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반시설 사업에 플라스틱·유리·목재 등 미국산 건설자재 사용
미국 내 공급 부족·총사업비용 25% 이상 증가 시 적용 면제
"조달협정 체결한 한국, 미체결국인 중국보다 상대적 우위"
◆…'바이 아메리카'에 서명하는 바이든 대통령 사진:로이터통신
미국 정부가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 규정을 플라스틱, 유리, 목재 등 다양한 자재에 적용하기로 하면서 건축자재와 전기차 인프라 조달시장의 진출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바이아메리카는 미국 정부가 연간 6000억 달러(약 756조원)가 넘는 기반시설 사업에 미국산 건설 자재를 사용하도록 하는 정책이다.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은 지난 8일(현지시간) 연방관보에 인프라법의 ‘바이 아메리카’ 조항 이행을 돕기 위한 이같은 세부 지침을 게시했다.
2021년 11월 제정된 ‘인프라 투자 및 고용법’은 인프라 사업에 사용되는 철강, 제조품, 건설자재가 모두 미국에서 생산된 경우에만 연방 예산을 투입할 수 있게 했다.
이번 지침은 건설자재를 비철금속, 플라스틱과 폴리머 기반 제품, 복합 건축자재, 유리, 광섬유케이블, 목재, 건식 벽체 등 7가지로 정의하고 각 자재를 미국산으로 인정하기 위한 기준을 제시해 놓았다. 제조품은 총 부품 비용의 55% 이상을 미국에서 생산할 것을 요구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국정연설을 통해 “사회기반시설 사업에 쓰이는 모든 건설 자재에 미국산만 사용하게 하는 새로운 기준을 발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미국의 도로, 교량, 고속도로는 미국산 제품으로 만들어질 것”이라며 "집권 내내 바이 아메리카 정책을 고수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연방 예산을 지원받는 인프라 사업의 경우 미국산 자재를 이용하도록 하는 등 최대한 폭넓게 적용하도록 지시했다.
다만 공공이익을 위배하거나 국내 생산공급이 불충분한 경우, 미국산을 사용하면 총사업비용이 25% 이상 증가하는 경우에는 바이 아메리카 적용 면제를 허용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코트라 워싱턴무역관은 바이 아메리카 규정에 대한 미국 건설업계의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해 8월 공개된 전미건설협회(AGC)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93%가 현재 자재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또 대부분 기업이 바이 아메리카 규정을 충족하기 어려워 한시적 제도 유예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미 시사잡지 '애틀랜틱'도 9일(현지시간) "보호주의는 의도된 효과와 다른 방향으로 갈 수 있다"며 미국이 바이 아메리칸 규정을 적용할 때, 다른 나라들도 미국을 따라 글로벌 무역에 자체적인 제한을 부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외국산 조달 기준 엄격화로 산업전반에 걸쳐 파급효과가 예상되며 특히 전선케이블, 건축자재, 통신장비 수출기업들이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면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지난해 11월에 발표한 '미국의 바이 아메리카 정책 강화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미국과 조달협정(GPA, FTA)을 체결했기 때문에 조달협정 미체결국인 중국에 비해 상대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며 "연방재정지원 인프라에 대한 규제 강화로 지자체와 공공기관이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인프라 프로젝트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은 우리 기업에 기회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