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 20년 만에 'HD현대'로 사명 변경
KG그룹 새주인으로 맞는 쌍용차, KG모빌리티로 변경
‘애플컴퓨터’에서 ‘애플’로 바꾸자 아이폰 매출 급성장
자동차 뺀 '기아'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 이미지 강조
◆…새 로고 현판이 적용된 양재동 기아 사옥 사진:연합뉴스
2023년 계묘년을 앞두고 미래 먹거리 준비에 나선 기업들이 사명을 잇따라 바꾸고 있다. 아예 업종 이름을 떼버리고 사업 확장이 가능한 사명으로 바꾸는 등 이미진 쇄신으로 경쟁력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31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 쌍용차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사명을 바꿨거나 바꿀 예정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경기도 판교 글로벌R&D센터(GRC)에서 지난 26일 50주년 비전 선포식을 열고 현대중공업그룹의 사명을 'HD현대'로 바꾸고 투자 지주회사로서 역량을 강화하는 새로운 도약을 준비한다고 밝혔다. 2002년 현대중공업이 현대그룹 계열에서 분리된 후 사용해온 사명을 20년 만에 바꾼다.
이미 지주사인 현대중공업지주는 지난 3월 새 사명으로 HD현대를 사용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주사에 이어 그룹 차원에서도 'HD현대'라는 사명을 채택하고 미래선박, 수소연료전지 등 미래사업 추진에 더욱 힘을 싣는다는 계획이다. 이번 사명 변경과 함께 새 CI(기업 이미지)도 공개했다.
씨앤투스성진은 창립 20주년을 앞두고 에어필터 원천기술 기업인 '성진'을 사명서 제외하고 ㈜씨앤투스(CNTUS)로 사명을 변경한다. 씨앤투스는 '문화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기반으로 한 기술'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서울 중구 KG타워 앞 전광판에 쌍용자동차의 신차 '토레스' 광고가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KG그룹을 새로운 주인으로 만난 쌍용차는 1988년부터 이어온 사명을 역사 속에 묻어두고 'KG모빌리티'로 바꾼다. 곽재선 쌍용차 회장은 지난 21일 '2022 자동차인 시상식'에서 "쌍용차의 장점을 충분히 살리기 위해 새로운 이름으로 가기로 했다"며 "올해 주주총회를 통해 사명을 쌍용자동차에서 'KG모빌리티'로 바꾸기로 했다"고 밝혔다.
기업들이 기존 인지도를 포기하면서 사명을 바꾸는 이유는 다양하다. 대표적으로 계열사간 합병·분리가 이뤄지거나 신사업 추진 등 사업 다각화 등이 주로 꼽힌다.
한국예탁결제원이 지난해 기업들의 상호 변경 사유를 조사한 결과 36.9%가 ‘회사의 이미지 제고’ 라고 답했다. 이어 ‘사업 다각화(26.3%)’, ‘회사 분할 및 합병(20%)’, ‘경영 목적 및 전략 제고(11.3%)’ 뒤를 이었다.
◆…던킨 매장의 간판 사진:로이터통신
사명 변경의 성공적인 사례로는 던킨도너츠가 꼽힌다. 도넛의 인기가 사그라들자 사업 영역을 넓히기 위해도넛을 빼고 ‘던킨’으로 바꿔 성공적인 브랜드 변화를 가져왔다. 미국의 유명 패스트푸드점인 KFC는 원래 이름이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이었으나 1991년부터 '기름에 튀긴'이라는 뜻의 '프라이드'(Fried)를 뺀 KFC로 상호를 바꿨다.
애플 역시 스마트폰 기업으로 탈바꿈하는 데 사명 변경의 역할이 주요했다. 지난 2007년 고 스티브 잡스 CEO가 컴퓨터 제조업체에서 스마트기기 기업으로 변신하기 위해 기존 사명이던 ‘애플컴퓨터’에서 ‘애플’로 회사 이름을 바꾼 이후 아이폰 매출이 애플 전체 매출에 절반 이상을 차지할만큼 급성장했다.
기아자동차 역시 자동차를 빼고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의 이미지를 강조하며 '기아'로 사명을 변경하자 2021년 사상 최대 실적을 보이면서 효과를 제대로 증명했다. 1962년 대한석유공사로 출발해 1980년 선경에 인수된 SK이노베이션은 '유공'·'SK주식회사'의 상호를 거쳐 2011년 SK이노베이션으로 사명을 바꾼 뒤 배터리∙화학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면서 글로벌 종합에너지기업으로 도약중이다.
◆…리서치인모션의 '블랙베리' 사진:로이터통신
사명보다 브랜드가 더 많이 알려져 통합브랜드로 사명을 바꾸는 경우도 있다. 조선맥주가 ‘하이트맥주’로, 성광전자가 ‘쿠쿠전자’로 바뀐 경우가 해당된다. 반면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한 사례도 있다. 리서치인모션(RIM)은 2013년 회사 이름을 휴대폰 기기 이름과 동일한 ‘블랙베리’로 바꾸었지만 결국 애플과 구글 안드로이드와의 경쟁에서 밀려 2016년 스마트폰 생산을 중단하는 수모를 겪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