매체와 인터뷰한 당국자들은 당시 검사 결과가 확진자에게도 30~50% 정도의 양성률을 보였다고 말한다. 따라서 중국 보건당국은 '가짜 음성'을 가리기 위해 반복검사를 해야 했다.
CNN이 입수한 문서엔 중국 정부의 지원에 대해 매우 비판적인 내용도 있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후베이성 보건당국은 자금과 장비 부족을 정부에 보고했으나 중국의 관료체계에 의해 보고가 종종 무시당하기도 했다. 또한 역학 조사, 예방정책 마련, 정책 제안 등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윗선에서 내린 과제를 수동적으로 수행하는 등 전문 역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더불어 중국은 2003년 사스 사태 이후 약 2천억 원을 들여 전국적인 전염병 보고 시스템을 만들어 지역 병원과 보건당국이 직접 보고할 수 있도록 했으나 관료적 제약이 신속한 데이터 기록과 수집을 방해하기도 했다.
CNN은 문서에서 하향식 관료주의와 경직된 절차가 의료체계를 제약하고 있다며 중국 정부가 대유행 초기에 명백한 실수와 제도적 실패를 반복하는 양상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