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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연구]

특수관계 소멸시점의 가지급금을 익금으로 한 시행령, 모법 위반 아냐

조세일보 | 법무법인 율촌 2021.08.3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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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자산 증가가 없는 금액을 법인세법상 익금에 포함시킨 시행령도 모법의 위임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가 나왔다.

대법원은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은 법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특수관계가 소멸되는 날까지 업무무관 가지급금이나 그 이자를 회수하지 않은 경우 법인이 실질적으로 그 채권을 포기하거나 채무를 면제하여 그 채권 상당액이 사외유출되었다고 보고 특수관계인에 대하여 소득처분을 하기 위한 전제로서 그 채권 상당액을 법인의 익금에 산입하는 근거 규정이다.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은 구 법인세법 제15조 제3항의 위임 범위에서 그 위임 취지를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한 것으로 볼 수 있을 뿐 그 위임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라고 판결하였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특수관계인에 대한 채권을 특수관계 소멸 이후 제3자에게 양도하였다. 원고는 이 거래에서 발생한 처분손실을 세무상 부인하였다가, 양도할 당시에는 특수관계인에 대한 업무무관가지급금이 아니므로 이 처분손실이 인정되어야 한다는 이유로 법인세의 환급을 청구하였다. 과세관청은 이를 거부하였다.

구 법인세법 제15조 제1항은 '익금은 자본 또는 출자의 납입 및 이 법에서 규정하는 것은 제외하고 해당 법인의 순자산을 증가시키는 거래로 인하여 발생하는 수익의 금액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3항은 '제1항에 따른 수익'의 범위와 구분 등에 관하여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다.

한편, 위 위임에 따른  구 법인세법 시행령(2016. 2. 12. 대통령령 제2698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1조 제9호의2 가목은 '특수관계가 소멸되는 날까지 회수하지 아니한 가지급금 및 그 이자를 수익의 범위에 포함하여, 해당 법인의 순자산의 증가가 없는 익금의 한 종류'로 규정하였다.

과세관청은 특수관계가 소멸하는 시점에 이 시행령 규정에 따라 특수관계자에 대한 가지급금은 모두 회수한 것으로 세무상 취급된다고 보았다. 따라서 처분한 채권은 세무상 모두 회수된 것으로 취급되므로, 그 장부가액은 '0'이 되고 처분에 따라 손실이 발생할 여지가 없다고 보았다.

반면, 원고는 법인의 순자산이 증가하는 경우에 한하여 소득이 생길 수 있고, 순자산의 증가가 없는 경우에도 익금으로 규정한 이 시행령 규정은 모법의 위임범위를 벗어나 무효라고 주장하였다. 이렇게 되면 채권의 장부가액은 그대로 유지되고, 처분에 따른 처분손실도 세무상 인정되어야 한다.

대법원은 시행령 조항이 위임 범위를 벗어나 무효라고 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법인세법 제15조는 익금의 범위를 포괄적으로 정한 일반규정이고, 제3항은 이를 구체화하기 위하여 제1항이 정한 익금은 물론이고 소득처분을 위한 조세정책상 이유로 익금으로 보는 것까지 탄력적으로 대통령령에서 정하려는 취지이므로, 그 위임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본 것이다.

이 사건 시행령 규정을 둔 취지는 특수관계가 소멸되는 시점에 이를 익금에 산입하고, 현실적으로 법인에 들어오지 않은 재산은 그 특수관계인에게 지급한 것으로 세법상 의제하기 위한 것이다. 즉, 소득처분을 위한 조세정책상의 이유로 이 시행령 규정을 두고 있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조세정책상의 이유로 순자산의 증가가 없는 익금을 규정한 시행령 규정이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그러나 법인세법이 '소득처분을 위한 조세정책상의 이유'로 익금으로 규정할 수는 있으나, 소득처분을 위한 조세정책상의 이유가 헌법상 원칙인 조세법률주의에 우선할 수는 없다.

법인세법은 '순자산을 증가시키는 거래로 인하여 발생하는 수익의 금액'을 익금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시행령에서 아무런 순자산의 증가가 없는 것을 익금으로 규정한 것은 모법에서 정한 익금의 개념정의에서 벗어난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판결이유에서 법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특수관계가 소멸되는 날까지 회수하지 않은 업무무관가지급금 등(즉,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은 법인세법 제15조 제1항이 정한 익금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이 법인세법 제15조 제3항의 위임 취지를 벗어난 것이 아니라고  보았으니, 그 흐름이 논리적으로 납득이 쉽지 않다.

요컨대 대상판결은 소득처분을 위한 조세정책상 이유 등으로 익금에 포함시키기 위하여, 모법이 위임한 범위를 넘는 내용까지도 익금으로 규정하는 것을 용인한 결과가 되었다.

대상판결에 따르면 조세정책상 필요성만 있다면 법률로 규정하여야 할 사항을 시행령에서 규정하거나, 법률의 위임 범위를 넘는 내용을 시행령에서 규정하더라도 그 효력을 인정하여야 한다.

특히 이 사건에서 문제된 '특수관계가 소멸되는 날까지 회수하지 아니한 가지급금'은 '해당 법인의 순자산을 감소시키는 금액'으로 모법인 법인세법 제15조 제1항, 제3항에서 위임한 범위에 오히려 배치된다. 따라서 이를 익금에 포함하여야 할 조세정책상의 필요성이 있었다면 마땅히 법률에 규정하였어야 한다고 본다.

향후에는 대법원이 헌법상 원칙인 조세법률주의가 사문화(死文化)되지 않도록 원칙에 충실한 판결을 내리기를 기대한다. 대법원 2021. 7. 29. 선고 2020두39655 판결

법무법인 율촌 조세판례연구회
유한나 변호사

[약력] 성균관대 법과대학,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제5회 변호사시험 [이메일] hnyoo@yulch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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