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아들도 유류분반환청구소송 가능"

"결혼 10년 차에도 아이가 생기지 않아 더 늦기 전에 입양을 결심했습니다. 한 가지 우려가 되는 건 저희 부부 중 한 명이 사망하거나 모두 사망했을 시 혹시나 다른 가족들이 입양된 아이의 상속권을 인정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양자로 입양된 아이의 상속권은 법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엄정숙 변호사(법도 종합법률사무소)는 19일 "의외로 많은 사람이 자신이 낳은 친자녀에게만 상속권이 인정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아무래도 입양 전에는 남이었다는 사실과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다는 인식 때문일 것"이라며 "하지만 입양한 아이를 자신의 호적에 등록했다면 입양아에게도 상속권이 인정되어 상속재산을 물려받거나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을 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는 나중에 부모가 사망 시 1순위 상속인이 된다. 반대로 자녀가 먼저 사망할 경우에도 자녀가 아이를 낳지 않았다면 부모 역시 1순위 상속인이 되어 상속권 판단이 단순하다. 하지만 혈족이 아닌 입양된 아이일 경우 후 순위 상속인이 입양된 아이의 상속권을 인정할 수 없다며 분쟁이 일어나는 사례가 종종 있다.

유류분청구소송은 돌아가신 분 유언에 따라 모든 재산을 물려받은 상속자를 상대로 나머지 상속자들이 유류분권리를 주장하는 소송이다.

유류분제도란 법이 정한 최소 상속금액을 말한다. 형제가 두 명만 있는 경우 원래 받을 상속금액의 절반이 유류분이다. 아버지가 남긴 재산이 총 2억일 때 상속금액은 각각 1억 원씩이고 유류분 계산으로는 그 절반인 5000만 원씩이다.

민법 제1000조에는 피상속인(돌아가신 분)의 직계비속(자녀), 즉 돌아가신 분의 자녀가 1순위 상속인이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법률에 규정된 직계비속은 꼭 친자녀만 해당하는 것일까. 직계비속은 법률혼 부부 사이에서 낳은 친자녀뿐 아니라 혼외자 자녀까지도 직계비속에 포함된다. 주목해야 할 점은 두 가지 경우 모두 피상속인의 혈족에 해당하지만, 예외적으로 법정혈족도 직계비속으로 인정된다는 것.

법정혈족이란 자연적인 혈연관계는 없으나 법률에 의하여 혈연이 있는 것으로 인정하는 혈족을 말한다. 다시 말해 양자, 양부모 관계를 뜻한다.

엄 변호사는 "입양 기관으로부터 입양된 아이가 양자로 호적에 등록된다면 1순위 상속인으로 상속권이 인정된다"며 "따라서 상속권이 있는 양자는 유류분까지 주장할 권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입양된 아이가 법정혈족이 된다면 상속권 판단 여부는 더 간단해진다. 일반 가정에서의 상속절차와 동일하기 때문. 즉 양부모가 사망하면 양자에게 상속권이 생기며, 양자가 먼저 사망할 경우 양부모에게 상속권이 생기는 일반 상속절차와 같다.

한편 입양은 아니지만, 재혼 관계에서 이미 상대방 배우자에게 자녀가 있는 경우라면 그 자녀는 상속권을 인정받을 수 있을까?

엄 변호사는 "법률상 재혼 배우자의 자녀는 혈족이나 법정혈족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상속권이 인정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반면 재혼한 가정에서 상대방 배우자의 자녀에게도 상속권이 인정되는 경우가 있다.

가령 재혼 가정에서 남편 A에게는 자녀가 없었고 부인 B에게는 전남편과 낳은 자녀 C가 있다고 가정할 때, 이 경우 남편 A가 C를 자신의 자녀처럼 키우고 싶은 마음에 양자로서 호적에 등록했다면 법률혈족으로 인정받아 자녀 C는 자신의 부모인 B뿐만 아니라 계부인 A가 사망 시에도 상속권이 주어지게 된다.

엄 변호사는 "다만 재혼 가정에서 양자로서의 입양은 호주인 남편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다"며 "상대방의 동의 없는 호적 등록 행위는 범죄로 규정하고 있어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막장 스토리가 현실에선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