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대응 미흡 비판에 "20명으로 인원 통제 어려워"
파출소장 교통기동대 요청...차량 통제하면 밀집도 떨어져
이태원 파출소에 전화해 살인자라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어
사고 이후 트라우마 "머릿속에서 잊혀질 수 없는 장면"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참사 추모 공간에서 보이는 이태원 파출소와 근무 중인 경찰들. 2022.11.4 사진: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에서 고군분투했던 이태원파출소 직원의 가족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이태원 파출소에서 근무했던 경찰의 가족이라고 소개한 글쓴이는 “여론을 보니 당시 파출소 근무자들 책임으로 돌리려는 분위기가 강하다”며 “말단 직원들 탓으로 돌리고 문책해 대충 다시는 이런 사고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했다고 발표하고 치워버리려고 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밤새 심폐소생술하고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려 고생했지만 정작 경찰 너희들 때문에 사고 난 거라고 하니 얼마나 마음이 아픈지 모르겠다”며 “현장에 계셨던 경찰관, 소방관분들 PTSD(외상후 스트레스장애) 트라우마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하지만 제 가족은 PTSD는 신경 쓸 겨를도 없다"고 힘든 상황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당장 징계 받지 않을까, 혹시 이러다 잘리면 어떡하나 걱정에 잠을 못 이룬다"고 적었다.
이태원 파출소의 한 직원은 "모든 책임을 하위 부서인 이태원 파출소로 모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참담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태원 파출소 경찰A씨는 4일 KBS1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서 "저희 파출소는 지금 여러 감정이 섞여 있다. 그날의 트라우마, 그날의 자책감 그리고 우리 조직에서 저희를 여론의 한가운데로 던져지게 만든 이 상황.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서 하루하루 힘들게 지내고 있다"며 "진짜 제가 걱정될 정도로 자책하는 친구들이 많다. 그래서 불안하기도 하고 앞으로 어떻게 근무할 것인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조직에서 희생양으로 삼으려고 한다는 생각이 드냐'는 질문에는 "당연하다. 오해라고 하기는 했지만 TV 뉴스, 언론을 통해서 나온 그 말이 누구나 다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게 만들지 않았냐"고 반문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현장 대응이 미흡했다고 한 발언에 대해선 "어떤 근거로 그런 말씀을 했는지 의구심이 든다. 과연 파출소 20명으로 그 많은 인원을 조절하고 통제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면 무책임한 발언 아닌가"라고 반박했다.
112 녹취록이 공개된 이후 특히 이태원 파출소에 화살이 집중되는 것에 대해 "실무에서 뛰는 우리 입장에서는 112신고를 절대 무시할 수 없고 출동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비슷한 장소에 비슷한 내용의 신고들이라서 11건이라도 동일 건으로 처리한다. 최초로 출동한 경찰관들이 계속 처리를 하고 있으면 나머지 다른 신고가 떨어지더라도 그 최초 출동한 경찰관이 먼저 처리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출동을 하지 않을 뿐이다"이라고 항변했다.
현장에 있는 경찰의 대응이 부족했다는 비판에 대해선 그는 "현장 경찰관으로서 절대 동의할 수 없다.우리가 조치를 잘못해서 참사가 나왔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 파출소에 올해 핼러윈데이와 관련한 작전도가 걸려 있다. 2022.11.3 사진:연합뉴스
이번 핼러윈과 지난 행사와 다른 점에 대해선 "지난해는 방역법이 완전히 해제되지 않아 노마스크가 아니었다. 그래서 기동대가 나와 일하기가 수월했고 인원 통제도 괜찮았던 기억을 갖고 있었다"고 회고했다.
용산경찰서에서 서울경찰청에 기동대 파견을 요청했다고 주장하는데 서울경찰청은 교통기동대만 요청을 받았다고 한다. 이에 대해 A씨는 "이태원 파출소 소장이 교통기동대를 요청한 것은 사실이다"며 "교통기동대가 차량 정리도 하지만 이태원 주거리에 사람이 넘쳐날 때는 일시적으로 차량 통제를 해 도로 쪽으로 사람들이 나오게 만든다. 그래서 밀집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에도 기동대 파견을 요청했다고 했다. 다만 공문을 통해서 요청한 건 아니었다. 비공식적으로 내부 메신저를 통해서 요구사항을 전달한 것은 맞다. 급하면 비공식적으로라도 요청할 수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희가 분명히 간절히 요청한다. 간절하다라는 표현을 썼다"며 "그 정도로 기동대가 지원되기를 바랐다"고 강조했다.
사고 이후 경찰분들의 트라우마도 걱정스럽다는 지적에 "머릿속에서 잊혀질 수 없는 장면들이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너무 충격적이었다"고 고통스러운 감정을 내비쳤다. 이 와중에 살인자라고 비난하는 분들이 파출소로 전화를 한다고도 했다.
A씨는 "가장 큰 임무인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대한 보호에 실패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저희는 있는 상황에서는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