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단 안된 안양방향 차로서 사망자 모두 발생
도로 관리주체 "상황실서 작동 시도했지만 먹통"
사고 후 '우회로 지정' 조치 없어 극심한 교통 정체
◆…5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기도 과천시 제2경인고속도로 북의왕IC 인근 방음터널 화재 현장에서 30일 오전 경찰과 소방, 국과수 등 관계자들이 합동감식을 하고 있다. 2022.12.30 사진:연합뉴스
지난 29일 경기 과천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에서 화재가 난 뒤에도 진입 차단시설이 작동되지 않아 터널로 차량이 계속 진입하면서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왔다.
31일 제2경인고속도로 관리주체인 '제이경인연결고속도로'에 따르면 전날 오후 1시 49분 과천시 갈현동 제2경인고속도로 갈현고가교 방음터널 안 성남방향으로 달리던 폐기물 운반용 집게 트럭에서 불이 났다.
제이경인 측은 화재 발생 2분 뒤인 오후 1시 51분쯤 순찰대를 현장에 출동시켰다. 순찰대는 방음터널의 벽면으로 불이 확산되자 상부에 보고했고 상황실 직원들은 오후 2시쯤 터널 진입 차단시설 작동을 시도했다.
그러나 성남 방향 도로의 터널 진입 차단시설만 정상 작동하고 반대편인 안양 방향은 화재로 인해 전기 공급이 끊기면서 작동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안양 방향을 달리던 운전자들은 터널 안쪽 상황을 모른 채 터널 깊숙한 곳까지 계속 진입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화재 지점까지 왔을 땐 차를 돌릴 수 없는 상황이 되면서 사고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실제 이번 화재로 사망한 총 5명은 모두 안양 방향 차로를 달리던 차량에서 발견됐다. 진입 차단 장치가 제대로 작동만 되었어도 큰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문제는 해당 터널뿐만이 아니었다. KBS 취재 결과, '터널 사고 현장 조치 행동 메뉴얼'에 따르면 사고 지점으로 이어지는 인접 터널들도 바로 차단돼야 하는데 화재가 발생하고도 수십분이 지나서야 작동한 것으로 KBS뉴스는 30일 보도했다.
또 화재 발생 직후 운전자와 인근 주민의 119 신고가 200통이 넘게 접수됐는데도 제이경인 측은 사고 구간 통제와 '우회로 지정'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아 극심한 교통 정체와 혼란을 가중시켰다. 화재 발생 후 5시간이 지나자 보다 못한 한국도로공사가 우회로를 지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관계자 등을 상대로 터널 진입 차단시설의 정상 작동 여부와 도로 교통 관리의 부실 문제에 대해서도 수사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