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발진 의심 사고로 아들 잃은 父 "600m를 풀 엑셀? 말이 안돼"

피해자, 국회 국민동의 청원에 '결함 원인 입증책임전환' 요청

운전자가 자동차 결함 입증하는 구조...급발진 소송 승소율 0%

전문가 "해결 방안으로 '페달 찍는 자동차 블랙박스' 제안"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급발진 의심 사고로 12살 된 아들을 잃은 이상훈씨는 지난 23일 국회 국민동의 청원에 '급발진 의심 사고 발생 시 결함 원인 입증책임전환 청원' 글을 올려 6일 만인 28일 5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30일 이내 5만 명 동의 요건을 충족한 해당 청원은 국회 소관위원회에 회부돼 제조물책임법 개정 논의가 이뤄질 수 있게 됐다.

앞서 지난해 12월 6일 강릉시 홍제동 한 도로에서 이씨의 어머니(68)가 몰던 SUV가 배수로로 추락하면서 운전자는 크게 다쳤고 12살 된 아들은 사망했다. 사고 차량 블랙박스에는 차량이 갑자기 '웽'하는 굉음을 내며 질주하다 앞서가던 차량을 들이받는 상황이 담겨있었으며 당시 이씨의 어머니가 "이게 왜 안돼. 큰일 났다"라며 다급하게 외치는 목소리도 녹화됐다.

이씨는 2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자를 8년 넘게 계속 케어했는데 죽으라고 운전을 한 할머니가 어디 있겠냐"며 "급발진 사고임을 증명하기 위해 왜 비전문가인 유가족이나 사고자가 입증을 해야 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이씨는 "국과수로부터 가속 페달을 100% 밟았다라는 EDR 검사 결과가 나왔다. 경찰 조사관을 통해서도 '일단 차량에는 결함이 없는 쪽으로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외부 CCTV 영상을 통해 다량의 액체가 분출됐다는 것 자체가 차량에 문제가 발생이 돼서 생긴 사고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어머니가 브레이크도 밟고 이것저것 다 해 봤는데도 차가 멈추지 않았다고 했다"며 "600m거리를 손자 이름을 그렇게 다급히 외쳐가면서 계속 풀액셀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블랙박스상에서 어머니 차량이 레벨 2 자율주행 기능이 있는 차량인데 1차 사고 직전 ABS라고 긴급 브레이크 제동 시스템이 작동됐다는 어떤 경고음도 블랙박스에서 들을 수도 없었고, 사고 직전 큰 굉음이 먼저 났다"고 덧붙였다.

현재 이씨의 어머니는 교통사고특례법에 따라 형사입건된 상황이다. 이씨는 지난 1월 자동차 제조사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패소를 하든 승소를 하든 상관없이 왜 이 급발진 의심 사고가 있었는지에 대한 원인 규명을 꼭 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이날 "현재 급발진의심사고의 경우 자동차의 결함을 운전자가 찾아야 되는 구조다. 자동차에 전자제어장치를 넣기 시작한 1980년대 초부터 급발진이 생겼는데 사고 이후에 국과수에서 조사를 하더라도 흔적이 남지 않는다. 자동차가 운전자 의지와는 관계없이 이상 동작을 하는 것을 소비자 입장에서 밝힌다는 것은 국내 구조에서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냥 누워 있어도 알아서 져주는 법"이라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이 때문에 급발진 소송의 경우 소비자 승소율은 0%라고 강조했다. 그는 "40년 동안 생겼던 급발진에서 국내에서 승소한 경우는 한 건도 없고 유일하게 한 건이 대법원까지 올라가서 지금 진행 중인데 언제 결론이 날지는 전혀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국토부에 급발진 현상으로 신고된 건수는 196건이다. 그러나 제조사와 경찰청의 공식적인 급발진 사고 인정사례는 '1건'도 없다. 2018년 5월 호남고속도로 부근에서 발생한 'BMW 급발진 사건'만이 2심 재판에서 승소 후 대법원의 최종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