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관천 "인사권자 심기경호 위한 맞춤식 인사검증 안 돼"
"정순신 보도, 확인 안 했다면 법무부 감사관실 존재 이유 없어"
"靑 시절, 검증 탁 떨어지면 엄지손가락 위·아래로…위면 엄청 부담"
"인사검증 문제 발생시 尹대통령, 마속 참수한 제갈공명처럼 실행해야"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5일 오후 정순신 국가수사본부장 임명을 취소했다고 김은혜 홍보수석이 서면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과거 정부 민정 분야에서 13년간 일한 박 전 행정관은 이날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인사권자는 이 사람이 꼭 되기를 바라', '이 사람을 너무 좋아해', '내가 맞춰줘야지', 이렇게 하는 순간 큰 문제가 생긴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전 행정관은 "예전에 정보가 제한됐을 때는 이런 문제가 차단돼서 안 생긴다고 했지만 지금은 정보가 다 노출되는 상황이지 않나"라며 "그렇기 때문에 항상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제도를 개선한다 뭐를 개선한다는데 실질적인 걸 개선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가 직접 경험해 봤다"며 "갑자기 어떤 사람에게 인사검증이 탁 떨어지면 비서관이나 수석한테 인사권자의 의도를 물어보는데 엄지손가락을 위로 드는 경우가 있고 아래로 드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로마 검투사 할 때 엄지손가락 위로 치켜들고 아래로 내리는 거 있지 않나"라며 "(엄지를 위로 들면) 부담이 상당히 크다. 어느 정도 인사권자가 좋아하니까 무조건 통과시켜라는 말이다. (엄지를 내리면) 정상적으로, 가차 없이 검증하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반드시 해야 되는 것이 인터넷 검색이다. 검색은 가장 기본이다. 인사검증을 담당하는 공직기강비서관실도 인사정보관리단도 인터넷에서 문제가 있는가 없는가 반드시 검증하게 돼 있다. 뉴스도 블로그도 검색한다"며 "인터넷에서 비록 실명이 아니지만 떴다고 하지 않나. 그게 대법원까지 가는 끝판소송까지 갔는데 인사정보검증단에서 '실명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몰랐다', '자식 문제이기 때문에 검증에서 제외했다', 이렇게 하는 것은 과거의 구구한 변명이다.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순신 변호사가 아들 관련 행정소송을 치른 것에 대해 검찰에서 파악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대검찰청이나 법무부에서 확인 안 했다면 법무부 감사관실이나 대검찰청 감찰1과나 2과가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꼬집었다.
또 박 전 행정관은 "본인 배우자, 직계비속이 다단계, 도박, 성매매 등 사회적 논란이 될 수 있는 소송에 관여한 게 있는가 없는가, 예 아니오, 추가확인 필요로 돼 있다"며 "이걸 (확인) 안 됐다고 그러면 안 된다. 적어도 추가확인 필요는 들어가야 한다. '등'이라는 말이 있지 않나. 학폭이 결과적으로 사회적 논란이 될 수 있는 사건이 아니라는 인식은 아니지 않나"라고 거듭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사검증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대통령이 확실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가장 간단한 해결책이라고 진단했다.
박 전 행정관은 "내 심기를 헤아려서 인사검증한 건데 이번에는 적당하게 넘어갈 수 있는 묘책이 없을까 하면 국가기강 전체가 무너진다"며 "제갈공명이 왜 가장 좋아하는 장수 마속을 참수했는지 윤 대통령께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시고 실행하신다면, 정확하게 잘못된 부분은 처벌을 하고 넘어간다면, 다음엔 인사검증 대충해라 해도 담당공무원들은 공정과 원칙에 입각해서 하려고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