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상승 이득은 집주인만, 하락 손실은 세입자까지
"집값 20% 하락시 갭투자 40% 보증금 미반환 위험"
전세계약 중 21만건, 집 팔고 현금과 대출까지 동원해야 반환 가능
◆…계약갱신청구권제도가 없다고 가정할 경우 주택 매매가격이 20% 하락하면 보증금 승계 매입 주택 중 약 40%가 보증금 미반환 위험이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국토연구원 제공]
박진백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토론회'에서 '갭투자 리스크 추정과 대응 방향' 발표를 통해 "갭투자는 타인의 보증금을 책임감 없이 사적으로 이용하기 때문에 위험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갭투자(레버리지 매입)는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이 차이가 적은 주택을 매입해 시세차익을 통해 수익을 얻는 투자 방식이다.
주택가격 상승기에 전세보증금이라는 타인 자금을 활용한 갭투자가 활성화했다. 특히 2020~2021년 보증금 승계 매입 관찰 빈도가 증가했다. 이때 가격상승분은 주택 매입자의 수익이 된다.
문제는 가격 하락기다. 자기자금이 부족한 경우 타인자금까지 손실이 발생해 보증금을 반환할 수 없게 된다. 시장 변동성 위험이 매입자뿐만 아니라 임차인에게까지 전가되는 것이다. 특히 자기자금 비중이 낮은(전세가율이 높은) 경우 리스크는 더욱 커진다.
박 부연구위원은 갭투자의 사회적 비용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는 "시장 변동성이 음의 수익(손실)을 실현해 주택가격이 하락하면 매입자는 주택매입을 위해 지불한 자기자금이 잠식되고,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반환할 수 없게 되며, 보증금 미반환에 따라 법원 경매가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갭투자의 손실구조. 자기자금의 투입비중을 극단적으로 줄인 경우 타인에 대한 손실 전가가 심화된다. [국토연구원 제공]
2020년 기준 전세계약 중 집을 팔아야 보증금 반환이 가능한 경우는 이미 20만9000가구에 달한다. 현금과 대출, 임대주택 매도까지 해야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돌려줄 수 있는 것이다. 주택가격이 12% 하락할 경우 21만3000가구까지 증가하고, 그 이상이면 집을 매도해도 팔지 못하는 경우로 전환된다.
이미 집을 팔아도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는 전세계약이 5000가구로 집계됐다. 주택가격이 15% 하락할 경우 1만가구, 27% 하락하면 1만3000가구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전세가율이 높은 경우 경매 및 미낙찰경매가 모두 증가 추세를 보였다.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으로 전세계약이 유지되면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아도 돼 보증금 미반환 위험은 차기 계약이 종료되는 2년 후로 미뤄진다. 그러나 보증금 승계 매입 주택 대비 보증금 미반환 위험 주택 비율은 10~30% 수준으로 여전히 높다. 계약갱신요구권이 100% 사용될 경우여야 1% 수준으로 크게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박 부연구위원은 임대인의 보증금 상환 능력을 검증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임대차 계약에 대해 전자계약을 활성화하고 금융정보를 연계해 임대인의 보증금 상환 능력을 관리하는 체계가 필요하다"며 "임대차계약 시 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해 보증금 미반환 가능성이 높은 주택에 대해 거래가 이뤄지지 않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 부연구위원은 '보증금 예치제도'를 통해 임대인의 보증금 예치를 의무화하거나 보증금 사용 시 임대인이 반환보증에 가입토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소유자가 신탁기관에 임대주택을 등록하고 신탁기관이 계약·운용을 수행하며, 소유자는 운용수익과 임대기간에 비례한 세제 혜택을 받는 '임대차 신탁제도'도 제안했다.
이밖에도 비소구대출 제도와 책임분담형 대출제도 등 차주와 금융기관의 책임분담을 통해 전세 레버리지 리스크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됐다.
